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세기 모더니즘 디자인의 선구자를 만나다: '알렉산더 지라드 - 디자이너의 세계'展

글 입력 2018.01.1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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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모더니즘 디자인의 선구자를 만나다 
<알렉산더 지라드 - 디자이너의 세계>展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 공식 포스터.jpg
 

A Designer's Universe

'디자이너의 세계'라는 전시명은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를 보고난 후 나는 마치 여러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화 속에 들어갔다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만약 알렉산더 지라드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와 같았을까. 분명 작가의 머릿속에는 각기 다른 재밌는 스토리가 담긴 그만의 '세계'가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전시를 보던 중간 내가 아주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기억이 하나 떠올랐는데, 정말 뜬금없이 떠오른 추억에 잠시 멍했다. 초등학생이었던가. 나와 내 친구들은 한창 집을 그리는 놀이에 빠져있었다. 평면도라고 해야하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구조물 속에 거실, 주방, 부모님 방, 내 방 등을 그리고 가구와 소품을 원하는대로 그려넣었다. 왜 이런 놀이가 재밌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린 날의 우리는 아마 각자가 꿈꾸는 '세계'를 그렸던게 아니었을까 싶다.

어린 나는 내가 꿈꿨던 세계를 소박하게도(?) 하나의 '집' 안에 그려 넣었지만, 알렉산더 지라드는 달랐다. 마찬가지로 어렸던 그는 집이 아닌, 하나의 '국가'를 향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스케치북에 평면도를 그렸던 것도 아니다. 그는 상상의 국가를 위해 언어를 창조하고 그 나라만의 숫자와 기호를 만들었으며 깃발을 만들었다. 그가 토탈 디자인을 했던 것이 이 때부터였을까. 알렉산더 지라드는 하나 하나의 세계 속에서 꿈꾸는 모든 디자인을 창조했다. 인테리어부터 건축, 가구, 소품 그리고 텍스타일까지. 그렇게 그는 폭넓은 디자인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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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exander Girard on the La Chaise lounge c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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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이번 전시는 지라드의 사진과 텍스타일, 가구, 수집품, 장식소품 등 5,000여 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비트라디자인미술관(Vitra Design Museum)이 기획한 것으로, 그의 삶과 업적을 아우르는 707점의 작품을 총 4부로 구성해 선보인다.



1. 인테리어 디자인

1부에서는 지라드가 피렌체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시절의 다양한 드로잉과 수집품들을 보여준다.


AHG college drawing AA School of Arcitecture, 1925-1926, 77 x 105 x 3 cm.jpg
▲AHG college drawing AA School of Arcitecture
1925-1926, 77 x 105 x 3 cm
Keel Construction Weldwood Chair, 4 Point Support Chair, 1944, 76,8 x 55,5 x 57,8 cm.jpg
▲Keel Construction Weldwood Chair
4 Point Support Chair, 1944, 76,8 x 55,5 x 57,8 cm


2. 색, 패턴, 텍스타일

1952년부터 지라드는 허먼밀러(Herman Miller)사의 텍스타일 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 조지 넬슨과 함께 일하면서 허만 밀러의 대표 상품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 섹션에서는 지라드 디자인했던 300점 이상의 텍스타일과 월페이퍼 중 일부를 만나볼 수 있다. 그는 구상적이고 유기적인 디자인에서 기하학적 추상 패턴까지 다양하게 선보였고, 1946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텍스타일 공모전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또한 그가 선보인 이색적이고 컬러플한 모티브의 장식적이며 의인화된 환경패널 역시 만나볼 수 있다.


Love Heart, Environmental Enrichment Panel #3017, 1971, 134 x 129 x 0,3 cm.jpg
▲Love Heart, Environmental Enrichment Panel #3017
1971, 134 x 129 x 0,3 cm

Triangles No. 561, fabric sample, 1953, 60 x 60 x 0,5 cm.jpg
▲ Triangles No. 561, fabric sample
1953, 60 x 60 x 0,5 cm


3. 기업에서 토탈디자인으로

1965년 지라드는 브래니프 항공사(Braniff Internatinal Airlines)의 획기적인 디자인을 맡게 되는데, 7가지의 색상으로 기업의 로고부터 글씨체, 비행기의 외관과 내부, 식기, 티켓, 짐표, 베지, 탑승객 라운지와 그 안의 가구까지 토탈디자인을 맡아서 진행 했다.

비단 항공사뿐만이 아니었다. 일반 레스토랑부터 미국의 워싱턴 거리 그리고 유명인의 집까지.. 알렉산더 지라드의 손길이 닿는 모든 곳에 참신하고도 탁월한 색감을 자랑하는 디자인이 꽃을 피웠다.


Braniff International, ca. 1965, 8,9 x 15,2 x 0,1 cm.jpg
▲Braniff International, ca. 1965, 8,9 x 15,2 x 0,1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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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Fonda del Sol matchbox designs
69,5 x 84,6 x 2,7 cm


4. 수집과 설치

알렉산더 지라드의 디자인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을 고르자면 바로 16살 때부터 수집하기 시작한 '포크아트'일 것이다. 이는 17세기의 이탈리아 성탄화를 선물하곤 했던 할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시에서 역시 그의 소장품이었던 여러 성탄화를 감상할 수 있다.

지라드는 여러 도시에서의 생활과 많은 여행 경험 속에서 수집에 대한 열망을 키웠고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100여 곳 이상의 다양한 나라에서 10만 점 이상의 포크아트 소품을 수집했다. 포크아트 수집가로서의 지라드의 열정과 작품의 영감이 되어준 실제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소품과 지라드의 디자인을 옆에 두고 비교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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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le Eyes, 1971, 125 x 125 x 4,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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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tivity(Poster), 1962-63, 84 x 56 x 3 cm


<알렉산더 지라드>전에서는 상점, 기업, 서체, 식기, 가구, 소품, 인테리어 등 확장된 디자인 범주 안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지라드의 세련된 감각이 녹아있다. 우리는 전시를 통해 알렉산더 지라드의 탁월한 색감과 구성 감각을 바탕으로 탄생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으며 전시 곳곳에서 그가 꿈꿨을 수많은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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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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