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공부할 곳은 어디인가 [문화 전반]

공부 장소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글 입력 2018.01.3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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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초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시절을 겪으면서, 그리고 그 이후의 여러 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디에서 공부를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을 해봤고, 하고 있고,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기에 오늘은 공부를 하는 장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그간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을 다니면서 여러 공부환경을 접했다. 공부 장소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집, 자취방부터 학교 강의실, 학원, 독서실, 공공 도서관, 학교 도서관, 카페 등 생각보다 우리가 공부를 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된 분명한 한 가지는 이것이다. 개인에게 맞는 공부 장소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집에서 잘 되고, 어떤 사람은 탁 트여있는 카페가 잘 맞고, 어떤 사람은 도서관에서 하는 편이 집중이 잘 된다.



독서실과 도서관

 
 사실상 공부를 하기 위해 마련된 가장 정석적인 장소는 독서실 내지는 자습실과 도서관 열람실일 것이다. 우리는 중, 고등학교에서 자습실을 접하게 되고, 이 곳에서 '야간자습'이라는 것을 하면서 칸막이가 있는 공부환경을 접하게 된다. 이 곳이 잘 맞는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외부 독서실을 등록해 이용하곤 한다. 동네의 주민센터에서도 이러한 구조의 열람실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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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칸막이 없이 트여있는 곳도 많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야자(*야간자습의 줄임말)를 경험하게 되면서 칸막이가 있는 학교 독서실을 이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나와는 도저히 맞지 않았다. 이 곳에 앉아있으면 1평도 안되는 공간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 들었고, 숨이 막혔으며, 뒤에서 누군가가 치고 지나가거나 놀래킬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실제로도 학교 안의 독서실이다보니 어깨를 건드려 내게 인사를 건네거나 자꾸 신호를 보내는 친구들이 많았다. 물론 친구들과 함께 있어 좋긴 했지만, 나의 모든 것이 내 시야 바깥에 있어 예측 반경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학교 독서실에서 야간 자습을 했던 학기의 성적은 수직하강했다. 고등학생 시절 성적이 대체적으로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학기는 유난히 심했다. 결국 나는 한 학기만 독서실을 이용하고 그 후로 다시는 칸막이가 있는 일체 공부 환경을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열람실이더라도 칸막이 없이 트여있는 환경은 비교적 괜찮았다. 동네 주민센터에 위의 사진처럼 사람들 사이에 가림막이 없는 열람실이 있었는데, 고3 여름방학 때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이런 곳은 다음과 같은 불편함이 있었다.

 정해진 좌석이 없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 앉으려면 새벽 개장시간부터 와서 줄을 서있어야 한다.(생각보다 주민센터 열람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칸막이는 없지만 아무래도 다같이 공부하는 장소이다 보니,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거나 노트북 타자를 치는 등의 행위를 하기가 애매하다. 그래서 금지되어 있는 곳도 많다.
 다른 사람의 자리와 붙어있어 가끔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리를 옮기기도 뭐하고 공부하는 시간 내내 불편하다.

 위와 같은 불편함 때문에 주민센터 열람실도 그때 이후로는 이용하지 않는다. 독서실과 열람실 같은 공용 공부 공간은 특히 나처럼 남 눈치를 많이 보고 답답한 환경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집 vs 카페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공부가 잘 되는 곳은 카페이다. 탁 트여있고, 뭔가를 먹고 마셔도 눈치가 안보이며, 다른 사람과의 거리도 적당히 멀고, 내 테이블이 있으며, 적당히 시끄러우면서도 조용한, 칸막이가 없는 공간. 어떤 전문가는 사람들이 공부 장소로 카페를 선호하는 이유가 고개를 들어 시선을 옮기는 것만으로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쉽게 전환되서라고 주장한다. 말 그대로 내가 나의 일에 집중할 땐 내 테이블의 영역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조금 쉬고 싶은 느낌이 들 땐 고개를 드는 것만으로도 탁 트인 느낌의 외부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페의 백색 소음이 집중에 좋다는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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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내부


 그렇다면 집은 어떨까. 집은 완전한 사적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집에 있다보면 긴장이 풀어지고 집중이 잘 안된다. 물론 스스로 훈련을 하면 어느 장소에서나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겠지만, 급한 과제가 있지 않은 이상 (컴퓨터 오락, 텔레비전 등의) 유혹이 많은 집안 환경에서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학에 와서는 거의 카페에서만 공부를 했다. 가끔 학교 강의실이나 동아리방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남에게 방해받지 않으면서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카페의 가장 큰 장점인 듯 하다. 요즘은 아예 '스터디 카페', 혹은 '북카페'의 개념으로 공부를 하기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카페도 많다. 하지만 카페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한다면 매일 이용하기에는 돈이 많이 들고, 같은 카페만 이용할 경우에는 질린다는 것이다.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하루 최소 3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혹은 그 이상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카페의 한 자리에서 하루종일 있으면서 끼니를 카페의 메뉴로만 떼우기에는 질리기도 하고,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학기 중에는 그래도 시험 기간이 짤막짤막하게 나눠져 있어 매일 카페에서 공부하는 게 가능했는데, 대학 졸업 후의 장기 공부를 하려니 집에서도 집중을 하는 연습을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다코타 패닝 (4).jpg
... 이미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혹자는 이 글을 보고 "진짜 고수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하는 데 있어, 그리고 그 공부에 집중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설정이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집중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알고 그 환경에 스스로를 집어넣어야한다.

 나의 경우, 공부를 하는데 집중이 잘 되는 환경을 찾았고 그 곳에서 집중을 하는 법을 어느정도 터득했다. 내가 몰입했던 때의 조건과 기분을 생각하면서 집에서도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보고 있다(이를테면 방해받는 요소를 제거한다든지, 작은 과제부터 처리한다든지 하는 등).

 아마 나의 경험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듯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확실한 건 각자에게 맞는 공부환경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주변에서 부모님이 공부를 하지 않는 자신의 아이에게 무조건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라고 핀잔을 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직 공부를 하는 것 자체에 재미가 들리지도 않았고, 어떻게 집중을 해야할 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무조건 갇힌 공간에 가서 앉아있으라고 해봐야 집중이 될 턱이 없다. 우선 자신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재미있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에 몰입하는 연습을 하는 건 그런 경험이 어느정도 축적된 후에 가능한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더 양질의 몰입력을 갖기 위해 스스로에게 여러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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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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