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젠 지쳤다는 당신에게, 타샤 할머니가 : 타샤의 말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는.
글 입력 2018.02.0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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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의 두 번째 달이 찾아왔다. 아직도 2017년이라고 착각하는 스스로인데 시간이 너무나 빠르다. 나는 요즘 들어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무엇으로부터의 회복이냐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지친 마음? 무기력함? 대학생으로서의 일상? 정확하게 무엇이 날 회복을 해야 할 정도까지 힘들게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으니 일단 회복에 최선을 두고 있다.

  회복의 방식이 무엇이냐 물으면 그저 휴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초등학교 때부터 써오던 스케줄러를 일기의 용도로만 쓰는 것’ 정도가 될 것 같다. 하지만 2월까지는 이렇게 지내보기로 타협을 했는데, 바보 같은 나는 그새를 못 참고 또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학원 알바를 알아본 것이다. 다시 떠올려 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쉬고 싶으면서 왜 일거리를 찾아 본거지? 아무튼, 간단하게 쓴 이력서를 몇 군데에 넣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두 번째 면접을 보러 가서야 정신을 차렸다. ‘나 또 못 쉬어?’ 원장님과 어쩌다 보니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며 머리에 스친 생각이다. 그래서 결국 면접을 보러 간 학원에 다시 연락을 드렸다. 못 할 것 같다고. 두 원장님 모두 긍정적으로 대답해주셔서 다행이었지만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었다. 쉬는 방법을 잘 모르는 걸까 싶었다.

  이 일은 고작 3일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타샤의 말이 27일 토요일에 도착을 했고 28일에 모두 읽었다. 쉼의 필요성을 느끼며 마음의 평화를 찾았나 싶었는데, 바로 다음 수요일에 일거리를 찾아나서는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 금요일에 저지른 일을 수습하고는 다시 타샤의 말을 읽었다. 지쳤는데, 쉬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힘든 나에게 타샤의 말은 그런 불안한 마음을 살살 달래주는 힘이 있다. 그녀의 말 속에는 거창한 철학이나 대단한 조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일 뿐인데 위로가 된다. 발걸음을 좀 늦춰도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쉼의 힌트를 찾았다.





#봄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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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아이의 발을 보면 맨발이다.
타샤는 맨발이 날씨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어릴 때 재미나게 보던 책들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 시시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이 즐거운 작품들이 있다. <걸리버 여행기>, <닐스의 대모험>, <로빈슨 크루소>, 특히 <백경>이 그렇다. (중략) 마음속에서 작품이 그려내는 장면들은 결코 잊히지를 않는다.

 
  위의 책들과 더불어 <톰 소여의 모험>, <15소년 표류기>,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모두 다시 읽어도 너무나 즐거운 작품들이다. 책에는 그림 한 점 없지만 그 세계는 온전히 나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으니 언제 떠올려도 생생하다. 이번 휴식 때에 모든 책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 모험을 떠나고 험난한 일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주인공이 다시 되어보아야겠다.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거리를 하는 것만큼이나 완벽한 쉼은 없을 테니까.





#여름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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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게 하는 향을 가졌다는 작약.
나는 향이 진한 꽃은 왠지 모르게 무섭다.


난 고독을 만끽한다. 이기적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뭐 어때서, 오스카 와일드의 말마따나 인생이란 워낙 중요한 것이니 심각하게 맘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 (중략)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그러니 홀로 지내는 것마저도 얼마나 큰 특권인가. 오염에 물들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터지긴 하지만,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해마다 별이 한 번만 뜬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생각이 나는지. 세상은 얼마나 근사한가!


  고독을 좀 즐겨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고독을 즐기기에 가장 완벽한 시간은 새벽이다. 특히 2시에서 4시 사이의 가장 어두운 시간. 하지만 1월의 새벽은 ‘인생을 심각하게 맘에 담아’둔 시간들이었다. 뭐가 그리 고민이 많았던지 잠 못 이룰 정도로 인생이란 것에 의문을 가지고 힘겨워 했다. 마음에 지고 있던 인생의 무게를 조금 더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타샤 할머니의 말대로 인생의 작은 즐거움을 하루하루 느끼기에도 짧은 시간일터. 2월의 고독한 시간에는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스마트폰 속 세상이나, 노트북은 좀 멀리하고 책과 손기록을 가까이 해야겠다.





