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베토벤의 밤은 어둡지 않고 별들로 가득하다

글 입력 2018.02.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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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있고 고통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있다. 베토벤의 장엄미사는 철저하게 후자다. 나폴레옹 전쟁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그가 청력을 완전히 잃고 극도로 악화된 건강 상태, 경제적 궁핍, 조카 카를의 후견 문제를 짊어지고 장엄미사는 탄생했다. 다가오는 3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오라토리오 정기연주회로 베토벤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장엄미사는 베토벤이 “이 곡, 장엄미사는 나의 최고의 작품이다.”라고 자주 언급할 정도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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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베토벤은 청력을 잃은 후 음악을 더는 들을 수도, 만들 수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여 죽기로 결심하고 유서를 쓰게 된다. 그렇지만 글을 쓰던 베토벤은 마지막에 ‘귀가 들리지 않지만, 더 많은 창작을 하기 위해 살아야겠다.’고 적는다. 그는 죽고 싶어 유서를 쓴 것이 아니라 살고 싶어서 쓴 것이었다. 그 후 다시 베토벤은 작곡에 더욱 몰두하여 이전보다 더 쾌활하고 희망적인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예술은 질투가 심하다. 가벼운 병 따위에 밀려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예술의 비위를 맞추겠다. 조만간에 좀 더 흡족할 만한 그림을 받아보게 될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생전에 동생 테오에게 쓴 수많은 편지의 내용 중 일부이다. 나는 베토벤의 작품을 기다리며 고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들의 고통 속에서 탄생한 것들은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여행에서 뉴욕 현대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을 들렀을 때 나의 발길을 잡았던 건 고흐의 두 작품, <별이 빛나는 밤>과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이었다. 이미 고흐의 ‘영혼의 편지’를 어느 정도 읽은 후라 고흐가 어떤 상태였는지 알아서 그런지, 고흐가 겪었던 외로움과 괴로움이 그의 작품에서 슬프게 미소짓고 있는 듯했다. 미술관에는 다른 좋은 작품들이 많았지만 고흐의 작품이 나를 붙잡았던 건 아마 그의 고통 속에서 이뤄진 창작이 우리에게 예술적 감흥을 넘어 어떤 인간적인 울림을 주기 때문이었을 거다.

이번에 예술의 회관에서 연주되는 베토벤의 장엄미사 또한 그렇지 않을까 기대된다. 예술가가 청력을 잃고 작곡을 하는 것은 나로선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런 상상조차 되지 않는 작품을 실제 연주로 들을 수 있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내 발걸음을 붙잡았던 고흐의 작품처럼 이번 베토벤의 장엄미사도 나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나는 이러한 기대 속에서 벌써 베토벤의 작품을 이것저것 찾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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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장엄미사'
- 서울오라토리오 제69회 정기연주회 -


일자 : 2018.03.04 (일)

시간
저녁 5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티켓가격
R석 80,000원
S석 60,000원
A석 40,000원
B석 20,000원

주최
서울오라토리오

후원
서울오라토리오 후원회

관람연령
미취학아동입장불가

공연시간
115분 (인터미션 : 15분)




문의
서울오라토리오
02-587-9277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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