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드라마]

충분히 착하고, 고마웠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을 보고나서
글 입력 2018.02.0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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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응답하라> 시리즈 신드롬을 일으켰던 신원호 PD의 신작이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로 다시 한 번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감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린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낯설고, 어두운 감옥의 모습을 연상케 하지 않는다. 유쾌하고, 흥미로운 줄거리 배경으로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내며, 신원호 사단의 신작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그랬듯 신원호 PD의 드라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메인 주제로 담고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삭막하고, 냉혹할 것만 같은 교정 생활에서 따스한 희망과 감동을 전하며, 시청자들에게 신원호표 메세지를 던진다. 특히 기존의 감옥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장르물과는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며, 너무 무겁거나 어둡지만은 않은 블랙 코미디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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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하루 아침에 범죄자 신세가 되어버린 슈퍼스타 야구선수 김제혁의 교도소 생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김제혁은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은 감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다시 일어설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문래동 카이스트, 장발장, 유대위, 법자, 고박사, 해롱이 등 개성 넘치는 별명들을 가진 독보적인 캐릭터들의 존재감은 김제혁과 함께 교도소 생활을 실감나게 구현하며,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이루었다.

 그리고 언제나 제혁의 편에서 그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그를 도와주었던 친구 교도관 준호와 팽부장, 제혁의 가족들 그리고 여자 친구 지호는 제혁이 힘들 때마다 그를 위로하고 달래주었다. 제혁이 위험에 빠진 상황들을 마음 졸이며 시청할 때마다, 제혁에게 이들이 있어 참 다행이었고, 고마웠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주연과 조연의 경계를 허물며, 캐릭터들의 특징을 완벽하게 살려내었고, 진정성 있는 명연기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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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혁은 매 순간마다 주변 사람들의 압박과 괴롭힘으로 편치 않은 구치소와 교도소 생활을 해야만 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했기에 제혁은 하루도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없었다. 약자를 보면 도와줬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제혁은 약자를 괴롭힌 강자를 혼내주기도 하고, 옳지 못한 일을 한 자들은 그의 방법으로 대가를 치르게 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이 때론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 것을 알면서도 김제혁은 이를 모두 감수하며 험난한 교도소 생활을 버티고 이겨내었다.
 
 신원호 PD는 "(감옥에) 다녀오신 분들도 자랑스럽게 자신의 얘기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감옥도 사람이 사는 공간" 이라고 밝히며 "감옥이라는 곳을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PD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 작품이었다. 그래서 보는 내내 교정 생활의 이야기가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감옥 안에서 각각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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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혁과 함께 교도소 생활을 하고 있는 2상 6방의 수용자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범죄자가 되어 들어온 이들이었다. 사기, 마약 복용, 폭행, 절도, 살인 등의 죄로 감옥에 들어온 이들 중에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들어온 이들부터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이들까지 누구하나 사연없는 사람들은 없었다.

 김제혁이 감옥 안에서 다시 야구 선수로서 재기를 꿈꾸며 다시 얼어설 수 있었던 것처럼 2상 6방 사람들이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희망과 용기를 갖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은 단순히 범죄자라 해서 그들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게만 하진 않았다. 나 역시 초반에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청하면서 이야기의 결말이 혹여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미화하는 뻔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의심을 품었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간 중간 2상 6방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그동안의 정을 매몰차게 떼어버리는 듯 슬프게 전개되었고, 마지막 회 해롱이 ‘한양’이의 결말은 가슴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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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감빵 생활>은 매 순간 마냥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2상 6방 사람들에게는 늘 슬픈 행복이 함께했다. 범죄자들을 동정하거나 불쌍하게 여기려는 것이 아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목적없이 범죄자들을 미화하지 않았다. 자의든 타의든 그들은 교도소에서 모두 범죄자의 신세로 동일한 대우를 받는 수감자들이다. 그러나 감옥에서 생활하는 그들의 삶의 방식은 모두 달랐다. 이 드라마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을 빌려 이야기하고자 했으며, 감옥이라는 사회를 통해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매우 냉정하게 그들이 처한 상황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으나, 이 드라마는 사람과 사람 간의 이야기, 사회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와 닮아있는 것 같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하고자 했다. 2상 6방 사람들의 이야기는 슬기로운 삶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바람직한 삶에 대한 방향성과 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해 끝없는 물음을 던졌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그런 의미에서 기획 의도와 스토리가 탄탄하게 구성된 웰메이드 드라마로써, 매회 참신한 소재와 줄거리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착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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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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