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들의 인생영화에는 무언가가 있다 [영화]

무드와 매력적인 주인공
글 입력 2018.02.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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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mood의, 기억될만한 영화들을 모아놓은 스티커


말 그대로,
인생영화로 꼽히는 것들에는
무언가가 있다.


[손민경] [오후 6:43] 미셸 공드리의 ‘무드 인디고’를 보았다. 무드 인디고.  일단 이 영화에 관해 할 말은 그리 많지가 않다. 예쁜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병들어가는 여자와, 그 돈을 감당하기 위해 애쓰고 애쓰는 남자의 짧은 이야기이다.

문제는 그런 영화 주제에, 머릿 속에 너무 오래 머문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영화들이 있다.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그것 때문에 ‘대체 무슨 내용인건데?’싶은 스토리도 다 용서가 되고, 어느새 우리 머릿 속에 단단히 들어와 있는 이 영화를 마주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인생영화. 이렇게, 우리를 미치게 하는 영화들을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그래, 보고 나면, 꽤 오래 남아버리는 영화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우리를 미치게 만든다. 동동 뜨고, 그 생각만 나고, 또 관련된 물건들을 사모으게 한다. 오늘의 글에서는 그런 명작들에 대해 다루고 또, 대체 그것들의 공통된 특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생영화들의 무언가’

 
이 이야기를 위해, 인생 영화로 꼽히는 것 들 중의 대표를 몇 가지 가져와 보았다. 아직까지 우리의 손과 마음을 잡고 놔주지 않는 영화들.

앞으로의 제목들이, 공감되고, 그 저명함에 압도되고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글자들이길 바란다.
 


1 인생영화, 그리고 ‘무드’
 

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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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세대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영화의 선두에는 ‘레옹’이 있었다. 그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홀렸던지, 1994년의 영화의 심볼들이 아직도 거리를 장악하고, 패션을 장악하고 있다. 몇 년 전 아이유와 박명수가 낸 노래의 모티브가 된 것처럼, 이 영화의 모든 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항공점퍼, 초커, 그리고 똑단발만 보아도 마틸다가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정도면 레옹을, 아직까지 남아 우리를 놔주지 않고 있는 영화계의 ‘대부’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 최고의 꼭대기에 앉아 있다고 해도 좋다. 킬러와 어린아이, 그 둘이 복수를 위해 힘을 합치고 또 복수를 하는 이야기. 이 액션영화는 뭐 그리 잘난 점이 있어서, 아직도 우리의 곁에 이렇게 가까이 남아있나.
 

 
어바웃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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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레옹이 있었다면, 지금의 우리에게는 어바웃타임이 있다. 인생영화만 검색해도 관련 검색어에 ‘어바웃타임’이 같이 나오니, 이보다 더한 증거가 어디있을까.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어바웃타임’을 누군가의 인생영화에 이름을 올리게 만들었는가. 일단 필자의 경우에는, 이 영화에 관한 하나의 장면이 머리에 보관되어 있는 것 같다. 스토리보다도, 하나의 ‘장면’이.
 
그 장면은, 아주 유명하고도 유명한, 결혼식의 장면이다. 비단 이것은 그 ‘결혼’이라는 행사의 특별함에서 오는, 강렬함은 아닐 것이다. 분명 그 장면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우리의 기억을 이끌고, 또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머리에 자리잡을만한.
 
필자는 그것이, 그 장면의 전체적인 ‘무드’에서 온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인공들이 평소 좋아하는 노래가 식장에서 흘러나오고, 빨간 드레스를 입은 사랑스러운 신부와, 그 외 모든 모습들. 좋은 ‘무드’의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이 난다.
 


라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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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라라랜드의 보랏빛 물결에 휩쌓이고, 빠져나오고, 또 다시 치이는 그런 날들의 반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체감처럼, 그 영화는 아카데미시상식에서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라라랜드가 두고 간 것이 무엇이든, 보통의 것은 아닌가보다.
 
우리는 ‘라라랜드’라 하면, 곧장 보라색 물결을 떠올린다. 보라색의 하늘 아래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
 
라라랜드가 우리의 마음에 이렇게 오래 남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그 ‘색감’ 때문이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색깔들의 향연, ‘새-’라는 수식어를 좋을 만큼의 원색들이 우리 눈앞에 오고간다. 새파랗고, 샛노랗고, 샛-보랗다. 마치 꿈과,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과 같다.
 
