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연극 '가지 Aubergine'

글 입력 2018.02.1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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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포스터]가지_180221-180318.jpg
 


첫인상

나와 연극은 그리 친하지 않다. 저마다 좋아하는 분야가 있듯이, 연극이라는 분야는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문화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지도 않고 '관심이 있다, 없다'를 단정짓는 일은 섣부르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첫눈에 딱 이끌리는 연극을 보고싶었다.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외모만 보고 첫인상이 결정되는 것처럼, 공연 포스터나 책 제목을 딱 보고눈에 띄는지 혹은 내가 관심있는 내용인지 파악하곤 한다. 이렇듯 ‘제목’은 모든 문화예술이 나타내는 함축적 주제이자 소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가지'가 가진 이야기는 무엇일까?

약간의 내용이라도 짐작되는 제목을 가진 다른 극과는 다르게, '가지'라는 제목은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그래서 '가지'의 첫인상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연극이라는 의미에서 보자면, '가지'는 내가 보는 첫번째 연극이 될것이다.



줄리아 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교포 2세로, 극작가 겸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로서 자신의 성장 환경과 경험에 바탕을 둔 작품들을 다수 쓰며 활약하고 있다. 섬세한 언어와 인상적인 구성으로 평단의 인정을 받았으며, <듀랑고 Durango>, <랭귀지 아카이브 The Language Archive>, <가지 Aubergine> 등 미국 연극계에서의 입지를 굳히게 한 대표작들을 발표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복잡하고도 시적인 작품으로
인정받는 극작가

- LA타임즈




가지 Aubergine

2월 21일부터 3월 18일까지 국립극단은 연극 '가지'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재공연 한다. 2017년 재외한인작가들의 작품을 연달아 소개한 ‘한민족디아스포라전’에서 전체 다섯 개 공연 중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가지'는 초연 당시 단 10회의 짧은 공연 기간에도 불구하고 빠른 입소문으로 매진사례를 이루며 다양한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주인공 레이는 재미교포 2세로, 아버지와는 언어도, 입맛도, 문화도 다른 인물이다. 레이는 특식 요리를 배우지만,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언제나 ‘제일 싼 거’. 맥도날드에 가서는 제일 싼 버거를 포개어 비싼 빅맥을 만들고, 레이가 고급 요리를 대접하면 아버지는 그 대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너무나 달랐기에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뒤로 한 채, 시간이 흘러 부자는 둘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한다. 평생 한없이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이별의 순간에 다가가는 아들의 하루하루는 연민과 애틋함으로 담담하게 그려진다. 교포 사회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가지>는 영어가 모국어인 인물, 한국어가 모국어인 인물, 한국어도 영어도 모국어가 아닌 인물 등 다양한 언어의 층위를 통해, 소통의 충돌과 그 화해 과정을 담는다.


음식을 소재로,
아버지로 상징되는 한민족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의미를 지닌 수작

제 5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수상작 평


[국립극단]가지_홍보사진_04.jpg


기가 막히게 만들어서
울 형님이 더 달라고 하시게,
이번에는 떠나지 못하게.

재미교포 2세, 요리사인 레이는
생각의 차이와 소통의 부재로
멀어진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있다.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레이는
헤어진 여자 친구의 도움으로
수십 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한국에 있는 삼촌에게 전화를 건다.

레이와 침대에 누워있는 아버지,
간병인, 전 여자 친구와 삼촌이
한 집에 모이게 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버지를 알아가며
그를 위한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데...


한 방송에서 영화평론가가 한 말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은 가족이라는 강력한 증거이다.'이런 의미의 말 이었는데,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너무 일상적인 식사들이 이 말을 듣고 특별함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밥 한번 먹자'라는 의미는 단순히 밥만 먹자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으로부터 안부를 듣고, 서로 못한 이야기를 나누며 밥도 함께 나누자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함께 하는 식사란 밥을 먹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극중 부자는 입맛이 너무나도 다르다. 극과 극의 입맛인 부자. 우리는 입맛이 전혀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맞춰서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 더 입맛이 맞는 사람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런데 이 부자는 음식도 서로 반대인데 언어, 문화도 서로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런 둘의 관계는 보지 않아도 얼마나 사이가 먼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멀어진 부자. 이런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만나, 그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음식의 맛을 빌려 희소하게 존재하는
삶의 생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연극.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죽음과 삶 사이에 놓인
모든 인간 사이의 균열을 관조하는 연극.

죽음을 관조로이 바라보는
온기 어린 시선으로 결국에는
생을 보듬는 연극.

이예은(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2017년 <가지> 초연 리뷰 중


웹전단.jpg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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