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왜 이별은 아픈가 _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영화]

이별의 고통에 대한 고찰
글 입력 2018.01.3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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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고통스러운가



사실 이 영화를 보며 누군가를 떠올렸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사람이고, 궁상맞게도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 본인의 사랑이야기를 떠올린다. 사람이라면 다 그런것이 아닌가. 아무튼 무언가 공공연하게 ‘괜찮다’고 인정받은 영화를 보고 싶어 택한 것은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션샤인’이었고, 수많은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이터널 선샤인의 소재는 흥미롭다. 이별 후의 치료법과 관련한다. 영화 속 내용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의 것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별에는 수많은 종류의 치료법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더 슬픈 것을 보고 들으며 감정에 빠져드는 사람이 있고, 긍정적인 것을 보며 상처를 치료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튼, 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그 어떤 치료법보다도 극단적인 것을 택한 사람들이었다.

바로, ‘기억 지우기’

기억을 지우다니, 이게 무슨 해괴한 방법인가. 조엘과 클레멘타인도, 기억 상실증에 걸린 다른 영화 주인공들이 이전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힘을 들이는지 보아왔을 것이었다. 그들의 선택은, 영화가 꽤 흘러간 지점부터 조엘이 깨달은 것처럼, 현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힘든 상황에서 사람은 현명하지 못한, 혹은 바보같다고 해도 좋을 선택을 한다. 그만큼 이별은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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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별은 왜 이렇게 아픈가? 삶에서 겪는 여러 사건들 중 하나일 뿐인데, 이 정도로 많은 노래의 소재가 되고, 눈물 흘리게 하고, 기억을 지우는 선택을 할 만큼 고통스러운 이유는 무엇인가. 이 글은 이별이 고통스러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이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사랑을 시작하고 헤어질 것이며, 그만큼 행복하고 다시 아플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프게 되더라도 왜 아픈 지 그 이유를 알고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덜 고통스럽기 위해.



하강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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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가장 관련이 깊은 감정은 '사랑'이며, 이는 꽤 비현실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디즈니 영화에서 진정한 사랑의 키스가 죽은 사람을 살리고, 사랑을 위해 인어가 목소리를 바치고 인간으로 변하는 설정이 있는 것은 비단 우연이 아니다. 사랑에는 그만큼 '비현실적'인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헤어짐은 비현실적인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현실로 하강시킨다. 노래 가사처럼 '별빛을 쏟아내리고 은하수를 만들어 어디든 날아가게 할' 정도의 상승의 감정을 누리던 우리를, 차갑고 담백한 현실의 세계로 곤두박질 치게 한다. 그뿐 아니라, 지금까지 누려오던 그 마법같이 비현실적이던 감정과 기억들을 없던 것으로, 혹은 더 안좋은 것으로 만든다.

이별의 속성은 '하강'이다. 소위 표현하길 '구름 위에 있는 듯'한 기분에 익숙해진 연인들에게, 차가운 바닥의 현실로의 회귀란 기분 나쁘고도 고통스럽다. 사랑을 통해 상승한만큼, 현실로 곤두박질 치기 때문에 이별은 아픈 것이다.



소중한 것을 잃는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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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이전의 상태는 '연애'의 상태이다. 말그대로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는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상태'라는 말과도 통용한다.

이별은 '서로 갈리어 떨어지는 일'이다. 누군가를 잃는 것이다. 무언가를 잃는 것은, 그 종류를 막론하고 슬픔을 야기한다. 우리는 펜 하나를 잃어도 꽤 작은 슬픔과 우울을 느껴왔지 않나. 있던 것이 없어지고, 함께 하던 것이 사라지는 것은 모로보나 부정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던 둘이, 갈리어 떨어지고 상대를 잃는 일은 펜을 잃는 것과 비할 바가 아니다.

이별은, '잃는 일'이며 그 대상이 '소중한 것'이기에 고통스럽다.



강제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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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영화 속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인 '라쿠나'와 같다. 연인 관계 속에서 나누어오던 추억과 감정들을 모두 지우고 없애기 때문이다. 더 이상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아 "내 말 들려요? 기억 지우기 싫다고요!"라고 목놓아 외치는 조엘의 절규에도 라쿠나, 그리고 '이별'은 냉담하다. 뇌를 샅샅이 뒤지고 찾아내, 모든 것을 없애고 지워내도록 한다. 추억과 감정, 그리고 좋았던 모든 것을 지우도록 강제한다.

영화 속의 라쿠나는 자고 있는 하룻밤 사이에 손수 지워주지만, 현실의 이별은 지우도록 '강제'하기만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현실의 이별이 더 냉담한가보다.

인간은 자유로운 선택을 지향하고, 강제에 저항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별'의 상황은 다르다. 그 원인이나 결과나 모두 강제성을 따르지만, 따르지 않을 수 없고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별은 강제적이기에 고통이 수반된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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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별이 아픈 이유에 대해 적어보았다. 이별은 하강이기에, 잃는 일이기에, 또 강제적이기에 아팠다. 이별이 왜 아픈 것인지 궁금해서 적어보긴 했지만, 이별이 왜 아픈 일인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음의 이별이 아프지 않을 것 같지는 않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누린 만큼 더 아플 것이고, 더 높이 상승한만큼 현실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마지막에서 클레멘타인은 사랑을 다시 시작하자는 조엘에게 '난 완벽하지 않아. 당신은 곧 날 거슬려할테고 난 당신을 지루해 할거야'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조엘의 대답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Okay'이다. 괜찮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든, 다시한번 이별을 겪든 괜찮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마음껏 아프고 말겠다. 좋은 사랑은 마땅히 그 아픔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그 끝이 이별이라는 무서운 고통의 무언가라도, 다시 한번 자신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 이터널 선샤인만 보더라도, 사랑은 그만큼 가치가 있을 만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신이 사랑을 원하는 누군가일 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미지는 모두 캡쳐하여 첨부합니다.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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