 


그래, 말 그대로 인생 영화로 꼽히는 것들에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 것은 아마 ‘무드’인 것 같다. 어린시절의 우리의 기억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의 ‘장면’, 그리고 그때의 ‘분위기’. 그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다.
 
이렇게 분위기와 무드는,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리고 머리에 강렬하게 꽂히는 어떠한 성질을 가지고 있나보다. 그래, 우리의 뇌리에 있는 기억의 순간들은 모두 특별한 분위기를 가졌다. 여름 날 소에게 풀을 먹이던 청량함이라던가, 풀밭을 뛰어다니던 순간의 파릇함이라던가.
 
우리를 미치게 하는 영화들은, ‘분위기’를 가졌다. 하나의 세계관, 색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할만한 ‘무드’라는 것이 있다. ‘라라랜드’라고 하면, 보라색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처럼.
 
 
 
2 인생영화와, 주인공 (미셸 공드리의 것을 바탕으로)
 

이터널 선샤인과 무드 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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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의 인생영화라고도 뽑히는 이터널 선샤인과, 필자에게 이 글을 쓰게 만든 무드 인디고를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한데 묶었다. 이런 결정이 불편할 독자에게는 꽤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하지만 이터널 선샤인과 무드 인디고에는, 감독 말고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분 좋은 ‘상상력’과, ‘주인공’.
 
기억을 지우는 회사에서, 헤어진 연인이 기억을 지운다는 설정이나, 피아노 건반을 치면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칵테일 피아노를 발명한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설정이나, 정말 상상도 못할 소재들이 이 영화들 속엔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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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보다가도, 그 신박함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미셸 공드리는 정말 이상한 사람인가보다. 그래, 평범한 상상력의 소유자로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공드리, 당신의 기분 좋은 상상력을 우리는 사랑한다. 그리고 영화 전체에 녹아있는 그 따뜻함을 사랑한다. 듣도 보도 못한 음식들을, 폐에서 국화가 자라는 마법을, 그리고 구름모양의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을 사랑한다.
   
이 글을 시작한 원인에, ‘무드 인디고’가 있었던터라 그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음을 인정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한 영화가 우리를 유혹하는 방법에는 ‘상상력’도 있지만, 그보다는 더 강력한 ‘사랑스러운 주인공’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에는, 명작이라고 불릴만한 인생영화들에는 모두 매력적인 주인공이 있었다.
 
미셸 공드리의 클레멘타인과, 클로에. 그리고 앞선 영화들의, 마틸다와 메리와, 미아. ‘다른 남자주인공들은?’하고 물으신다면, 죄송하다. 그들보다 이 캐릭터들이 더 매력적이었다. 그래 그들은 모두,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사랑스러워죽겠다. 단연, 이 명작들로 꼽히는 영화들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가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리들이 이 영화를 사랑하는 것은, 왠지 속물적이게 보이지만 ‘매력 넘치는 주인공’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엘과 콜랭이 질투날 정도로.
   


3 마치며

긴 글을 달려왔지만, 결론은 인생 영화로 뽑히는 것들에는 ‘무드’와, ‘주인공’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드를, 그리고 주인공을 사랑해왔다.
 
우리가 좋은 분위기의 영화를 마음에 오랫동안 담아두고, 인생영화로 꼽는 것은 우리가 ‘분위기’를 기억하기 때문인다. 우리는 오랫동안 못 본 사람도, 분위기로 어렴풋이 기억해낸다. 분위기란 그만큼 강력한 것이다. ‘무드(분위기)’가 있는 영화는, 그래서 더 오래 더 많이 사랑받는다.
 
또 우리의 인생영화에 공통되도록, 사랑스러운 주인공이 있는 것은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금 가벼운 말로 들릴지는 몰라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것에 끌리지 않으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우리는 주인공을, 그리고 그 주인공이 영화에 부려놓은 ‘사랑스러움’이라는 마법을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영화들은, 모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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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 인디고, 그래 당신은 아무것도 없는 영화 같았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좋았다. 오드리 토투가, 그리고 그 귀여운 장면들이 지금까지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무드 인디고가, 필자의 ‘인생영화’의 반열에 오르게 될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영화는, 인생영화로 꼽힐만큼의 무드와 매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글을 마치며 당신께 추천 드린다. ‘무드 인디고’를 보지 않으셨다면, 한 번 보셔도 나쁘지 않다. 다만, 필자와 같은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될 것임을 미리 일러드리고 싶다.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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