#가을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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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종을 알려주지 않고 이 종류를 심기를 권하다니!
그래서 그 배나무의 이름이 뭐지요?


사람들은 날 장밋빛으로 본다. 보통 사람으로 봐주지 않는다. 내 본모습을 못 보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우리는 달과 같아서, 누구나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 어두운 면을 지니는 것을.


  타샤 할머니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처럼, 나도 타인의 장밋빛을 더 많이 보곤 한다. 그 장밋빛과 스스로의 어두운 면을 비교하기에 때때로 울적해질 때가 있곤 한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읽고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긴다. 누구나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 고민거리와 어려움과 슬픔이 있을 테니 보이는 밝은 면만을 그 사람의 전부로 기억하지 말 것. 또 그들의 밝음으로 나의 어둠을 더 짙게 만드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 것.





#겨울 - p.14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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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망토를 두른 타샤 할머니와
소복히 쌓인 눈에 다리가 다 잠겨버린 코기.


난 언제나 첫 폭설이 내리기 전에 냄새를 맡는다. 대기 중에 눈송이 냄새가 분명히 배어 있다. 내게는 기쁜 일이다. 눈과 겨울은 대환영이다. 양동이가 꽁꽁 얼고, 불을 지필 장작을 계속 끌어와야 되긴 하지만. 첫눈이 특히 아름다운 것은, 아직 나뭇가지가 얼지 않아 눈이 잘 쌓이기 때문이다. 밤중에 조용히 폭설이 내려서, 아침에 깨면 세상이 변해버리는 게 특히 좋다. 밖에 눈이 많이 쌓인 것은 아침에 침대에 누워서도 알아차릴 수 있다. 눈이 내린 날은 침실에 비추어 드는 햇빛이 아주 다르니까.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달이면 눈이 오는 것이 끝나겠지. 올해 들어 눈을 너무나 좋아하는 내가 눈이 와도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는 것을 글을 읽으며 깨달았다. 자주 또 많이 내린 눈을 가지고 놀아본 기억이 없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겨울이 지나가면 또 아쉬워할 텐데! 하얗게 내리는 눈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 눈으로 장난쳐보는 일. 2월이 다 가기 전에 어디를 급하게 나가는 길에 잠시 기웃거리는 듯한 즐김 말고, 제대로 눈을 만끽해보러 나가보아야겠다.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다해 집중해보는 일도 쉴 때 아니면 언제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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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어머니가 그린 그녀의 남동생 그림의
색감과 느낌은 따뜻한 노란색이었다.


  책을 쭉 읽어오면서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타샤 할머니의 말을 다시 곱씹어 보고, 사진 속 옷과 풍경과 삶의 형태를 살펴보고, 작게 등장하는 그림도 따라 그려보면서 천천히 넘겼다. 그녀의 마지막 말에 이르러서는 책장을 한참을 펼쳐둔 채 읽고 또 읽었다.

바랄 나위 없이 삶이 만족스럽다. (중략)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바로 그런 것을.

  긴 삶을 살아오면서 ‘만족스럽다.’ 는 말을 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 점이 너무나 부러웠다. 삶에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한 그녀의 말에 나는 오랫동안 붙잡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은 다시 힘차게 나아갈 힘을 충전할 시기임을 스스로 알고 있다. 또 쉼의 기간이 절대 멈춰있는 시간이 아닌 것을. 그녀의 말을 통해 얻어 낸 쉼의 방식을 행하면서 2월 한 달간 열심히 회복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젠 지쳤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타샤 할머니가 전하는 말이 이 책에 잔뜩 있으니 한 번 들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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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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