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쉼표] 일상 그리고 문득

문득 바라본 나의 일상 속 4분쉼표
글 입력 2018.01.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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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바라본 나의 일상 속 4분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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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누군가 요즘 나의 일상을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나의 핸드폰을 보여줄 것이다. 10년 전, 아니 5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 이토록 내 삶을 지배하지는 않았고, 다만 필수품일 뿐이었다.

 지금의 일상 속 나는 스마트폰을 통해 해외에 있는 친구와 실시간으로 채팅을 할 수 있고, 무작정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은행에 가지 않고도 카드를 발급받을 수도 있게 되었다. 굉장히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스마트폰에 지배당한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기술 중심적인데도 나의 일상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라는 것이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채팅보다는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하고, 사진은 디지털카메라 느낌보다는 필름 카메라 느낌이 나도록 찍고, 누군가를 위한 선물은 꼭 손수 포장을 해야 하고, 기념일에는 꼭 자필로 편지를 써야 하는 등 굳이, 번거롭게 일을 벌이고 나서야 마음이 편하다.

 소중한 사람과 있을 때는 디지털 기술 따위 무슨 소용이 있으랴. 마음을 편하게 이끄는 아날로그적 일상은 기계의 작동과는 별개로 움직인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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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핏


 2017년 제일 많이 들렸던 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말이고, 이제는 유행어를 넘어서 일상어가 되어버렸다. 이 말의 뜻을 알아버린 후에는 누가 '스튜핏'이라고 외칠 때마다 흠칫할 때가 종종 있다. 나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공에 따른 삶을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SNS를 통해 퍼졌던 때가 있었다. 그 말에 따르면 소비자학을 전공하는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소비다. 부정할 수 없어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소비할 수밖에 없다. 소비하되 합리적으로 소비를 하라는 교과서적인 멘트를 전공 수업 내내 듣고, 환경을 위해서 과소비를 지양해야 하고, 소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들거나 자신이 가진 것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게끔 만드는 광고를 경계하는 자세를 배우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계속, 쭉, 꾸준히 스튜핏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나에게 희망이 있을까. 고민해보다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소비자학에서 바라보는 소비의 범주는 '구매-사용-처분'의 전 단계를 포괄한다. 돈은 잘 모으지 못하고, 미래가 아닌 오늘의 행복을 추구하며 먹고 싶은 거 먹고 즐겁게 살되 값싼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신중하게 구매하고, 아껴 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며, 알맞은 때에 알맞은 방법으로 버리는 것으로 나만의 소비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이 기준이 나를 행복한 스튜핏으로 살게끔 도와 줄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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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알바러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라는 망언이 퍼진 세상에서도 나는 끊임없이 바쁜 꿀벌로 살아왔다. 수능 이후부터 각종 식당 서빙, 학원, 콜센터, 공장, 편의점, 각종 판촉 프로모션, 학교 근로, 멘토링 등 다양하게 아르바이트를 해 오면서 자칭 '프로알바러'가 되었다.
 
 또래들이 경험 삼아 해보는 일이 내게는 일상이라는 그 사실만으로 한때는 아르바이트로 내 젊음이 다 소모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의 너울이 밀려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한동안 애달픈 마음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도 이렇게 살아온 나는 남다를 거야,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더 아는 사람일 거야 되뇌며 힘을 내기도 했다.

 아르바이트하는 삶이 내 일상이 되고, 이것을 인정하고 난 다음에는 제3의 눈을 뜨게 되었다. 얼마 안 되는 아르바이트를 수입에서 또 얼마 안 되는 돈을 조금씩 모아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꿈꾸는 것, 그리고 나의 아르바이트 노동 경험을 글로 표현해 아르바이트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노동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미리 알리는 것.

 비정규직 천만인 시대가 코앞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청년들이 파트타이머/아르바이트노동자로 일하기에는 해당 직무와 관련된 정보나 노동법규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생계유지, 용돈 벌이, 여행자금 마련 등 다양한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에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담이 공유되어야 할 것이다. 부디 끈기 있게 내가 경험한 것들을 온전히 풀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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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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