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국문과도의 알쓸신잡 _ 당신이 단어를 생각해내는 법 이탄 [문화 전반]

심성어휘집의 모양과, 단어를 꺼내는 방법에 관해
글 입력 2018.02.12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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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탄에 이어

심성어휘집에 단어가 담기는 모양과

꺼내어 지는 방법에 대해 다룹니다.
 


3
 
심성어휘집의 모양
 
이 모양에 관한 학자들의 추측 중, 가장 핫한 것은 '의미망'이다. 단어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거미줄처럼 이어져서 심성어휘집에 들어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평창'과 '올림픽'이라는 단어의 관계를 들 수 있겠다. 우리는 평창을 들으면, 올림픽을 더올린다. 이는 우리가 단어를, '관계' 속에서 저장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도, '관계' 타령이라니, 꽤 인간답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이 단어가 '핫'한 이유는 그만큼의 매력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 망이라는 것이, 우리 뇌의 모양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바로 중추신경계의 모습. 사실, 필자는 과학에서 손뗀지가 너무나도 오래되었기에 잘은 모르지만, 우리의 몸 속에 있는 한 부분과 '심성어휘집'이 닮아있을 거라는 추측은 말만 들어도 꽤 설득력있고 멋있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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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잔치의 현장
 


그래, 우리의 단어 그릇이 ‘망’의 모양으로 생겼다 치자.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담겨있을텐가. 그저 마구 이어져있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말 대잔치라는 말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는 말이 모두 아무말일테니까.
 
다음의 절부터는 이 단어가, ‘망’이긴 ‘망’인데, 어떤 방식으로 생긴 ‘망’인지에 관한 추측들에 대해 소개한다.



위계망

이는 단어들도 서로, ‘위 아래’ 등급과 서열을 가지고 모여있다는 추측이다. 왠지 군대와 닮았다. 다음의 예시를 보자.


다행히, 이유빈은 그 사건에 의해 다리를 다치지 않았다.
다행히, 그 빙판은 그 사건에 의해 다리를 다치지 않았다.


우리는 위는 말이 되지만, 아래의 문장은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안다. 이유빈은 다리를 가졌지만, 빙판은 다리를 가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식은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준 적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것을 아는 것은 ‘이유빈’은 ‘인간’이고, 이 ‘인간’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리를 가짐’이라는 정보가 저장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계망 모형이 말하는 것은 우리의 뇌는 꽤 작기 때문에, 정보를 각각에 저장하지 않고 가장 위에 있는 단어에만 저장해둔다는 것이다. '다리가 있음'이라는 정보를, '인간'과 같은 단어에만 저장해두었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또, 인간의 뇌용량이 충분하지 않음은 인정하지만, 치부를 들킨듯한 기분이라 찜찜하다.

이 찜찜한 위계망 모형의, 문제점은 드러났다. 위계망 모형은 같은 선 위에 있는 단어들이 꺼내어 지는데, 모두 동일한 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면, 같은 동물이더라도 '개'는 빠르게 떠올릴 수 있지만, '렛서판다'는 그렇지 않은 상황과도 통용한다. 이 위계망 모형의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 '활성화 확산 모형'이다.



활성화 확산 모형
 
이름도 길고 긴, ‘활성화 확산 모형’은 꽤 흥미롭다. 단어들이 ‘망’모양으로 생긴 것은 맞지만, 어떤 단어들은 가깝고 어떤 단어들은 멀리 떨어져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 집단에서 어떤 친구와는 친하지만, 어떤 사람과는 친하지 않은 것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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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양에 의하면, 단어가 생각나는 것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떨어뜨린 효과’처럼 일어난다고 한다. 돌을 떨어뜨렸을 때, 가까이에 있는 물은 요동치지만 멀리 있는 물은 잔잔하다.

단어도 마찬가지다. 가까이에 있는 단어는, 바로 생각나지만 멀리 있는 단어는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야식’이라 하면, 불닭볶음면은 떠오르지만 ‘시리얼'은 생각나지 않는 것과 같다. 시리얼을 야식으로 먹지는 않지 않나. 배고파서 적는 글이 맞다.
 
 

4

당신이 단어를 떠올리는 방법
    
그래서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단어를 어떻게 떠올리는가. 심성어휘집이라는 그릇에서, 단어는 어떻게 꺼내어지는가. 드디어 말하는, 제일 어려운 이야기.
 

  
탐색 모형

제일 먼저 언어 학계에 나온, 단어 활성화 방법 중 하나는 ‘탐색 모형’이다. 또, 이것은 꽤 인정을 받고 있는 이론이기도 하다.


