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후의 명작, 한국의 근현대 화가를 만나는 행복

위대한 한국 작가들과의 유쾌한 만남
글 입력 2018.01.2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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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당당히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던 한국의 거장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였다.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똑같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 작가들이 표현한 세계가 모두 겹치는 것 없이 독특하다는 것이다. 현대미술이 지닌 매력이 이렇게 큰 감동이 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다양했고, 작품을 보면 아 한국작가의 작품이겠거니 싶을 정도로 한국적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음미할 수 있었고, 이 전시의 주인공인 작가들을 알아가야겠다고 싶었던 불후의 명작. 앞으로 한국 작가들을 더욱 관심있게 바라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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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6)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혼자 세계일주를 하며 활발한 작품생활을 한 천경자 작가의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만이 가득하다. 생명력이 넘치는 아프리카의 초원에 있는 동물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인을 위로하는 듯 모두 정적이고, 여인을 태운 코끼리는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 혹자는 이 작품이 작가의 인생 속 아픔과 고난, 그리고 예술을 통해 얻은 자유를 표현했다고 하지만, 어느 작가가 인생에서 힘듦이 없었으며, 예술로 자유를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을까. 다른 대륙과는 달리 아프리카 여행을 마친 천경자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 것만큼 요행은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생각하고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봄눈처럼 허망하게 사라질 수도 있고, 다이아몬드처럼 튼튼하게 광채를 낼 수도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양쪽이 다 흐뭇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천경자 -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자서전)

위 작품과 같은 이름으로 자서전이 있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작가의 삶은 어떠했는지, 여행으로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표현했는지 더욱 더 궁금하기에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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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 아기예수의 탄생 (1952-1953)


6.25 전란 중에 독일 선교사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려보라는 제의를 받아 1년여 만에 완성된 작품인 예수의 생애는 판화 총 30점으로 대단히 한국적이다. 어릴 적 고열을 앓고 들리지도 말할 수도 없는 삶을 산 김기창은 작가 생활과 더불어 신앙생활도 이어갔다고 한다. 그가 이해한 성경 속 풍경은 그의 손끝에서 새롭게 탄생했다. 베들레헴의 마구간은 외양간으로, 마리아는 저고리를 입고, 요셉은 갓을 쓰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한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들은 마리아의 출산을 도와주었을 산파들로 표현되었고, 이들은 저마다 축하 선물을 들고 있다.

전쟁 중에 예수의 일생을 그린 운보 김기창의 심정은 어땠을까. "예수의 고난이 우리 민족의 비극과 비슷하다."는 말을 남긴 그의 일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당시 심정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며 민족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려낸 작품들은 이후 끊임없는 찬사와 인정을 받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실물로 접하면서 크게 감동하였다. 성경을 표현한 그림들을 보면 지리적, 문화적 배경이 내가 자라온 이 땅의 배경과 상당히 달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 김기창의 작품들로 성경 속 내용들이 쉽게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조선 말기부터 전해져 온 그리스도교가 당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때 이렇게 받아들여졌겠구나, 싶었다.

상당히 한국적이면서도 따뜻하게 표현된 예수의 생애 작품들은 피난을 하기 위해 김기창이 처가인 군산에서 머무르며 그려졌다. 전쟁으로 힘든 시기였지만, 처가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냈기에 이런 그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신여성 도착하다展>에서 알게 된 김기창의 아내인 우향 박래현은 그 당시 일본 유학을 마치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화가로 청각장애인 김기창과의 결혼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둘은 결혼 이후에도 부부 작가전을 수차례 할 정도로 서로의 작품 생활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2주의 텀을 두고 박래현의 작품과 김기창의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이 부부의 숱한 작품들을 같이 보면 또 어떨까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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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내가 그토록 감명받았던 운보 김기창의 작품 - 예수의 생애 30점을 다 볼 수 없었던 점이다. 확장공사 이후에 무엇이 문제가 생겼는지 예수의 생애는 세 점밖에 볼 수 없었고, 전시 구성도 전시 팜플렛과도 조금씩 달랐다. 운 좋게 시간이 맞아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지만, 그래도 전시 작품 자체가 적어 30분도 되지 않은 설명으로 아쉬움이 가득했던 전시였지만, 1층에서 전시 중인 사랑의 묘약 전시 관람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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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작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서 마주한 문구다. 큐레이터 분의 설명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과도 같다. 우리는 종종 '미술'하면 서양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작가들을 떠올리지만,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 이렇게 뛰어난 작가들이 많았고,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작가들이 많다는 것. 이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감사한 일이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 전시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한국의 작가들과 작품들을 알게 되어 행복을 누린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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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작 展
- The Masterpiece -

# 전시일자
2017.12.08(금) - 2018.06.10(일)
* 매주 월요일은 휴관

# 장소
서울미술관 제 3 전시실

# 문의
서울미술관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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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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