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라면에 파송송]

글 입력 2018.02.0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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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작은 공간, 그렇지만 아늑하고 정이 가득했던 연극 <라면에 파 송송>을 관람했다.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소통하려고 하고, 큰 목소리로 연기하며 자신감을 보여주는 그들에게 감동을 받았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연극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그 진심을 담은 공연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보기 전, 꽤 오랜 시간 동안 연극 관람하는 것을 잊고 살았다. 대학생 때는 시간이 남으면 무조건 대학로에 살다시피 했는데, 요즘은 뜸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내 얘기를 누군가 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만 힘들고, 나만 헤매고, 나만 불안해하는 줄 알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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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연하게도 연극의 처음은 삶에 지친 사람들이 등장했다. 돈이 없는 가장, 겉만 화려한 배우, 헤어진 엄마와 만나고 싶은 고등학생. 그들의 삶은 답답했고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한 라면 가게에서 만났고, 가게 주인 할머니께 아픔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상처 입은 마음이 커서 외적으로는 예민하고 과격하게 반응했지만, 점차 마음을 열었다.

주인 할머니는 그들의 고민을 불평 없이 들어주는 큰 역할을 했다.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치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대해줬다. 정말 우리 할머니같이 포근했고, 극에서 없어서는 안될 큰 존재였다. 할머니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답답했던 것들이 사라지는, 바로 '힐링'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추운 겨울에 밖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어묵 국물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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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고민들로 인해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어떤 선택을 할지 몰라 헤매곤 한다.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하여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걱정인형을 만들어두고 '내 걱정들 다 가져가라~' 하는 풍습이 생겼나 보다. 내 고민은 언제 다 없어질까? 털어놓으면 또 생기고, 또 털어놓으면 생기는 게 고민인 것 같다. 나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주인공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어디든 가서 공연을 합니다. 저번 주에는 교도소에서도 공연을 하고 왔습니다. 저희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갑니다. 공연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그들은 진심을 담아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을 시켜준다. 삶이 무료하고 힘들다면 이 공연을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의 고민이 해결되고 웃게 된다는 것을 통해 생각보다 큰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좋은 공연을 만나서 따뜻한 주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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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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