[Opinion] 웹툰 "고양이 낸시"-낸시는 그냥 '낸시'일 뿐이야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2.2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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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거나 배척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으로 인종차별이나 사는 아파트 종류로 같이 놀 친구들을 구분짓는 일들을 들 수 있다.  다르다는 것은 죄가 아님에도 우리는 각 개인과 집단에 자신만의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고 우월감에 취하거나 자기 집단의 안정을 변명으로 회피한다.

하지만 이 책의 등장인물들인 쥐 마을 사람들은 위의 필자가 언급한 다소 고차원적인 심리적 요인보다 더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생존위협에 가까운 존재인 고양이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인 낸시를 다른 쥐들과 똑같이 대한다. 오늘은 이상에 불과할 수도 있는 이야기, 그럼에도 웃음 짓게 되는 이야기, "고양이 낸시"를 소개한다.



1.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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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쥐 마을. 아빠 더거와 아들 지미가 살고 있는 집 앞에 아기 고양이가 버려졌다. 'Nancy'라는 이름표와 함께. 더거 씨는 아기가 고양이 인 걸 알면서도 낸시를 거둔다. 그러다 직장 동료들에게 들키게 되지만 낸시의 귀여움에 모두 사로잡혀 낸시를 마을사람 모두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마을 사람들도 당연히 처음에는 반대하지만 낸시를 직접 보고 난 뒤로는 옷을 만들어 준다든지 우유를 공짜로 제공한다든지 하면서 마을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는 낸시가 고양이라는 것을 비밀로 하기로 한다. 아이들이 낸시를 괴롭힐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더거의 아들이자 낸시의 오빠가 된 지미는 이미 낸시가 고양이인 것을 처음부터 알고 낸시가 고양이라 쫓겨날까봐 불안해 한다. (정작 낸시는 자기가 고양이인 것을 모른다.) 후에 낸시는 오빠 지미와 같은 학교에 가게 되는데 쥐 친구들은 낸시가 북쪽에서 온 쥐라고 생각하고 낸시의 특별함에 푹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자인 헥터 삼촌이 마을로 돌아오는데 그는 낸시를 보고 기겁을 한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에게 당장 낸시를 쫓아내야 한다고 설득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그러나 헥터 삼촌은 끝까지 생각을 바꾸지 않았고 그의 생각을 엿들은 학교 친구들은 낸시를 지키기 위해 헥터 삼촌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 헥터 삼촌도 낸시의 착한 마음씨와 다른 쥐들이 얼마나 낸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깨달은 뒤로 낸시를 낸시 그대로 인정하게 된다.

결말에 어른 쥐들은 낸시에게 낸시는 고양이라고 알려야 한다고 여러 번 대책회의를 연다. 낸시가 상처받지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고민한 끝에 더거 씨는 힘들게 낸시에게 너는 고양이라고 얘기하려 하지만 이미 낸시는 자기가 고양이인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다. 낸시의 착한 친구들이 낸시는 고양이지만 언제나 우린 너를 사랑할거라고 얘기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쥐 마을 사람들과 낸시는 계속 함께일 수 있다.



2. 순수함의 극치와 귀여움, 그리고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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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 악역은 없다. 주요 갈등을 일으키는 헥터 삼촌조차도 마을 사람들이 걱정되는 마음에서 낸시를 쫓아내고자 한 것이지 자신만의 이득을 취하려 하거나 낸시가 미워서가 아니다. 잔잔한 호수같은 이야기지만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 그리고 낸시의 행동 하나하나는 너무나도 순수하고 귀엽다. 낸시에게 아낌없이 자기가 가진 것을 준다던가, 낸시가 고양이인 것을 일찍 깨달은 지미의 친구가 지미와 함께 낸시를 위해 조용히 백과사전의 '고양이' 부분을 뜯어 먹는다던가 하는 장면들은 마을주민들 모두가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려 하고 배려하며 낸시를 고양이라는 특성 하나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낸시는 이런 순수하고 착한 쥐들만 있는 마을에서 사랑받고 자라서 그런지 너무나도 착한 심성을 갖고 있다. 학예회에서 공주 역할을 하고 싶지만 자기 친구가 그 역할을 얼마나 하고 싶은지 알기에 엑스트라인 햇님 역을 자처하고 오빠 지미가 호수에 빠졌을 때 물을 너무나도 싫어하지만 호수에 뛰어들어 오빠를 구해낸다. 외관이 고양이라는 점만 빼면 다른 쥐들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헥터 삼촌의 아버지는 헥터가 너무 책만 읽어서 현실을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책에서 고양이는 위험한 존재이지만 직접 눈으로 본 낸시는 과연 위험한 존재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헥터가 답답할 수도 있겠다. 눈앞에 바로 순수하고 착한 낸시가 보이는데 선입견만 가지고 낸시를 본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우리들은 헥터에 가까운 사람들일 것이다. 말 그대로 마을 사람들은 이상이고 헥터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정말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믿지 않는다. 어느 나라 사람들은 다 겉으로만 친하게 대하고 속으로는 뒷통수 칠 생각을 한다더라, 옆 학교 사람들은 전부 날라리에 범죄자들 밖에 없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우리는 자주 듣고 또 자주 한다. 그리고 그 프레임이 한 번 머릿속에 정착되면 그 집단의 구성원을 대할 때 그들에게 좋은 면이 있어도 그 프레임에 맞게 해석하면서 좋은 점도 나쁜 점으로 둔갑 시키기까지 한다. 있는 그대로, 혹은 그 사람이 '고양이'인 점까지 우리는 인정해야 하는데 말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정말로 이상적이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맞다. 그러나 우리는 한 발자국씩 이 이상에 다가가야 한다. 모두가 웃는 사회,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쥐 마을 주민들이 되어야한다. 이 세상 모든 '낸시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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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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