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르미타시 박물관전, 유럽을 향해 열린 창 상트페테르부르크 [전시]

글 입력 2018.02.0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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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르미타시 박물관전
유럽을 향해 열린 창 상트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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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예르미타시 박물관전은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이란 제목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이다. 전시를 관람하기 전, 작품을 미리 살펴보면서부터 프랑스 미술이 어떻게 하여 러시아에서 그렇게 많은 애호자를 낳게 되었는지, 프랑스 미술의 전시를 열 정도로 많은 작품들을 수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에 입장하기 전부터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다.


예르미타시박물관 겨울 궁전 전경.jpg


전시장에 들어서자, 이러한 나의 궁금증은 자연스레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서유럽, 특히 프랑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활발해진 것은 1717년 표토르 1세의 프랑스 방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표토르 1세는 당시 2개월 가량 파리에 머무르면서 프랑스를 돌아보았고, 특히 베르사유 궁을 두 번이나 방문하며 정원의 규모와 시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표토르 1세가 다녀간 이후에 프랑스의 많은 건축가, 예술가, 과학자들 역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방문하게 되었고, 이는 두 나라의 문화적 교류가 시작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가 수집한 프랑스 미술의 방대한 양 덕분에, 이번 전시에서도 시대 순서대로 4부에 걸쳐 프랑스 미술이 소개될 정도로 다양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러시아의 민족주의 작곡가 중 한명인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란 곡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전시를 관람하는 방식과 다르게,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뿐만 아니라 러시아인이 프랑스의 미술 작품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상상하면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02-로랭.jpg


고전주의, 위대한 세기의 미술이란 제목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연 전시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전주의 양식에서 지켜지는 원리와 규칙성이 나타난 작품들을 먼저 관람할 수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클로드 로랭의 그림이었는데, 하늘과 자연의 모습이 돋보이는, 평화로운 분위기의 그림이었다. 로랭의 그림을 본 러시아의 소설 속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이 광경을 말로는
도저히 전달할 수 없으리라.

바로 여기서 유럽 인은 자신의 요람을,
여기서 신화 속의 첫 장면들을,
자신의 지상 낙원을 상기해 냈던 것이고...
바로 여기서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았던 것이다.

- 표도르 도스토엡스키의 소설 <악령>(1876) 중에서
 클로드 로랭의 그림을 본 스타브로긴의 독백-


그 뒤를 이어 차례로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 속 나타났던 장식적인 색채의 작품들,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의 작품들이 나타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가장 익숙하게 보였던 모네, 세잔 등 현대미술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작품 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작품들의 변천사를 차례로 따라가며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예르미타시박물관 겨울 궁전 내부(대사의 계단).jpg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묘사한 인물들의 말이었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아직 러시아가 아니다. 이 도시는 푸시킨, 또는 아마도 표트르 1세가 말했듯이 유럽을 향해 열린 창이다.
-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

내 생각에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화가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 놀라운 도시를 그려내어 그것을 자연의 거대한 화폭에 창조해낸 표토르 1세이다.
-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인물들의 말 그대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변화하는 시대상 속에서,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서구의 미술들, 그리고 여러 문화들을 접하게 되는 역동적인 장소였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러시아의 한 도시로만 알고 있었던 곳에 새로운 의미를 심어 준 계기였다. 러시아인의 눈에서 본 프랑스 미술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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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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