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STANTIN V. VNUKOV 콘스탄틴 브누코프 러시아 대사

글 입력 2014.02.0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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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정문 돌담길을 따라가다 정동교회 앞 로터리에서 중부등기소쪽으로 방향을 틀면 야트막한 언덕위에 높은 회색담장과 철책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나타난다. 주한 외국공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주한 러시아대사관 건물이다. 서울 중구 정동 옛 배재고등학교 부지에 2002년 7월 신축된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1만2012㎡의 부지에 지상 12층과 6층 건물 등 모두 4개 동으로 이뤄졌다.
지난 연말, 러시아에서 유학한 성악가 이연성(베이스)씨의 안내로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



-러시아를 세 차례 방문했는데 큰 식당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설을 갖춰놓아 식사를 하면서 노래와 춤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러시아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만큼이나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지요?


 “2009년 한국에 처음 부임했을 때 가는 곳마다 노래방이 있어 한국인들도 노래 부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웠습니다. 저도 노래 부르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아마 성악을 전공했더라면 외교관이 아니라 오페라 가수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님과 누님이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노래방 시설을 집에 마련해 놓고 친척들이 집에 오면 전통 민요나 가곡을 부르곤 했어요. 예전 소련시절에는 영화가 많이 제작되지 않았고 TV드라마도 많지 않아 명작 영화의 삽입곡이나 배경음악들이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러시아에도 한국의 ‘슈퍼스타 K’와 비슷한 신인가수 발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졸로토이 골로스(황금 목소리)’란 프로그램인데 러시아 전역에서 예선이 진행되고 연말에 열리는 결선은 러시아 TV제1채널을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됩니다”


인자한 노신사 풍모의 브누코프 대사는 한국의 전통 문화 중 관심 있는 장르를 묻자 전라우도 농악 명인 유지화의 풍물이나 전통북 같은 타악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특히 2013년 4월 류드밀라 남 추모 음악회 때 들었던 다양한 아리랑의 변주들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지난 11월13일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이 방한해 하루가 채 못 되는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행사에 참석했으며 문화스포츠 관련 행사도 상당수 포함됐던 것으로 압니다.


 “푸쉬킨 광장과 푸쉬킨 동상 제막식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군요. 푸쉬킨은 러시아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대한 작가이자 러시아인의 삶과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각별한 존재입니다. 그의 작품은 연인들의 사랑 노래에서부터 제정러시아시대의 사회모순을 풍자한 것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인의 삶과 함께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모스크바뿐만 아니라 웬만한 러시아 도시에는 그의 이름을 딴 거리나 광장이 있고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소공동 롯데호텔 앞을 지나다가 한국 젊은이들이 푸쉬킨 동상 앞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러시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푸쉬킨 광장을 만남의 장소로 사용하는 전통이 있는데 서울의 푸쉬킨 광장도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만남의 전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푸쉬킨 동상 제막식때 이연성씨가 푸쉬킨 시에 곡을 붙인 ‘나는 너를 사랑하였다’란 가곡을 불렀는데 푸틴대통령께서 ‘아름답다’고 말씀하셨어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푸틴대통령은 스포츠를 좋아하며 특히 러시아 국기인 삼보(씨름의 일종)나 태권도 유도처럼 무기를 쓰지 않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무술의 애호가입니다. 이번 방한에서 태권도 명예 9단 증을 수여받기도 하셨습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푸틴대통령이 시간을 내어 인천을 방문했던 이유가 인천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1904년 2월 러-일 전쟁 당시 러시아의 순양함 바랴크와 포함 카레예츠의 승조원들은 제물포 앞바다에서 일본 해군 함정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나 패색이 짙어지자 항복을 거부한 채 군함을 침몰시키고 스스로 군함과 함께 수장되었습니다. 침몰한 바랴크호는 러시아 해군의 용맹과 애국심의 상징으로 러시아 교과서에도 실려 있습니다. 러시아 해군은 이 전투를 가장 영웅적인 전투의 하나로 기록하고 있으면 침몰한 군함 2척의 이름을 딴 현대식 군함 2척을 지금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푸틴대통령은 인천에 만들어진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광장 내에 있는 바랴크 추모비 앞에서 열린 두 전함의 전몰 장병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했던 겁니다”


이 대목에서 브누코프대사는 접견실에 걸려있는 배 그림을 가리키며 그림속의 배가 바로 바랴크호라고 설명했다.


