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2018 산울림 고전극장 : < 5필리어 >

글 입력 2018.02.1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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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의 오필리어는 누구인가? -
< 5필리어 >

 
원작 셰익스피어 < 햄릿 > / 공동재창작 / 연출 김준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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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신진경, 윤이나, 최영신, 최배영, 고다윤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 다음으로 인상적인 인물을 뽑자면 오필리어다. 아니, 이미지로 선명하게 그려지는 캐릭터로 따지자면 내겐 햄릿보다 존재감이 더 크다. 미친 여자. 아버지의 죽음과 사랑 사이에서 영혼이 찢겨 나간 여자. 실성한 채로 정처 없이 돌아다니고, 아름다운 꽃으로 화관 따위나 엮었던 여자. 그러다가 냇물에 빠져 죽은 여자. 어렸을 적, 처음으로 <햄릿>을 읽었을 때도 그녀의 죽음엔 신비롭고 애잔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렇게 애처로울 수가 있나' 싶은 슬픈 사연을 가진 캐릭터가 비참하게 죽기까지 했으니. 그러니 많은 예술가들의 ‘뮤즈’가 될 수 있었겠지.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오필리어라는 캐릭터가 가진 ‘신비성’보다는 그녀의 ‘고통’에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아름답고 예쁘게’ 미치지 않았다면, 고전을 읽어 온 많은 사람들이 오필리어를 어떻게 기억했을까? 셰익스피어가 그녀의 미친 짓을 정말 ‘미친 짓’으로 괴랄하게 표현했다면? 거기에까지 생각이 이르자, 나는 그녀가 ‘제대로 말도 못하는 아픈 여자’라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삼촌과 어머니에게 받은 배신감과 인생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햄릿도 그렇지만, 오필리어의 경험 역시 그에 비할 것 없이 끔찍한 것이기 때문이다. 끔찍하지 않나, 정말로.
     
  때문에 나는 그녀를 ‘비극적인 처녀’의 전형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볼 수 없었던 혹은 우리가 보지 않았던 더 깊은 내면을 그녀에게서 읽고 싶었다. ‘오필리어식’ 고통과 절규. 비극의 한복판에 있었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햄릿이 관객들에게 ‘자신의 고뇌’를 털어놓듯이 고통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그저 미쳐버린 여자로 그려진 것이 안타깝다. 단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여자 혹은 햄릿에 대한 레어티즈의 복수심이 더 불타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 캐릭터로만 그녀의 삶이 해석되는 것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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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어>


  맞다. 물론, 오필리어는 미쳐서 죽었다. 미쳐서 혼자 물에 빠져 죽은 여자다. 그게 전부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고통에 허우적거리기만 했던 인물이 아니라, 차라리 ‘미쳐서 허우적거리기’를 ‘선택’한 인물이다.
   
  <2018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우리 시대’의 오필리어라고 할 수 있는 5명의 여인들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5필리어>. 이 작품은 2017년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특히 젊은 여성이라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영혼의 고통’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기획된 작품이라고 하니 기대감이 크다. 단지, 이런 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필리어’라는 캐릭터를 호명함으로써 <햄릿>을 여성의 이야기로 접근하려는 시도이기도 하기에 더 반갑기도 하고.
     
  오랜만의 연극 감상인데, 내가 좋아하는 고전 <햄릿>이기도 하고 동시에 <5필리어>이기도 하고. 얼른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 내 모습이 다소 지나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일지 어쩔지는 모르겠으나, 주제가 주제인지라 작품의 예술성도 뒷받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시대의 오필리어. 내가 과연 작품이 보여주는 여성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것을 확인하게 되는 자리가 마냥 쉽지는 않겠지만 '보고싶다'. 내 눈으로.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쉬움과 애틋함만 품고 있었던 나만의 '오필리어'라는 미지의 캐릭터와 가까워지고 싶다. 고전에서 만난 한 명의 아리따운 뮤즈가 아니라, 나의 동료 아니 내 영혼으로 말이다.


< Synopsis >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중간지대, 죽었던 오필리어가 차례로 깨어난다. 다섯 오필리어들은 서로를 처음 보지만, 단번에 서로가 누구인지를 알아본다. 다섯 오필리어들은 하나같이 무언가 미처 못다한 말과 전하지 못한 마음이 있어 보인다. 언뜻 미쳐 보이지만 각각의 오필리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생각할 수 있도록.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모든 억압과 폭력의 흔적들을 정화하는 의식을 치른다. 의식을 마친 오필리어들은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무언가’를 주고 사라져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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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고전극장 - 5필리어
-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

원작 : 셰익스피어 <햄릿>

일자 : 2018.02.21(수) ~ 03.04(일)

시간
평일 8시
토, 일 3시
화요일 휴무
지연 관객 입장은 불가합니다.

장소 : 소극장 산울림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극단 산울림

관람연령
만 12세이상

공연시간 : 90분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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