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위로하는 노래들 [음악]

글 입력 2018.02.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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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마음에만 품고 있는 크고 작은 이야기.





나는, 이유 모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평생 혼자일 것 같은 생각.
단순히 이성적인 관계에서의 혼자가 아니라, 모든 관계에 있어 결국엔 혼자 남게 될 것이라는 결론.
그러한 사유의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무엇이 원인인지는 모른다.
그냥,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생각해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에 대해 고민해 본 결과, 그냥 내가 이렇게 생겨 먹은 거라는 것이 결론이다.
이런 나를 굳이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지. 난 이런 사람인가보다 싶을 뿐이다.

 
사실 이에 대해 누군가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본 적이 없었다.
바쁜 일상 때문에 정신 없이 흘러가는 시간인지라 매일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며,
고립감이나 외로움이 종종 나를 끌어내린다는 것을 누구에게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라서.
‘굳이 말을 해야 하나, 다들 각자의 힘듦 속에서 충분히 버거울 텐데.’ 하며
그냥 알아서 추스르며 살아왔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내게 있어 가장 무겁고 어두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그 누구도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때 나는 진짜로 무너질 것 같았다.
가장 어둡고 음울한 모습을 털어놓을 정도로 기대고 싶었던 누군가에게
외면 받는 것만큼 나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없을 테니까.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서 나조차 내가 무서웠을 때, 가까운 친구에게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진지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었고,
자신의 일처럼 고민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너 스스로 만든 벽이 있는 것 같다고,
그 벽을 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해주었다.
그 친구의 진심 어린 충고를 듣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역시나.’

그 친구가 미웠던 것도, 그 친구에게 실망한 것도 아니다.
그냥
‘이런 나를 그대로 그냥 두려는 내가 이상한 건가.
난 해결책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랬던 거였는데'
하는 생각.


원인 모를, 그리고 이해받기 어려운 두려움이 나를 갈아먹을 때마다,
나에게 음악은 그 무엇보다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가 가사와 멜로디로 위로를 건네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나의 외로움에 공감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각자의 외로움, 슬픔, 아픔에 이 시간에도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이 가수를, 이 노래들을 전해주고 싶다.
그들이 나처럼 이 노래들을 듣고 위로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1. 루시아 - 외로워 본



'앞뒤 없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것
기댈 곳도 없고 잡을 손도 없는 것
발 밑이 낭떠러지 같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은
나 혼자 어른의 기분
(중략)
어제가 꿈처럼 아득히 느껴지고
별다른 이유가 없이도
눈물 흘릴 준비가 된 채로
매일 또 억지 하루 살아내는
그대를 누가 손가락질 할 테요'





2. 루시아 - 강



'이별이 이토록 덜컥 우리게 와서
하나였던 둘이를 갈라놓을 수 있을 진 몰랐소
붙잡을 새 없이 떠나 보낸 사람을
아직 내게 이토록 강하게 묶어주는
단 하나의 끈이 오직 슬픔이라면
나는 차마 이 조차 놓치지 못하겠소
(중략)
어느새 그대는 나의 다른 이름이며
뒤집어 쓴 이 허울로 또 하루를 사오
나의 슬픔의 주인
내 눈물의 주인
이 모든 아픈 노래는 그대를 향하네
(중략)
흔해 빠질 만큼 많고 많은 좋은 것
이젠 주고 싶어도 전할 방법이 없소
그 어떤 시나 노래로 설명할 길 없소
무너져버린 자리를 되쓸 수가 없소
아직도 후회는 나의 밤을 물들이며
짖이겨 끈 담뱃불로 또 하루를 사오'


 


3. 이소라 - track 9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나를 어떻게든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중략)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존재하는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뿐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는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
(중략)
이 하늘 거쳐 지나가는 날 위해'





4. 자우림 - 샤이닝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 줄 그 곳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줄 사람이 있을까
(중략)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나를 채워줄 그 무엇이 있을까
이유도 없는 외로움
살아있다는 괴로움
나를 안아 줄 사람이 있을까
(중략)
이 가슴속의 폭풍우 언제쯤 멎으려나
바람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있네'






5. 자우림 - Going Home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안으며
다 잘 될 거라고 말할 수 밖에
더 해줄수 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아 초초해져
무거운 너의 어깨와
기나긴 하루하루가 안타까워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너에게 생기면 좋겠어
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
이젠짐을 벗고 행복해지길
나는 간절하게 소원해본다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내일은정말 좋은일이
우리를 기다려 주기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가장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
이뤄지기를 난 기도해본다'




누구나 외롭다. 인간은 본디 외로운 존재이다.
관계 속에서 함께하는 것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삶의 기본값이 외로움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행복한 상태가 정상이고
그 반대는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나만 그런 것일까 하며 고민하고 아파했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든 지금 드는 생각은
행복하지 않은 것이 불행한 것은 아니며,
행복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생각하는 것과 달리 잘못돼도 괜찮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거 아닐까.
그렇게 살아가다가 종종 마주하는 위로와
행복으로 텅 빈 마음을 채워나가고
그것들을 꺼내보며 행복하지 않더라도
계속되는 일상들을 버텨가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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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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