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SONNET,산울림 고전극장

글 입력 2018.02.09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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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무대에 올리는 레퍼토리 기획프로그램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셰익스피어 기획 무대를 올리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연극으로 돌려낸 무대는 과연 어떤 즐거움을 줄까, 어떤 의외성을 보일지 기대가 되었다. 이번 선정된 다섯작품 중 소네트가 유일한 음악극이라기에 더욱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연극을 보고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기억을 더듬어 조목 조목 연극에서 보았던 것들과 내가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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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소네트 속 무대와 음악

마블링 되어있는 나무판자로 제작되어있는 무대가 사뭇 연극과 잘 어울리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양옆으로 조각나있는 계단과 조각 사이에 조명을 가미하여 분위기를 자아냈다. 조명과 마블링된 계단식 무대가 셰익스피어 소네트에서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요소와 잘 어울렸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에서는 소네트의 요정이 주로 보컬을 담당했다. <요정>에게 주어진 비중에 비해 <어린미숙>과 <중년의 미숙>의 극적임을 음악으로 더해줄 수는 없었나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음악극이라는 장르에서 오는 한계점, 이를테면 대사와 가사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멜로디를 붙여야 하는 요소라든지, 뮤지컬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한 캐치프레이즈라던지 확실한 가사를 던져주기에도 애매한, 그런 다양한 한계들에 대한 최선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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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의 소재와 이야기 그리고 배우

나는 소네트를 생각하며 동시에 클래식 음악형식인 소나타를 떠올렸다. 소네트는 14행 1연으로 이루어진 서정시의 형식이며, 소나타는 ABA'로 불리는 고전음악의 한 형식이었다.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의 시상을 노래하되 기승전결의 방식에 의해 하나의 큰 완성을 이뤄내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네트의 극적 요소를 연극에서는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짝사랑의 고통, 인간의 필멸, 시의 영원성은 대사와 노래로 변주되어, 한편의 서정적인 음악극으로 탄생한다"

- 허영균,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서 나오는 인간의 심성을 따온 것에서 지나치지 않고, 짝사랑의 고통에는 동성과 이성의 사랑이 공존한다. 서로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필멸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부모와 자식 혹은 부부 사이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사랑의 공존과 인간의 이기적이고 한계적인 사랑에 대한 몰이해, 갈등을 우리 세대의 갈등과 다르지 않은 소재로 끌어와 심도 있게 그려낸 작품의 이야기가 참 좋았다. 단적이거나 평면적이지 않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한꺼번에 밀려와 오히려 부담스럽지 않은 요소로 다가온 점이 특히나 좋았다. 사람의 사랑을 이루어주는 에로스의 사랑을 그리는 듯싶다가, 이윽고 아가페적 사랑과 플라토닉 러브까지 그려낸다. 그런 복잡다단한 사랑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있음에도 명료하게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감정묘사가 와닿게 느껴졌다.

극 중 <요정>의 역할이 그들의 사랑을 이루어주는 오작교적 역할을 하는 조연을 담당할 줄 알았던 극의 초반과는 다르게, 극의 끝까지 <미숙>의 곁에 있는 <요정>을 보며 그녀에게 유독 많은 노래를 던져준 점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어떻게든 연결해보려는 노력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한 주인공들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이루어주는 <요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물들 가운데 없지도 않고 늘 존재하는 <요정>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된다. 그녀는 늘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도록 설정된 존재였던 걸까, 설정했던 초기 연출 의도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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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재해석, 연극으로 만나는 셰익스피어의 익숙함이 낯설게 느껴지는 연극. 이런 기획과 무대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 동시대 문학이 고전이자 순수문학으로 읽힐 날이 반드시 올것이다. 동시대문학과 고전이 다른점은 무엇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해보고 창작물로 만들어내는 모든 시도들과 작품들을 응원한다.





글/사진 아트인사이트 박유민



[박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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