 '고맙습니다'와 '황송합니다'

우리는 감사를 전하고자 할 때,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빠르게 생각하지만, ‘황송합니다’라는 단어는 잘 생각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상황과 같이, 우리는 단어를 떠올릴 때 ‘빈도수’에 의해 단어를 생각해 낸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단어가 심성어휘집에 ‘빈도수’가 높은 것부터, 낮은 것까지 줄지어 서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 단어가 꺼내지는 데에 있어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문법’과 ‘의미’라고 말한다.
   
정리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쓰이는 단어’인가 인 것이다. 자주 쓰이는 것이, 자꾸 꺼내어진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도 같다.
 
 

로고젠 모형
    
어떤 언어학자는, 단어가 심성어휘집에서 ‘로고젠’의 모양으로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영어라 낯설긴 하지만, 로고젠이란, 단어의 의미나 철자 등과 같은 속성들을 말한다. 또, 이 로고젠은 감각이나 문장의 맥락의 자극에 영향을 받곤 한다. 다음의 문장을 보자.
 

하희라와 최수종은 부부이며, 아직까지도 서로를 많이 사랑한다.
    
눈물을 닦고, 우리는 앞의 문장에서 ‘부부’라는 단어를 듣고, 뒤에 ‘사랑한다’라는 단어가 올 것을 어렴풋이 예상한다. ‘부부’라는 자극에 의해, 일시적으로 ‘사랑한다’라는 단어의 로고젠이 활성화될 ‘기본의 값’이 낮춰진 것이다.
 
이처럼 로고젠은, 맥락이나 감각에 의존하여 설명되는 ‘심성어휘집의 단어 추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코호트 모형
 
이 방법은, 앞의 탐색 모형과 로고젠 모형들의 장점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또한 이는 무언가를 듣고, 단어를 생각해내는 일들을 설명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되었다.
 
윌슨이라는 언어학자는, 우리가 단어를 듣고 생각해내는 데에는 3가지의 단계가 있다고 했다. 먼저, 들은 것의 음성과 음향을 먼저 분석하면, 초두 코호트 즉 ‘후보’가 뽑힌다. 다음은, 더 많은 분석을 통해 코호트 중 하나를 뽑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선택된 단어는 그 문장의 의미적, 문법적인 맥락과 합쳐져서 이해된다.


ㅂㅏㅂㅗ

예를 들어 당신은, ‘ㅂㅏㅂㅗ’와 같은 음성을 듣고, 처음엔 ‘밥?’ ‘바보?’와 같은 단어의 후보를 뽑을 것이고, 더 많은 분석을 통해 ‘바보’를 고른 후, 마지막으로 이 단어를 맥락과 합쳐서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 많은 것들이 한 순간에 일어난다니, 믿기지 않지만 꽤 인간이 대단하게 보인다.
 



5

마치며

지금까지, 우리가 ‘단어를 떠올리는 법’에 관해 적어보았다. 이는 필자가 강의 내용으로 배울때도, 너무나도 어렵고 공부하기 싫은 그런 것이었지만, 그래도 배우고 나니 꽤 유용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코호트나 로고젠과 같은 단어를 쓸 일이 없어, 아마 이 단어들은 우리의 심성어휘집에서 너무나도 빨리 사라져버릴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단어를 잘 떠올리지 못하는 친구에게, '너 심성어휘집에서 단어를 잘 못꺼내고 있구나'라고 할 수는 있다. 필자는 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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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남기고 싶은 말은 '세상에 쓸모없는 지식은 없다'는 것이다. 그토록, 공부하기 싫었고 쓸모 없어 보였던 지식도, 지나고 보니 꽤 가치있는 것이었다. 자기만족, 지식에 대한 포만감과 같은 가치도 포함해서 말이다.

전공도 비슷하다. 어떤 기준에서는, 그것이 현실성과 취업과 관련된 막대인 경우일때, 무가치해보이고 쓸데 없어 보이더라도, 본질적으로 그 공부는, 그 지식은, 그 전공은 '가치가 있다.'

이 글이 당신에게, 꽤 흥미롭게 읽힌 만큼 당신이 다양한 지식을 예뻐해주길 바란다. 또 누군가의 지식활동에 대해 못되게 말하지 말아주기를 당부드린다. 모든 지식은, 그리고 지식활동은 언제나 '가치가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쓸모없어 보이지만 언제나 쓸모있고 가치있는, '지식'을 얻기위해 노력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심성어휘집에,
더 많은 것을 넣기위해
노력하는 당신을 응원해요!"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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