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Hi, POPopular!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

글 입력 2018.01.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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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의 근간이 되는 체제에도 탄생과 전성기가 있다. 시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자본주의의 탄생은  증기기관차, 방직 공장 따위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을 떠오르게 하는 한편, 자본주의의 황금기라 하면 그 기억은 세계 최악의 전쟁이라 불리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대규모의 전쟁은 누군가에겐 악몽이었으나 누군가에겐 호재였다. 폐허가 된 땅은 기회로 넘쳐흘렀고, 전후 복구 사업으로 몇몇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였다. 전후 초강대국으로 우뚝 선 미국은 대내적으로는 대규모의 복지 정책을, 대외적으로는 교역을 장려함으로써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룬다. 국가 차원의 부가 축적되다 못해 각 가정에 TV와 세탁기가 보급되었고, 흥겨운 음악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으며, 성장의 물결은 지칠 줄을 몰랐다. 1950-60년대의 미국은 그랬다. 역사 속 그 어느 시대보다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웠던 시절이었고, 대중은 끊임없이 소비를 탐닉했다. 어쩌면 리차드 해밀턴과 에두아르도 파올로치 등이 활동했던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pop art(popular art)가 미국에서 꽃을 피운 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을지 모르겠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도 이제 '제3의 물결'이 그러했듯 단물빠진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자본주의의 종말이 도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확실히 세상은 전과 달리, 전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대량생산과 자본주의, 그리고 소비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달리는 버스처럼 폭주하는 사회에도 관성이란 게 있어 아무리 파도가 와서 밀어닥친다 한 들 한꺼번에 모든 게 뒤집어지지는 않는다. 이제껏 등장한 수많은 예술사조 중 팝아트가 비교적 익숙하게 다가오는 건 단순히 그 시기가 오늘날과 근접해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팝아트가 태동하던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고 끈끈한 연속선상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Hi, POP‘이라 인사를 건네는 M 컨템포러리의 전시< Hi, POP!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 >에 우리의 시선이 쉬이 꽂히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다.


Hi, POP-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_포스터 01_1127v.jpg
 

 본 전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부터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로버트 인디애나, 로버트 라우센버그에 이르기까지 팝아트를 대표하는 5명의 예술가들의 작품 160여 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해 올해 4월 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인 전시는 팝아트 운동이 부흥한 뉴욕과 더불어 벽이 아닌 '공간'을 과감히 선택한 이들이 삶 곳곳에 산재한 다양한 일상과 그 안에 존재하는 사물, 대중매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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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그림과 영화와 나를 보면 거기에 내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어요." 앤디 워홀이 남긴 말이라고 한다. 보이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줬을 뿐이라는 그의 발언은 팝아트에 대한 조금 더 시사적인 평가, 즉 '빠르게 소비되고 흘러가는, 실제와 복제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예술'이라는 시각과는 분명한 대조를 보인다. 그 의도를 떠나 이들의 작품이 추상미술이나 인상주의 사조와는 달리 우리네 삶, 그 테두리 안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 팝아트의 본질이다.

 거리로 나온 미술이 하나의 굵직한 예술 사조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그 험난한 여정, 낯익은 풍경을 함께 한 다섯 명의 예술가들. 버드나무처럼 서서 현대 예술에 넓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들의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자본주의의 맹주인 한국 사회의 단상을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그들이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건넬지도 모르는 일이다.  Hi, POP(ular) 라고.



Robert Rauschenberg 로버트 라우센버그, 콤바인의 우연


 버려진 사물을 조합하는 새로운 방식의 콜라주, 회화와 조각을 결합한 라우센버그의 콤바인에서 중요한 요소는 우연성이다. 임의로 선택한 이미지와 사물들 위로 물감이 흘러내리면서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지워진다. 이는 예술과 삶 사이의 틈에서 작업하는 작가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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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Rauschenberg, Tate,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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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Rauschenberg, The Fest, 1991-1992



Roy Lichtenstein 로이 리히텐슈타인, 말 풍선과 망점


 신문 제작에 쓰이는 벤데이 인쇄 방식을 작품으로 처음 들여온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대중문화의 통속성을 작업에 담기 위해 만화를 이용했다. 단순한 화면 구서오가 익숙한 이미지는 "마음껏 가지고 놀기"에 좋았던 것이다. 검은 윤곽선과 원색 사이를 채우는 거대한 망점과 말풍선에서 그가 던지는 블랙 유머를 찾아보자.


1] ROY LICHTENSTEIN_Girl with Hair Ribbon, 1965.jpg
Roy Lichtenstein, Girl with Hair Ribbon, 1965
 

2] ROY LICHTENSTEIN_Crak, 1963.jpg
Roy Lichtenstein, Crak, 1963



Keith Haring 키스 해링, 마커펜과 낙서


 뉴욕 지하철역, 비어있는 광고판에 검은색 마커펜을 든 남자, 그곳을 실험실이라 불렀던 거리의 예술가. 춤과 음악을 사랑하던 키스 해링의 전시공간은 클럽이 되었고 그가 전하는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는 미술관 외벽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졌다. 그의 낙서는 예술이 되고 삶은 파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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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Haring, Three Eyed Man,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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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Haring, Lucky Strike ll, 1987



Robert Indiana 로버트 인디애나, LOVE와 Number


 "사랑은 모든 삶의 모든 양상을 담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곧 팝이다" 로버트 인디애나를 위한 수사는 LOVE 하나로 충분하다. 그에 의해 대중문화 속 기호가 예술이 된다. 날카로운 색의 대비는 평면을 조각으로 착각하게 하고, 조각을 하드에지로 변신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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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Indiana, Classic Love,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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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Indiana, Marilyn-Norma Jean, 1951



Andy Warhol 앤디 워홀, 꿈의 공장 팩토리


 "미래엔 누구나 15분 동안은 유명해질 것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재클린 케네디와 같은 유명 인사와 캠벨 수프, 브릴로 박스처럼 일상용품의 차이가 사라진다. 모든 것은 기호가 되고 상품이 된다. 그의 스튜디오 팩토리는 그야말로 꿈의 공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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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Beethoven ll. 392,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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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Goethe ll. 271,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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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소
M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관람 시간
평일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주말 오전 11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휴관일
매월 둘째, 넷째 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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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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