-푸틴대통령의 한국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러시아 간의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습니다. 한국과 러시아는 수교이후 양국의 발레단, 무용단과 오케스트라가 상호 방문하는 등 꾸준히 다양한 문화교류를 해왔습니다. 2009년 한국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러시아발레단이 방한하여 ‘호두까기 인형’같은 크리스마스 레퍼토리를 공연했는데 이제는 러시아발레단의 방한공연을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한국과 공동작업을 많이 해온 유리 그리가로비치같은 발레 안무가는 머잖은 장래에 한국에서는 한국 발레가 러시아 발레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각종 클래식 콩쿠르에서 러시아 출신들이 1,2위를 휩쓸었는데 요즘은 거의 한국 출신 음악가들이 금메달을 휩쓸고 중국과 일본 출신이 2,3위를 차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2014년은 양국의 문화교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4년은 고려인 이주 150주년이 되는 해이자 바랴크 순양함 침몰 110주년이 되는 해이며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밖에 양국 간에 '한·러 상호방문의 해 MOU'가 체결돼  2014년과 2015년이 양국간 상호방문의 해로 지정됐습니다. 러시아 관광청과 삼성전자간의 MOU체결로 앞으로 삼성 스마트폰에서 각종 러시아 관광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양국간에 일반여권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돼 내년부터 관광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상대국을 찾는 방문객은 60일까지 사증(비자) 없이도 현지 체류가 가능해 진 것도 양국간 우호협력 관계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은 또 상대국 수도에 자국 문화원 설립과 문화원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시행, 재외동포 지원을 목적으로 한 문화·교육 활동 등을 허용하는 ‘문화원 설립 협정’도 체결했습니다.

한국 러시아 양국의 음악예술대학 졸업장을 상호 인정하도록 하는 교육 분야의 협력증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매년 3000여명의 한국 젊은이들이 러시아어와 문학예술을 배우기 위해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고 500여 명의 러시아 청년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학, 한국 문화를 배우러 한국에 옵니다. 갈수록 양국간의 경제 무역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상대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는 것이지요"






-한국문화와 러시아문화의 특징을 비교해 주시지요.


 “두 나라 모두 국민들이 애국심이 투철하고 열정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 속담에 울 때는 크게 울고 웃을 때는 산이 흔들릴 정도로 크게 웃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 사람들도 열정적이거든요. 문화는 역사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어있는데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 민족이 수많은 시련을 겪어왔던 것처럼 러시아 민족도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정서적으로도 비슷한 측면이 많습니다”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도 있지 않나요?


 “단숨에 술잔을 비우는 ‘원 샷’ 음주습관이나 폭탄주가 발달한 것도 비슷합니다. 두 나라 모두 연말연시에 송년회다 신년연휴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술 때문에 고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화제가 술로 옮아가자 만면에 웃음이 가득해진 브누코프대사가 한국의 소주와 막걸리가 정말 좋은 술이라고 치켜세웠다. 통역을 맡은 드리트리 쿨킨 수석참사관도 “대사님은 그중에서도 전라북도 출장길에 처음 마셔본 모주를 가장 좋아한다”고 곁들였다.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러시아 대사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그런데 90년 수교이후 역대 대사들의 명단만 있더군요. 양국의 오랜 외교관계를 고려한다면 구 러시아 공사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요?    
     


 “지당하고 감사한 말씀입니다. 1884년 조러 통상수호 조약이 체결된 후 1888년 지금 대사관 자리에서 100m쯤 떨어진 상림원에 러시아 공사관이 건립되었습니다. 공사관 건물은 사라졌지만 그때 세워진 러시아 아치는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아관파천(俄館播遷)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명성 황후 시해 사건이 일어나자 고종 임금은 1896년 약 1년 동안 아관(俄館ㆍ당시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해 대한제국을 건설하는 치밀한 계획을 구상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당시 덕수궁과 러시아 공사관을 연결하는 지하통로가 있어 고종이 이 통로로 피신했으며 아관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다고 합니다. 덕분에 고종임금이 커피를 처음 마신 한국인이 되었지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한국의 한방화장품은 친환경화장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데 사실 한국사람들에게 최초로 서양식 화장품 제조법을 전해준 이는 제정 러시아 시대 때 조선에 부임한 러시아 외교관들의 부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이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고 화장품 제조방법을 궁녀들에게 소개함으로써 서양식 화장품이 조선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김세원|가톨릭대 교수  






출처 - 음악저널








[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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