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살기 위해 숨을 참는 해녀들의 이야기, '물숨' [영화]
글 입력 2018.02.1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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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숨'은 '물에서 쉬는 숨', 즉 죽음을 가르키는 말이다. 해녀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숨'이 정해진다고 한다. 물 속에서 참을 수 있는 숨의 양이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주어진 숨을 다스리지 못하고 그 숨을 넘어서는 순간, 물숨을 먹게 된다.해녀는 얼마나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느냐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계급이 엄격히 나뉘어진다고 한다. 상군만이 먼 바다로 나갈 수 있고,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다. 그리고 물질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숨이 다하기 전에 재빨리 물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참으면 저 눈 앞의 전복을 딸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에 자신의 숨을 넘어서게 된다.정해진 숨을 받아들이고, 눈 앞의 욕심을 끊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해녀들은 모두 이 엄격한 규칙 하에서 자신의 지위를 인정하고 서로 끈끈한 공동체를 이룬다. <물숨>은 7년간의 촬영을 통해 이러한 해녀의 노동, 문화, 생활방식을 누구보다 가까이, 진중한 태도로 담아낸다.바다는 섬이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그녀들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물질을 통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지켜냈던 해녀들에게 바다는 밥 또는 집 그 자체다. 그러나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힘 앞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때로는 소중한 이를 앗아가는 원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그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저절로 가슴이 뭉클해진다.아름답게만 보였던 물질이 이토록 치열한 생사의 다툼이며, 이토록 엄격한 사회에서 행해지는 노동이라는 사실이 인상깊었다.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여성'쯤의 피상적인 이미지로만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진취적이고 강인한 제주 해녀의 모습이 이런 영화를 통해 더욱 잘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박진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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