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피엔스 : 신이 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도서]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글 입력 2018.02.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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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류의 진화 생물학적 진화, 문화의 진화 두 개의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류는 3개의 혁명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다. 약 7만 년 전 두뇌에 발생한 인지혁명으로 호모사피엔스는 갑작스레 생태계의 지배층으로 발돋움했고 1만2000년 전에 일어난 농업혁명을 통해 빠른 문명을 발달시켰다. 이후 문명 발달은 가속도가 붙어 500년 전 시작된 과학혁명의 결과 인간은 인공지능, 유전공학, 우주공학 등 획기적인 과학기술을 획득했다. 인간은 거기에 멈추지 않고 신의 영역까지 노리고 있으며 끝을 모르고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의 끝에, 지금까지 살아온 인간의 방식은 종말 할 것이며 미래사회는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낯선 세계는 왜 고개를 내밀었으며 어떤 형상을 지니고 있을까.



신이 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라리 교수의 말대로 신종 인류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원인은 인지혁명이지만 현 시대에 권력자들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키(key)가 되어 준건 과학혁명이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나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은 서로 앞 다투어 위력 있는 무기를 만들려 애썼다. 대표적으로 로켓과 컴퓨터가 2차 세계대전 와중에 발명되었는데, 우주선을 우주로 보낼 때 쓰는 로켓은 2차 세계대전 말에 독일의 과학자들이 바다건너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들기 위해 로켓을 만든 것이 그 시초이다. 컴퓨터는 미국에서 만들어졌는데, 독일 로켓의 반경이 미 대륙까지 닿는 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국에서는 독일에서 미국에 로켓을 쏘았을 경우 그 궤도와 위치 등을 재빨리 알기위해 컴퓨터를 만들었다.

덧붙여서 현대의 기업과 정부는 그들의 권력을 더 견고히 하기 위해서 우리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그 과정 중 큰 뒷받침이 되어주는 것이 과학기술이다. 이렇듯 기술은 권력자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고 옛 종교들이 했던 행복, 정의, 번영, 영생을 사후세계가 아닌 지상에서 약속해주는 ‘테크노종교’가 생길만큼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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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제가 나타난다. 인류가 과학기술의 힘으로 생물학적 진화까지 간섭하게 되었으며 영원불멸의 신의 영역까지 욕심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DNA조작을 들 수 있다. 인간들은 현재 신의 언어인 유전자를 해독하고 조작함으로써 질병은 물론이고 외모, 행동방식, 종교 신념, 성적취향까지 조작하려 한다. 하라리는 현 인류를 권력을 얻는 방법에는 능숙하지만 그것을 행복으로 변환시키는 데에는 미숙하며 선조들보다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을 통해 얻은 권력을 행복으로 변환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신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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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유전자 조작을 예시로 보자. 유전체 분석기술은 부모의 유전자를 통해 질병예측을 가능케 해준다. 이제 더 이상 아파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또한 배아단계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자 맞춤형 아기 ‘슈퍼 베이비’ 탄생시킬 수 도 있고 DNA를 일반 약처럼 판매해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가타카> 속 이야기가 영화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생명연장, 더 나아가 영생의 삶을 누리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생의 존재, 말 그대로 신이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행복해질 일만 남은 걸까? 아니다.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난다.

DNA분석기술이 발전해 상품화가 된다면 그 기술을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까? 아니다. 자본을 가진 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그림의 떡 마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 ‘신’이 된 자들은 그 격차를 더 벌릴 것이며 새로운 행태의 빈부격차가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일부 나라는 이미 유전자 조작을 인간의 몸에까지 적용시키고 있다. 본인의 질병이 아이에게 유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배아를 자신의 몸에 이식시키는 수술이다. 반면에 유전자 조작을 금지하거나 특정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는 나라들도 있다.

이러한 차이가 나중에 기술력의 차이를 만들 것이고 신이 된 국가는 국제사회의 권력을 쥐게 될 것이다. 또한 배아단계의 유전자 검사는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며 윤리적 차원의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유전자 맞춤형 아기는 개인과 다양성이 사라지고 유사한 인간만이 양상되는 사회를 도래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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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로 인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컴퓨터의 능력이 무한 증식함에 따라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된다. 그에 따라 인간은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가 되며 인간잉여문제가 발생한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인간이 신이 되면 행복할 것이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황새 따라하다 가랑이 찢어진 뱁새 꼴 안 나면 다행이다.



상상력을 지배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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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류가 침팬지보다 뛰어난 이유를 상상력이라고 보았다. 동물과 달리 상상력을 발휘해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을 두고 하라리는 우리 인간들이 ‘이중 현실'(dual reality)을 사는 것이라 말한다. 이중 현실에 살고 있어서 우리는 종교를 믿고, 도덕관념을 따르고, 법체계를 존중하고, 정치와 경제체제를 세워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지닌 것은 허구적 실체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그것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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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상상력이 미래사회의 해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A.I발전에 따른 일자리 부족현상을 보자. 아무리 강한 A.I라고 해도 상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을 수 없다. 즉 상상력을 요하는 직업은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 사람들은 TV에 열광한다. 연예계에 열광하며 시사프로그램보단 예능프로그램을 집중해서 본다. 기계가 예능 콘티를 짤 수 있겠는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보았을 때 예능연출 분야는 마르지 않는 샘물로 보인다. 이처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고 개발한다면 또 하나의 대책이 될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상상력이 미래사회의 주요 가치가 되면서 이를 통제하려는 지배층이 나타날 수 도 있다고 본다.





미래사회에 지성을 갖춘 인간으로 남을 것인지 신이 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인간에게는 다른 존재에 의해 입력된 알고리즘대로 단순 작동하는 기계와는 다르게 지성과 윤리관에 따라 선택하는 존재이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위험을 예상하고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현명한 선택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 본인이 학교에서 <디지털 사회와 문화> 수업을 듣는 것이나 하라리 교수가 책을 펴내는 것 모두가 앞서 말한 능력을 키우고 발휘하는 행위 중 하나인 것이다. 만일 우리가 기계라면 미래를 대비하는 일은 없을 거며 그저 끝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극도의 기술발전까지 나아가 파멸을 맞이하게 되었을 것이다. 점점 짙어지는 미래사회의 공포 요소들만 보고 지레 겁먹고 피하지 말고 우리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인간답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미래사회를 맞이하면 된다.


[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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