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냄새 나는 레시피 - '킨포크 테이블'

글 입력 2018.01.2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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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FOLK]
사람냄새 나는 레시피
- 킨포크 테이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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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킨포크는 우리들의 일상을 투영하되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캐주얼 잡지이다. 절제된 글과 감각적인 사진으로 새로운 삶의 태도를 제시하는 킨포크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빠름에서 느림으로, 홀로에서 함께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바꾸고 있다.

 프리뷰를 통해서도 살펴보았던 것처럼, 킨포크가 첫 단행본으로 왜 <킨포크 테이블>을 선택하였는가에  주목하여 살펴보았다. 역시나 <킨포크 테이블>에는 킨포크의 철학이 너무나도 잘 담겨 있었다. 책에 나온 레시피 자체는 매우 간단했다. 요리에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처음엔 정말 이 레시피를 보고서도 요리를 할 수 있는지 자체가 궁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레시피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각자의 삶'이 담겨있었다.


작은 아파트에 모여
음식을 해 먹으며
식사 에티켓이나 격식을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파티를 즐기던
'네이선 윌리엄스'의 '새우 셰비체'

고향 뉴올리언스의 전통 음식을
아버지가 직접 변형하여 요리를 해주어서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던 '새우 바베큐'를
소개한 '애리얼 디어리'.

생일날 먹을 수 있었던
어머니만의 케이크 레시피를
공개했던 '제스 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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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포크 테이블>의 레시피에서는
단지 음식 냄새뿐만 아닌,
사람의 냄새가 났다.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 이 책을 평범한 레시피 책으로 볼 수 없었다. 레시피가 나오긴 했지만, 이 책은 결코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다. 나아가 사람과의 대화에 가치를 두고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며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자 하는 킨포크의 가치가 그대로 묻어났고, 그 어느 인문학 도서보다도 절제된 글과 사진으로 더욱 다양한 생각을 가능하게 했던 책이었다. 그 생각 또한, 단지 요리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사람이 먼저 떠오르게 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최근 생활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물론 여러 이유를 댈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최근엔 좀처럼 여유를 가지고 식사를 즐겨본 적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빨리 배고픔을 지우고 할 일에 몰두하기 위한 것 뿐이었다. 어쩌면 킨포크에서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이 책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이번 리뷰글을 기회로 삼아 <킨포크 테이블>을 접하고 킨포크가 추구하는 하는 스타일에 따라 나의 이야기가 담긴 음식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언제나 간식으로 애플파이를 먹으며 자랐던 '애쉴리 오웬스' 처럼, 수많은 종류의 디저트를 즐기며 행복해했던 '릴리 올드'처럼, 나의 음식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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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겹살, 김치찌개, 파스타, 치킨 등 종류를 불문하고 다양한 요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 이거다!'싶었던 것은 어머니가 해주시던 김치비빔국수였다. 일단 개인적으로 김치를 너무 좋아했다. 김장을 내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우리 집 김치에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적에는 밥과 김치만 있어도 밥을 싹싹 비벼 먹고는 했으니 반찬투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면을 굉장히 좋아했다. 우동, 라면, 칼국수 등 면이라면 시도 때도 없이 먹다 보니 밀가루 중독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그 두 가지 조건에 걸맞은 나에게 환상적인 음식이 바로 김치비빔국수였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특별한 날이면 어머니는 나에게 '김치비빔국수'를 선물했다. 생일날, 시험이 끝난 날, 기분이 좋은 날, 그런 날은 '김치 비빔국수를 먹는 날'이기도 했다. 그 맛 좋은 어머니표 김치비빔국수를 먹을 때마다 '만약 가게를 차렸어도 대박이 났을 거다'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아들만 잘 먹으면 됐지 누굴 해주느냐'라고 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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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분 기준)

참기름 반 숟갈
간장 두 숟갈
설탕 반 숟갈
&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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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주로 듣던 때의 기분, 분위기 등이 떠오른다. 예컨대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들었던 잔잔한 음악들은 지금도 나에게 행복했던 여행의 여운을 남겨준다. 음식도 그러한 것 같다. 좋은 날, 기쁜 날 먹었던 음식은 언젠가 다른 날에도 그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 같다.

 킨포크가 제시했던 '빠름에서 느림', '홀로에서 함께', '복잡함에서 단순함'이라는 메시지는 <킨포크 테이블>에서 더욱 확대되었으며, 나에겐 '사람들의 행복한 기억'이라는 메시지로 다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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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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