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남미 가정식, 가끔 특별한 풍미를 즐기고 싶을 때

손 꼽아 날짜를 세며
글 입력 2018.02.2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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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남미 가정식
가끔 특별한 풍미를 즐기고 싶을 때
_ 손 꼽아 날짜를 세며


허다연 지음
따스한 이야기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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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가정식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한 번 쯤은 꼭 집에서
해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아마 그 화려한 색과 향기들이
훌쩍 남미로 떠날 수 없다면,
꼭 그 음식이라도 먹어야한다고 부추기는 걸 수도.

 
『남미 가정식』은 20년간 남미에서 지낸 ‘허다연’의 레시피를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남미 음식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설명을 덧댄다. 남미요리에 대한 간단한 설명부터 계량법, 자주 사용되는 조리도구, 재료 써는 법 등. 책을 보고 차례대로 익혀나간다면 정말로 그럴 듯한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든다. 음식은 총 10가지로 나뉘어 그 레시피를 담아낸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살사, 타코부터 메인 요리 쁠라또 푸에르테(plato fuerte), 그리고 디저트와 음료까지. 이 한 권의 책만 있다면 한 끼 식사를 화려하고 아름답게, 무엇보다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좋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다 함께 한 권의 요리책을 뒤적이며 복작복작 요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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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책을 보고, 맛있게 차려진 음식 사진을 보는 일은 너무 오랜만이라서, 처음에는 당장 재료를 사오고, 일단 요리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난처했다. 그러나 한 장 또 한 장, 책을 넘기며 여유롭게 앉아 맛있는 음식과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들을 차례로 보는 일은 그 자체로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 마음 한 편에 이 음식들을 누구랑 같이 해 먹을까 고민하고, 이번 주말에 사랑하는 이들을 불러 맛있는 식사를 대접할까, 괜히 캘린더를 뒤적이는 일. 그것으로도 요리책이 가져다주는 기쁨이 분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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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를 하는 일에 대해 짧은 글을 쓴 적이 있다. 나의 언니는 SNS에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본인이 만들어 먹은 식사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홀로 몽골에 1년 동안 살 때의 일이다. 별다른 메뉴는 아니었다. 밥 한 공기와 따뜻한 국물, 달걀 요리, 양배추 스푸. 몽골에서도 구하기 쉬운, 비싸지 않은 재료로 한 데 모아 만들어진 한 차림. 언니가 만든 요리를 보는 일이 좋았다. 스스로에게 한 끼를 대접하는 언니의 작은 두 손이 떠올랐다.

혼자서도 건강하고 알맞은 식사를 차리는 일은, 헐하게 지나쳐버린 시간들을 지워준다. 아무리 늦은 시간에라도, 또는 이른 새벽 아침 부스스한 때에라도. 식기를 달그락 거리며 음식을 차리는 일은 시간을, 나를 둘러싼 대기를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삐걱이던 시간이 차츰 서로 맞물린다. 식사는 그렇게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성급하고 가벼운 식사로 때를 지워버렸던 누군가라면 한 끼 식사를 차리는 일에 어떤 힘이 있는지 알 것이다.

식사를 차리는 일에 어떤 새로움이 필요하다면, 뻔한 일상과 지겨운 감정의 나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다면. 책을 펼치고, 재료를 확인하고, 냉장고를 열어 살거리를 정리하고, 가벼운 장바구니를 어깨에 걸치고 나서자. 시끌벅적한 시장에 늘어진 재료들을 손수 만져 고르고. 집에 돌아와 달그락거리며, 식사를 차리자. 사랑하는 이를 부르고. 그들의 입맛을 세심히 살피고. 그래볼까.

몇몇의 얼굴들을 떠올리며 달력을 꺼내 날짜를 손꼽아 본다.



* 위의 사진들은 책의 일부입니다.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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