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암울했던 그 시대, 1987 [영화]

모두가 뜨거웠던 1987년의 이야기.
글 입력 2018.01.17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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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여러분은 현재 상영중인 영화 '1987'을 보셨나요?
현재 평점 9점을 웃도는 좋은 성적으로 많은 분들이 이미 보셨거나, 보고자 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의의도 좋고 많은 분들이 보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 오피니언의 주제는 영화, 그 중에서도 '1987'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아직 극장에서 상영중인만큼,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는 제외하였습니다.



Synop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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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사망한다. 증거인멸을 위해 박처장(김윤석)의 주도 하에 경찰은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최검사(하정우)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이어가는 경찰. 그러나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키고, 사건을 취재하던 윤기자(이희준)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한다. 이에 박처장은 조반장(박희순)등 형사 둘만 구속시키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
 
한편, 교도소에 수감된 조반장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이 사실을 수배 중인 재야인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카인 연희(김태리)에게 위험한 부탁을 하게 되는데…
 
한 사람이 죽고,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뜨거웠던 1987년의 이야기.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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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뜨거웠던 1987년의 이야기라는 마지막 말이 왠지 모르게 가슴을 울립니다. 1987년의 그때, 모두가 한 뜻을 품고 불의에 맞섰던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과 권력 수뇌부, 이에 맞서 각자의 자리에서 신념을 건 선택을 했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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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했던 날을 배경으로 합니다. 불의에 맞서던 수 많은 대학생들의 의문사처럼 박종철 학생도 그렇게 묻혀 지나갈 수 있었지만 그 시대 모두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하나의 목소리가 둘이 되고, 둘이 열이 되면서 거대한 나비효과를 몰고 왔습니다. 한 젊은이의 죽음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으로 확장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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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졸지에 시신으로 돌아온 스물두 살 아들을 차갑게 얼어붙은 강물 속에 흘려 보내야 했던 한 아버지의 슬픔에서 시작됩니다. 공권력의 상징인 대공수사처장(김윤석), 화장동의서에 날인을 거부한 검사(하정우), 진실을 보도한 기자(이희준), 막후에서 진실이 알려지는데 기여한 교도관(유해진)과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하는 이들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평범한 대학생(김태리), 이 밖에 박처장의 명령을 받들다 더 큰 목적을 위해 수감되는 대공형사(박희순) 등 각자 다른 위치에서 부딪히고 맞물리며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격동의 6월로 완성됩니다. 아마 그 때의 광장에서의 울림은 이들 중 한명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뤄낼 수 없는 성과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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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굵직한 역사들은 대부분 서민들의 의지로서 가능했습니다. 멀게는 동학농민운동부터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를 제재하기 위한 촛불시위까지 우리는 역사의 흐름속에서 한 명의 위인이 활약하는 것 보다 국민들의 협동심으로 이뤄낸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죠. 1987년 또한 그렇다. 우리의 부모님세대는 그 세대를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암울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로 하여금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유독 국민들의 활약이 역사의 파도를 몰고 오는 순간들이 많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바로 내가, 바로 나의 부모님이 바꾸고 만들어낸 민주주의의 역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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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는 배경이 되던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당시로 돌아가게 하는 설득력 있는 시간 여행이 되어야 하고,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관객층에게는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과 인물의 속성을 동시에 보여줘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맡았습니다. 사실적인 접근과 드라마틱한 연출 모두를 잡아야 하는 것이죠. 그 균형이 조금이라도 무너지게 된다면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에 진정성이 떨어지거나, 이 시대를 살지 않았던 젊은이들에게는 흥미를 잃게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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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우형 감독은 때로는 마치 드라마처럼 때로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우리에게 화면으로 다가옵니다.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 표현을 프로페셔널하게 카메라에 담아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적인 접근으로 시작한 <1987>은 시간이 갈 수록 많은 인물들이 쌓여가면서 드라마의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실제 사건의 재현과 그 안에서의 드라마 등 쉬이 보면 섞일 수 없을 듯한 이질적인 요소들이 비주얼적으로 서로 충돌하면서 잘 융합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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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만이 아닙니다. <1987>은 불과 30년 전의 이야기인만큼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했습니다. 영화에서 이러한 부분을 아주 많이 신경쓰셨다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문실의 소품들과 서류에 쓰인 서체까지 섬세하게 구현하여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공기의 느낌 하나까지 전부 화면에 담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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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역사적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은 오히려 어색함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일까요. 그 시대의 고증과 재해석으로 어느 세대가 보아도 불편하지 않고 어색하지 않게 조화롭고 생동감 있는 공간들과 인물들을 재창조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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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망한 박종철 학생은 고작 스물 두살. 지금의 저와 비슷한 또래입니다. 창창한 앞날만이 남아 있을 것이라 기대했을 젊고 푸른 하나의 청춘이 허망하게 져버렸을때, 우리는 한마음으로 울었습니다. 그리고 분노했습니다. 그 죽음을 감추고 짓밟으려는 거대한 세력에 맞서 작은 개인이 모여 힘을 합쳤습니다.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부모님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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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지금은 아무런 연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말 그대로 '남'이 한 뜻으로 모여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이루어낸 달콤한 결실이 우리를 묵직하게 울립니다. 1987년도에 대해 복고풍 패션과 음악 만으로 기억하는 것보다 우리의 부모님이, 어른들이 얼마나 값진 성과를 이루어냈으며 역사의 큰 물결을 불러 일으켰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유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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