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행복하게 함께하기 위하여

'이상한 정상가족' 리뷰
글 입력 2018.02.0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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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가족은 정말 울타리인가
:가족안-자식은 내 소유물

2. 한국에서 '비정상' 가족으로 산다는 것
:가족바깥-'정상'만 우리 편

3. 누가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을 규정하나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만들어진 신념

4. 가족이 그렇게 문제라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가족의 문제'


어느 나라건 가족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속해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난히 그 정도가 심한 것 같다.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다툼이나 폭력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처벌수위도 약하고 신고율도 떨어진다. 사건 자체를 큰 문제거리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심지어 피해자 당사자도 그러하다. 사회를 공적인 영역으로, 가정을 사적인 부분으로 분리해 놓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여론이 뒤집히는 건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될 때이다. 잊을만하면 꼭 새롭게 터지는 아동학대 사건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한다. 끔찍한 아동학대 앞에서 '가족의 문제'를 운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며칠 연속으로 쏟아지는 자극적인 기사 속에서 사람들은 원인을 찾아 비난하기 바쁘다. 기사로 드러난 가족의 형태나 부모의 성향을 문제삼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종종 학교나 이웃에서 충분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각종 예방책과 대책을 늘어놓지만 무언가가 확 바뀌었다는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나도 늘 궁금했다. 아동학대는 왜 발생할까? <이상한 정상가족>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아동학대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공동체에 문제가 생기면 아동이 가장 쉽게 위기에 처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사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부조리한 구조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이 아주 가까운 곳에도 많다는 것이다. 단지 '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서 말한대로 '가족의 문제'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뿐이다. 그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뿌리이자 오랜 시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배타적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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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족은 어떤 모습이고 또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가족의 이미지는 매우 협소하다. 당장 머릿속으로 '가족'을 떠올렸을 때 오랫동안 학습 받은대로 자연스레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삽화처럼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이다. 물론 성인이 된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학습되어 온 가족의 이미지는 강력하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바탕에는 '결혼한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결합만 가족이며 이 틀을 벗어나면 해외든 국내든 입양을 통해 아이에게 '제대로 된' 가족을 찾아주는 게 더 좋다는 인식, 즉 강력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137쪽


<이상한 정상가족>에서는 소외되는 가족의 대표적인 예로 미혼모 가정과 다문화 가정을 든다. 더불어 우리나라 입양제도의 실태를 분석한다. 국내의 입양기관은 대부분 민간 소속이며 그 절차나 사후관리 또한 허술한 곳이 많다. 더불어 입양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이 아닌, 아이를 '정상가족'에 편입시키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다는 점은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책 속 입양 파트의 소제목도 입양, '정상가족'으로 수출되는 아기들 이다. 아이가 '정상가족' 안에서만 행복할 수 있고 또 행복해야만 한다는 믿음은 우리 사회에서 '정상가족'으로 여겨지지 않는 형태의 가족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잘 알려준다. 게다가 선입견이 법을 만드는 것인지, 법이 선입견을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가족과 관련된 각종 법과 제도들은 모두 '정상가족' 에게 맞춰져 있어 실제로 범주를 벗어난 형태의 가족이 아이를 키우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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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 경쟁단위다.

182쪽


그렇다면 이른바 '정상가족'들은 행복한가? 우리는 이 물음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70년대, 8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복지가 모두 가족공동체의 몫으로 떠넘겨졌다. 이러한 배경에서 생겨난 배타적 가족주의는 가족 외의 타인을 배제하여 사회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가족구성원을 개인이 아닌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끌어 갈 톱니바퀴 쯤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개인은 가족의 굴레 안에서 각자의 역할로 힘겨워한다. 출산 및 양육을 지원하는 제도가 많이 나아졌다 해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일을 하면서 동시에 엄마, 아빠 역할까지 맡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또한 어느 시점부터 개인이 아닌 가족이 사회의 경쟁 단위가 되면서 자식에게 과도한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다. 정반대로 아이에게 지원할 여유가 안되는 가정에서는 아이가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기도 한다. 처음 이야기한 아동학대의 뿌리 역시 이 부분에 있다. 아이를 개별적인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로 보는 관점에서 아이는 가족공동체를 높은 사다리로 올려 놓기 위한 도구로 취급되거나 또는 부모의 앞길을 방해하는 짐으로 취급되곤 한다. 이 과정에서 체벌은 쉽게 정당화되고 체벌은 곧 아동학대로 이어진다. 앞서 언급한 '정상가족' 바깥의 아이들이나, '정상가족' 내부의 아이들이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너무나 쉽게 구석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행복하게 함께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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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반에 자리한 배타적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야기를 쭉 읽다 보면 가족공동체 자체에 회의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상한 정상가족>은 가족의 해체를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가족을 이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가족 안에서 개인이 아닌 하나의 도구나 부품에 더 가까웠던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놀랍게도 개인주의와 가족공동체는 양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4부 '가족이 그렇게 문제라면-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에서 등장하는 스웨덴이 이를 증명한다.

하루에 아버지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300분, 그리고 인구 수준 유지가 가능한 2.0명의 합계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스웨덴은 단지 아이만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1970년대, 체벌 금지법이 논의되면서 아동 인권과 관련된 많은 규정 역시 새롭게 추가되거나 바뀌었다. 더불어 육아휴직제도를 마련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등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 역시 법적으로 보장했다. 그 결과, 지금 스웨덴은 가장 개인주의적이면서도 동시에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나라이다. 개인의 삶은 존중하되 그 삶에서 생기는 문제는 집단적으로 해결한다는 사상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모든 사회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 표면에 보이는 부분 하나를 고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스웨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성숙한 가족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종합적인 제도 마련과 법률 개선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며 대통령이 저자에게 격려 편지를 보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은 조금씩 바뀔까? 책에 나오는 스웨덴의 모습이 너무 이상적이라 부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 역시 단기간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에 역으로 희망이 생겼다.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중받는 세상, 가족과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는 세상,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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