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단테의 신곡' 쉽게 이해하기 [문학]

쉽고 짧게, 단테의 신곡을 이해하다
글 입력 2018.02.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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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니코 디 미첼리노 <단테와 그의 작품>


단테의 신곡. 정말 많이 들어봤지만 몇 번을 읽다 포기한 책이다. 유튜브를 보다가 이해하지 못했던 단테의 신곡에 대한 강의가 있어서 쭉 보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궁금했던 사실을 검색해 전반적인 내용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단테의 신곡을 함께 이해해 보자.



1. 전체줄거리


단테가 33살 되던 해의 성(聖)금요일 전날 밤 길을 잃고 어두운 숲속을 헤매며 번민의 하룻밤을 보낸다. 그 후 3마리의 야수가 길을 가로막으므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때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그를 구해 주고 길을 인도한다. 그는 먼저 단테를 지옥으로, 다음에는 연옥의 산으로 안내하고는 꼭대기에서 단테와 작별하고 베아트리체에게 그의 앞길을 맡긴다. 베아트리체에게 인도된 단테는 지고천(至高天)에까지 이르고, 그 곳에서 한순간 신의 모습을 우러러보게 된다는 것이 전체의 줄거리이다.



2. 구성


신곡에서 '3'이란 숫자는 삼위일체를 뜻하는 성스러운 숫자로서 중요하다. 이 작품은 「지옥편」, 「연옥편」 그리고 「천국편」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3부는 각각 한 권으로 되어 있고 각 권은 다시 33개의 노래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곡은 서곡의 노래 하나를 포함하여 모두 1백 개의 노래들로 이루어진 셈이다. 이는 완전수를 상징한다.

세 곳( 지옥, 연옥, 천국 )은 아홉 단계로 나뉜다. 9는 3의 제곱수다. 단테가 신곡을 위해 생각해낸 이런 시 형식은 3행이 하나의 연을 이루는 테르치네로 불리는데, 이 역시 '3'에 기초한다. 또한 시의 운율을 보자면 aba, bcb, cdc 식으로 3박자에서 서로 물려서 진행하는 구조를 보인다. 이와 같이 중간 행의 운율이 다음에 오는 3행의 운율을 알려주기 때문에 마치 시행들이 앞으로 움직여 나간다는 인상을 준다.



3.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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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뒤집힌 원뿔형으로 지구의 중심에까지 뻗쳐 있다. 지옥은 아홉 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죄를 지은 영혼들이 죄질에 따라 나뉘어 벌을 받고 있다. 죄의 유형은 크게 태만, 애욕, 탐식, 인색, 낭비, 분노, 교만, 이교도, 폭력, 기만으로 나뉜다.

세상의 죄에 대한 단테의 인식은 특이하다. 예를 들어 강도와 살인보다 기만의 죄가 훨씬 더 무겁다. 그 중에서도 자기를 믿는 사람을 기만한 자들은 지옥의 맨 밑바닥에서 가장 중한 벌을 받는다.

지옥의 끔찍한 광경을 언어에 담아내려는 그의 노력과 의지는 처절하고 강하다. 그의 목표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가 보고 듣고 냄새 맡은, 정확히 말해서 그렇게 했다고 상상한 것들은 그에게 곧 진리였다. 그는 언어의 힘을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옥과 연옥, 천국의 어귀에서 어김없이 창작의 신 뮤즈의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뮤즈는 정확히 말해 단테의 가슴 속에 있었다. 그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가슴 절절이 느끼며 지옥을 회상하고 이를 절묘한 언어로 옮긴다.



4. 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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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길리우스와 단테는 대지의 중심에서 빠져나와 다시 햇살을 받으며 연옥의 불을 저장한 산에 이른다. 연옥도 몇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속죄자들은 자신의 죄를 깊이 통찰함으로써 정화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피라미드와 같은 형태이다.

연옥은 정죄와 희망의 왕국으로 영적 구원을 받을 만한 여망이 있는 망령들이 천국에 가기 전에 수양을 하는 곳이다. 천사들은 이곳에서 칼로 단테의 이마 위에 P자를 새겨주는데, 이는 연옥에서 자기가 참회해야 할 죄, 곧 오만·질투·분노·태만·탐욕·폭식·애욕의 일곱 가지로 이러한 죄들은 벼랑을 차례로 지나면서 하나씩 씻어진다.

이 모든 죄를 씻고 나면 영혼들은 구원을 받게 되고 이어 지상낙원으로 오를 수 있다. 연옥의 죄들은 구원받은 영혼들로서 천국에 올라가기에 앞서 이곳에서 정죄할 수 있는 죄인 것이다. 이 지상낙원은 지상에서의 완전한 행복을 의미한다.



5.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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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올라가면서 단테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진다. 한편, 연옥의 정상에서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기억을 온전히 보존하여 여행 중에 본 것을 잘 기록하여 세상에 전하라고 당부한다. 이것은 역설이다. 하느님에게 이르면서 인간의 기억을 유지하라는 일종의 거역을 당부받는 것이다. 기억은 그의 유일한 길이자 도구이며 존재 방식이다. 기억을 통해야만 하느님의 세계의 순례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례에서 자신이 겪은 온갖 두려움과 위안, 욕망, 믿음, 기쁨을 그는 기억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고의 하늘에 자리한 하느님의 온전한 빛을 그의 눈은 감당하지 못한다. 그 스스로, 의도적으로 그런 역설의 한가운데에 섰던 것이다.

신곡의 천국을 읽으면서 우리는 꿈을 꾸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색채의 향연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천국의 경험은 엄청난 기쁨의 은총을 예감하게 한다.  그래서 멀어져간 어떤 기억을 그리워하고 언젠가는 그것이 현실로 오리라는 바람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것이 신곡의 천국에서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신곡은 베아트리체를 위한 사랑의 헌시이자 당대 인류를 계몽하려는 지식인의 실천이며 고대 그리스·로마의 철학과 신화를 비롯해서 중세의 기독교 사상과 천문학, 지리학, 예술, 그리고 단테 자신의 자전적 요소들을 아우른 야심작이다.

신곡에서 단테는 하느님의 세계를 여행한 기억을 기록하고 있다. 지옥에서 시작하여 연옥을 거쳐 천국에 올라 마침내 하느님의 품안에 안기는 대장정의 기록을 담은 신곡은 작가 단테의 영혼과 학문, 정열 그리고 삶의 체험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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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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