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쉼표] 여행 그리고 만남

여행 중에 만난 나의 4분쉼표
글 입력 2018.01.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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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 만난 나의 4분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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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은 만남이다. 여행지와의 만남, 여행을 함께한 사람과의 만남, 여행에서 새롭게 알게 되는 나와의 만남이 이어지는 만남의 연속이다. 더군다나 해외에서의 여행은 나고 자란 곳에서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만남들이 더해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한다.

 이런 여행의 매력을 알기 전에, 나는 해외여행을 고대하면서도 낯선 곳에서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주저하기도 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필요했던 것은 틀에 갇힌 나를 깨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틀을 깨고 비로소 여행을 시작했을 땐, 설렘 가득한 만남으로 가득했다. 최근에 다녀온 3박 4일 오사카 여행에서는 어디에서나 잘 먹고 잘 자는, 예민과는 거리가 먼 내 모습을 만났고, 20년 넘게 같은 밥 먹고 사는 친동생의 새로운 모습도 만나게 되고, 가깝고도 먼 나라라 불리는 일본의 하루하루를 만날 수 있었다.

 여행이 주는 행복은 만남에서 그치지 않는다. 만남으로 생긴 앎, 배움, 인연, 추억까지. 여행이 끝난 후 다시 이어지는 일상에서 돌이켜 보면 변함없이 반짝이는 것은 여행만이 지닌 독특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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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내가 만난 일본은 듣던 대로 배려가 넘치는 곳이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경우는 없었고, 큰길의 보도블록은 점자판이 놓여 있었고, 신호등에서는 연신 참새 소리가 났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행객들이 이용하기에도 충분할 만큼 신호가 길었다. 어느 건물이든 입구에 문턱이 없었고, 화장실은 장애인이 사용하기에도 넓고 편리하게 되어있었다.

 3박 4일의 여정이 끝날 때쯤, "장애는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몸을 조금 일찍 깨달은 것일 뿐"이라는 수전웬델이 내린 장애에 대한 정의가 떠올랐다. 개인의 몸을 통제하려는 문화적 요구를 낮춤으로써 일상 속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인과 비노인의 장벽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노인 자살율이 높은 우리나라와 달리, 장수한 사람이 많은 일본에는 이런 문화적 배경과 제반 시설이 한몫했음을 느꼈다. 개인이 한 국가에서 오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늙어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마련된 공공시설과 사람은 누구든지, 언제든지 아플 수 있다는 것을 평상시에도 인지하고 있는 사회의 영향이 컸다. 공공시설을 비장애인 지정 성별 남성 신체에 맞춘 우리나라와는 달리 사회적 약자에게 맞춘 일본의 공공시설은 외국인이며 비장애인인 내가 이용하기에도 무척 편리했다.

 말이 많은 나에겐 삭막하다고 느낄 정도로 조용한 시내의 거리도 어쩌면 사회 속에서 묻히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말을 줄인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일상에서의 작은 배려가 많은 이들이 차별없이 누리는 문화의 시작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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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우리나라로 빗대자면 경주와 같이 역사와 유적지의 도시인 교토를 여행한 날, 그날만큼은 프랜차이즈점 음식이 아닌 일본 가정식을 먹기로 했다. 한국에는 어마무시한 한파가 기승을 부린 날, 교토 시내 한복판에서 얇은 기모노를 입고 추위에 떨며 동생들과 헤매다가 길가에 놓여진 입간판만 보고 마음이 끌려 한 음식점을 가게 되었다.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골목길 중간에 위치한 가게는 일곱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주방과 손님을 잇는 긴 테이블만 놓여 있었다.

 상냥하게 맞아주신 사장님은 일본식 메뉴를 잘 모르는 우리가 주문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반찬에 맞는 그릇을 찬장에서 꺼내어 하나하나 소담스럽게 담아주셨다. 추위로 고생한 것을 잊을 만큼 따뜻했던 그 날의 식사는 3박 4일 일본 여행이 끝난 후 돌이켜 봤을 때 서로의 핵심기억으로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맛도 맛이었지만, 음식점에서 느낀 것은 '정성'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따스히 맞아주시고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눈빛, 음식에 대해 여쭤보면 재료부터 조리과정까지 친절히 대답해주시던 목소리, 중간중간 채워주시는 따끈한 전통 차, 일본을 또 오게 된다면 다시금 방문하겠다고 다짐한 우리에게 손수 가게의 명함을 건네주시던 손길까지 조그마한 정성들로 가득했다.

 일본 가정식은 반찬 하나를 만들어 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 음식을 먹는 사람이 감동할 수밖에 없다던 말을 그제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시간이 걸려 바쁜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점 음식보다 맛있고, 패스트푸드보다 그리운 것은 따뜻한 '정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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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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