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녕, 낯선 팝아트! [Hi,Pop 거리로 나온 미술展]

글 입력 2018.02.0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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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POP-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_포스터 02_1127v.jpg



“hello, strager."

영화 클로저의 가장 유명한 대사입니다. 그저 길에서 마주쳤을 뿐인 두 사람은 이 인사로 인연을 맺고, 연인으로 발전하기까지 이르죠. 그만큼 낯선 것에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하는 행위는 중요합니다. 좋은 인사는 처음 마주하는 설렘을 안고있음과 동시에 너무 무겁지도 또 그렇게 가볍지도 않아야하죠. 'HI, POP 거리로 나온 미술‘전을 통해 팝아트가 사람들에게 건넨 인사는 그 ’좋은 인사‘였습니다. 낯설기만했던 팝아트와 첫 연을 맺기에 굉장히 적합한 전시였죠.

그 인사는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시작됐는데요. 로비부터 여러 작품들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거리로 나온 미술이란 부제에 걸맞게 전시장 밖에 걸려있음에도 해당 작품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전동문으로 된 전시장 초입마저 굉장히 ‘pop'하다고 느껴졌죠. 동행이 있었으면 사진을 찍기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배경을 시작으로 전시가 시작됐습니다.

전시는 라우센버그, 리히텐슈타인, 키스 해링, 앤디워홀, 인디애나 총 5명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는데요. 그 중에 인상 깊었던 작가는 리히텐 슈타인과 키스 해링, 앤디 워홀이었습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Hi POP_전시장_03.jpg
 

‘행복한 눈물’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은 사실 팝아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사였습니다. 화풍부터 말풍선, 마치 인쇄를 한 듯 점들이 찍혀있는 것 까지 마치 코믹스를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그의 방식은 굉장히 친근했습니다. 친근한데다가, 한 장 한 장의 그림이 간결하고 아름답기까지 했으니 관람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죠. 그림이 굉장히 간결해보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텍스트들이 들어있었기에 그걸 하나하나 찾아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진 전시장 내부는 그런 그의 만화적인 느낌을 더욱 살려줬죠. 마치 제가 그가 그려낸 그림 속에 있는 듯 했습니다.


2] ROY LICHTENSTEIN_Crak, 1963.jpg


그 의미와는 상관없이 일단 보면 너무 이뻐서 빠져들게 되는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이지만 문득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사회에서 코믹스는 ‘예술’로서 다뤄지지는 않았는데, 그 예술이 아닌 ‘만화’들을 리히텐슈타인이 캔버스로 가져와 그 느낌을 살렸을 때는 예술이 됐다는 게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과 ‘무엇이 예술이 되는가’에 대해서 자주 얘기를 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그러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느 시대에는 소재나 표현 방식에 따라서 예술이냐 아니냐가 결정됐던 반면 현대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있냐’에 따라 같은 것도 쓰레기가 되는지 예술이 되는지 판가름나는 듯 했습니다.



키스 해링


10] KEITH HARING_Lucky Strike II, 1987.jpg
KEITH HARING_Lucky Strike II, 1987


그 다음은 키스해링이었습니다. 리히텐슈타인이 그저 이뻐서 보고만 있어도 좋을 작품들이 많았다면 키스해링의 작품은 어딘지 섬찟한 작품들이었는데요. 아이들을 연상시키는 작은 인간상들이라든가 하는 작품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들은 사실 ‘작품’이라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익숙한 이미지들이었어서 그저 ‘아 이런게 키스 해링의 작품이었구나’하고 깨닫는데 그쳤습니다.

정말 임팩트 있던건 종말 시리즈였죠. 언뜻 만화적으로 그려진 그림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꽤 여러 가지 설정들이 보입니다. 그 각각의 것들은 모두 지구의 종말을 그리고 있었는데요. 예수나, 모나리자의 그림에서 출발한. 즉 소위 ‘명작’이라 불리거나, 평화로움의 대명사라 느껴지는 작품들에서 출발한 종말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을 자아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고있노라니, 정말 종말이 곧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원래 아포칼립스물이나 징그러운 묘사가 들어간 작품들은 잘 보지 못하는데 키스 해링의 작품은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며 각각의 그림이 무엇을 묘사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림 한 장에도 굉장히 많은 모습들이 그려져 있어 흥미로웠지만, 결코 웃을 수는 없었습니다.



앤디 워홀



Hi POP_전시장_07.jpg
 

마지막은 앤디워홀입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인물이기에, 사실 가장 기대되면서도 가장 기대가 되지 않던 작가였죠. 캠벨 수프나 마릴린 먼로 등 어느 정도 작품이 예상이 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역시 거장은 거장인 걸까요. 예상과 달리 앤디워홀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예상 밖의 무언가가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캠벨 수프와 마릴린 먼로가 벽을 한 가득 메우고 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눈으로 마주하는 건 교과서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영감을 선사했습니다.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색깔만 다르게 해서 찍어낸 작품’이라고 그저 들을 때와, 한 벽을 모두 메운 색만 다른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볼 때는 분명 다른 느낌을 선사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전시장에, 한 공간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모두 각각이 의미 있는 작품만을 전시하는 전시장에 그 그림들이 그렇게나 큰 공간을 차지하며 걸려있다는 데서 오는 감동도 무시할 수 없었죠.

캠벨 수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각각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맛의 캠벨 수프들이 한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보며,  몇천을 호가하는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 ‘그림’이 비싸게 팔려나가는 전시장 밖에서 실제 캠벨 수프는 기념품으로 싸게 팔려나갔다는 일화를 듣고있노라면 유쾌하기 짝이 없는 기분이 들었죠. 팝아트가 ‘아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캠벨 수프를 찍어내며 굳이 ‘자신이 찍어낸’ 것에 뭐가 의미가 있겠냐고 했던 앤디 워홀이 인쇄권을 넘겼던 인쇄소와 다투고, 그 인쇄소에서 자신이 넘긴 자료를 기반으로 캠벨수프를 찍어냈을 땐 ‘내 작품이 아님’이라고 서명했다는 일화는. 그러면서도 평생을 관련한 저작권 소송은 일체 걸지 않았다는 일화는 예술의 가치가 무엇으로 결정되는 가에 대해서 고민하게끔 합니다.

딱히 작품이 고민하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작품 자체는 굉장히 쉽고 단순합니다. 그저 보고 즐기기에 좋은 작품들이죠. 하지만 거기에 담긴 여러 일화들은 자연스레 고민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이게 바로 앤디 워홀의 저력 아닐까요? 앞서 다른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들 중엔 앤디 워홀에 대한 존경이 담겨있는 작품들도 종종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알고봐도 신선할 수 밖에 없고, 늘상 다시금 되새겨지는 존재- 정말 누구도 부정 못할 ‘거장’이라는 거겠죠.



안녕, 낯선 팝아트!


거장과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팝아트와 저와의 인사는 끝이 났습니다. 팝아트답게 정말 잘 꾸며놓은 전시장 내부 덕에 ‘인생샷’을 건지러 온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서 전시를 관람하기엔 소란스럽거나 혹은 작품을 감상하는데 사진 찍는걸 기다리고 있어야하는 상황들이 자주 겹쳐서 사실 화도 났던 관람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는 성공적이었습니다. “hello, strager." 인사를 통해 낯선 이를 삶에 들여놓기 시작했던 그들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제게도 낯설었던 팝아트가 제 삶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습니다. 우렁찬 인사와 함께 말이죠.


“Hi, POP!"


[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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