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사랑학, 연극 SONNET

사랑에 태연하고 싶은 그대에게
글 입력 2018.02.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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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것은 그 모양이 다양하고 또 시시각각 바뀌어서, 때론 그 달콤함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가도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악마처럼 변해버린다.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이 정체불명의 감정을 우리는 언제나 궁금해한다.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겠지만, 설령 그것이 일반화될 수 없는 것일지라도 자신 나름의 정리를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인과관계를 따져 내린 결론에 다음 사랑을 예측하길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납득할 수 있는 단계까지 사랑을 정리하면서 우리 내면이 한결 짙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끝없이 내 안에서 묻고 답하는 ‘사랑학’을 연구한다.



Review
2018 산울림 고전극장 <소네트>
각본 한상웅, 고다윤
연출 한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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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는 이처럼 복잡미묘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사계절의 특징에 따라 분류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각 계절의 이미지 안에서 사랑은 자유롭게 묘사된다. 이때 항상 주인공의 곁에서 동분서주하는 요정이 등장한다. 요정은 곧 사랑이라는 감정과 동일시되며, 노래를 부르고 사랑을 찬양한다. 즉 사계절을 관통하며 극의 중심에 선 ‘미숙’이 요정과 함께 겪는 사랑의 역사를 펼쳐 보이는 것인데, 봄과 여름의 미숙과 가을과 겨울의 미숙, 즉 결혼 전후 그녀가 겪는 변화 및 당시의 생각이 흥미롭다. 무엇이 그녀에게서 사랑을 앗아간 것일까.

한편, 미숙이라는 캐릭터가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 부여된 세부사항이 꽤 구체적이어서, 그녀의 삶에 기반을 둬 펼쳐지는 사랑에 무작정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는다. 그녀의 가정환경과 성장배경, 가치관은 분명 누군가의 공감을 얻기도, 누군가의 고개를 갸웃하게도 할 것이다. 사실 이 점은 미숙이 아닌 다른 주인공이 서 있다고 해도 변함이 없다. 애초에 사랑이 개인에게 다가오고 나타나는 모습은 제각각이니, 이는 나름대로 수용을 하면 된다. 해당 극의 의미는 그렇게 묘사된 사랑이라는 감정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에 계속해서 깃들어 있던 보편적 감정의 일대기를 찬찬히, 흡입력 있게 관람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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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모두 관람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소네트>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극의 초반 분위기에서 이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무대를 꽉 채우는 미숙과 요정의 생기발랄함이 예상외의 분위기를 끌어냈다. 그렇게 가벼운 듯 부담 없이 무대가 진행되다가도 계절이 바뀔 때를 비롯해 나이 든 미숙이 등장하며 들뜬 분위기를 한 번씩 지그시 눌러준다. 극이 균형을 찾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극 전체를 어우르기 위한 장비를 비롯한 부분은 열악한 환경이 인식되며 조금 떨어지는 완성도를 남겨 아쉬웠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예의 그 싱그러움 및 캐릭터를 살린 배우의 매력적인 연기로부터 흥미가 높아져 개인적으로는 크게 여의치 않을 문제였다. 전반적으로 극이 진행되는 내내 젊은 연극의 느낌이 풍겼다.

“차라리 사랑 안 하고 안 아플래.” 사랑의 계절을 걷는 미숙이 한 말이다. 여름과 가을 경계에 선 미숙은 이미 여러 차례 불신을 야기한 사랑을 다시 한번 저 멀리 밀쳐낸다.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그녀의 내면이 안기엔 사랑이라는 감정은 너무나 혼란하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개인의 정도는 대중을 따지기 힘들고, 오직 나 자신이 느끼는 대로 생각을 거듭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사랑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무뎌지려야 무뎌질 수가 없는 사랑을 고민하며 성숙해지기 위해서. 나만의 사랑학, 나만의 소네트를 완성하기 위해서.




 

산울림 고전극장 - 소네트
-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
 
원작 : 셰익스피어 <소네트>

일자 : 2018.01.31(수) ~ 02.11(일)

시간
평일 8시
토, 일 3시
화요일 휴무
지연 관객 입장은 불가합니다.

장소 : 소극장 산울림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극단 산울림

관람연령
만 12세이상

공연시간 : 90분

문의
극단 산울림
02-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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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자료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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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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