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KINFOLK table : 녹아 들고 싶은 그들의 삶과 음식

레시피를 너머
글 입력 2018.01.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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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의 3번째 책인 KINFOLK TABLE. 즐겁지만은 않았던 작년 크리스마스에 받게 된 이 책은 그때를 보상해주는 듯 너무나 큰 즐거움을 주었다. 킨포크 테이블을 다 읽고 (36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양장본이지만 야금야금 읽다 보니 어느새 끝에 다다라 있었다.) 떠오른 생각 두 가지. ‘Kinfolk 1권의 프리미엄 버전 같은 걸?’, ’시도해 볼 레시피가 너무 많다!’ 그저 좋다는 뜻이다.

 킨포크 테이블은 총 4개의 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이야기와 레시피를 담아 챕터로 구성했다. Brooklyn, Copenhagen, The English Countryside, Portland. 그리고 다 싣지 못한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챕터 The wandering Table까지. 각각의 지역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이야기와 레시피를 한 개씩 꼽아보았다.

 

< Brooklyn >


“브루클린에 처음 갔을 때, 거리에 죽 늘어선 상점들을 다니면서 구경했던 일이 기억난다. 이 상점들은 모두 거리가 아닌 다른 세상으로 열린 문 같았다. 이쪽에서 커민과 사프란 향이, 저쪽에선 마늘과 고춧가루의 냄새가 났고, 모퉁이마다 커피 내리는 향이 나를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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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과 애쉴리 오웬스

 음악가, 예술가, 패션디자이너인 샘과 애쉴리는 이야기꾼이라고 한다. 그들을 찾아간 이들에게 어린 시절에 먹었던 음식과 가족의 전통과 관련한 기억들을 자주 이야기 해주었고, 또 그 직업 또한 그들의 기억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창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들은 ‘Apple Crisp’의 레시피를 건네주었는데, 두 사람 추억의 교집합의 결과물인 것이었다. 애플파이를 먹으며 자랐으며, 생일 케이크 대신 파이를 먹자고 하는 샘, 에쉴리의 할머니께서 항상 해두시던 애플파이. 시간이 흘러 현대의 삶의 방식에 맞추어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애플 크리스프. 왠지 나조차도 없던 애플파이의 추억이 생기는 듯 하여 애플 크리스프의 레시피가 더 끌렸던 것 같다.



< Copenhagen >


“덴마크 사람들의 문화 속에 ‘휘게’가 깊게 스며 있고 언어에도 뿌리 깊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내게는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다 해도 나도 그들처럼 ‘휘게’의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코펜하겐에서 지내보니 이 아늑함의 예술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재하는 것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하게 일상을 만들어가고 이를 즐기는 데서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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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브리튼

 식사를 하기 전에 잠시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는 사라는 어떠한 종교적 의미도 기도도 아닌 그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더 즐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쳤고 본인에게서도 빛이 난다고 할 정도이니 생생한 에너지가 글을 통해서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물론 그녀의 사진이 있긴 했지만!)

 사라가 알려준 레시피 중 하나인 매콤한 초콜릿 무스가 참 새로운 음식이었는데, 이름은 익숙할지라도 재료가 참 그녀다웠기 때문이다. 식용 대마씨(생 아몬드, 생 캐슈넛, 생 해바라기 씨로 대체가 가능하단다.), 코코아 파우더, 바나나 꿀, 고춧각루, 생강, 소금을 한데 모아 믹서기에 갈고 물로 농도를 맞추면 끝이라고 한다. 소금과 후추 간을 한 아보카도가 아니면 먹지 않는데, 결과물이 초콜릿 무스이니 시도해 볼만 하다. 고소한 맛이 나지 않을까?



< The English Countryside >


“음식을 만들 때는 재료를 많이 쓰기보다 자기가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 상인으로부터 구입한 최고의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여기 소개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당한 경로를 통한 재료구입에 큰 가치를 두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요리를 푸짐하게 차려 나누어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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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 톰 허버트

 홉스하우스 베이커리와 정육점을 5대째 이어오고 있는 안나와 톰은 텔레비전 방송에서부터 요리책, 카페에 이르기 까지 허버트 가족은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부부는 4명의 아이를 두고 있는데 빵을 구울 때면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을 내다가도 바로 나가 나무에 기어오르기 까지 활발한 삶을 살고 있다. 글을 쓰는 이마저 그 일원이 되고 싶게 만드는 가족이라니, 정말 사랑스러운 듯싶다.

 부부가 소개한 레시피 ‘Marefield Pie’는 톰의 조부모님께서 사신 마을의 마음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 방문하였을 때에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파이라고 한다. (그의 요리는 전부 ‘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톰과 그의 형제들은 결혼식이나 크리스마스 같이 특별한 날 이 파이를 만들어 먹으면서 할아버지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떠올릴 음식과 그 음식을 특별한 날 다 같이 모여 앉아 나누어 먹으며 그를 추억한다는 건 쉬워 보여도 어렵다는 걸 안다. 여러 의미로 부부가 대단해 보였다.



< Portland >


“이곳 사람들은 소박한 방식으로 친절하다. 길을 건널 때는 손짓만 하면 되고, 자기 애완견을 쓰다듬도록 해주고, 끊어진 자전거 체임을 고쳐주기도 한다. 물로 그럴 때는 집에서 볶은 커피콩을 답례로 받기도 한다. 음식 가판대와 마켓들이 포틀랜드의 매력적인 첫 인상이었다면, 우리를 오래도록 이곳에 머물게 하는 건 이곳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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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와 윌 일리 루오마

 완벽주의의 커피 로스터인 이 커플은 최신의 기술과 가장 기본적인 기술을 함께 사용하여 완벽한 한잔의 커피를 만들어 낸다. 로스팅 회사를 시작한지 3년 만에 커피콩을 미국 전역에 배송하게 된 그들의 커피가 궁금해졌다. 이들은 쉴 때에는 주로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집에서 뭘 해먹을까 서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소개된 ‘Pulla’라는 핀란드 디저트 빵은 반죽이 발효될 때까지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저 ‘1시간 정도 둔다’라고 쓰여있었지만 이 시간동안 레베카와 윌이 무엇을 할지 눈앞에 그려졌다. 커피를 직접 내리고, 뜨거운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1시간이라는 여유를 가지고 그 시간을 즐기는 그런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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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해줘!” 웃긴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 사이에 있었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다. 맛있는 음식과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2시간이던 3시간이던 길어져서, 헤어짐의 순간에는 목이 조금 아파오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SNS를 통해 올리는 만들어진 일상보다는 ‘아!’하고 떠올라 전하게 되는 가벼운 이야기들이 더 반갑고 좋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약간의 목 아픔은 감수하고 그 시간을 즐기게 된다.

 KINFOLK Table은 생판 모르는 바다 건너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지만, 책을 읽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그들 옆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직접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오롯이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자주 펼쳐보고 싶은, 갑작스런 방문에도 부담이 없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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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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