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세기 모더니즘 대표 디자이너' 알렉산더 지라드展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글 입력 2018.01.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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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展
- Alexander Girard, A Designer's Universe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3.4)





   최근에 접했던 전시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명작 혹은 회화전이다. 덕분에 괜스레 산뜻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이번 전시를 찾았다. 역시나 그림전시와는 다른 분위기와 다른 느낌, 다른 자극. 20세기 모더니즘을 주제로 한 전시는 현대적 감각이 묻어나는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선보이고 있다. 디자이너 알렉산더 지라드를 앞세워, 그의 생애와 더불어 크고 방대했던 활동영역을 파트별로 기획, 순차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새로운 섹션으로 넘어갈 때마다 눈을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정도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채로운 문들을 차례로 열고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지라드는 모더니즘 디자인계에서 손꼽히는 디자이너다. 인테리어 건축부터 가구, 소품, 텍스타일, 나아가 기업의 토탈디자인을 맡기까지, 이 정도면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방면에서 인정받은 그의 감각과 센스는 모던 리빙아트와 포크아트에도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한다. 전시에서 그의 작품 뿐 아니라 그가 모았던 수집품과 영감을 받았던 작가와 문화까지 엿볼 수 있었다. 한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예술가의 시선과 감각은 어떠했을지, 그는 어디에서 자극을 받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전시는 짜임새 있는 구성력을 갖추고 이러한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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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라드의 텍스타일 중 일부와 브래니프 항공사 토탈디자인


   전시를 보면서 지라드는 굉장히 동적이고 개구지지만 ‘정도’의 줏대와 기준이 있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수집품과 작품들이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건축을 공부하던 시절 수집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은 파격적인 굴곡을 지거나 다소 엉뚱하고 독특한 모양을 지니고 있다. 대칭을 이루거나 각이 잡힌 것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가 패턴과 텍스타일을 디자인하며 사용한 색감도 마찬가지다. 무채색이나 파스텔 톤보단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신나고 열정적인 느낌을 준다. 톡톡 튀는 도형들의 반복은 재기발랄하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들은 정신없거나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진한 색감 덕에 도형과 도형을 이루는 선들이 아주 또렷하며, 그것들로 이루어진 전체적인 디자인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고 깔끔하다. 이것이 결코 수더분하다고 할 수 없는 그의 감각과 개성이 다수의 이목을 끌고, 많은 영역에서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어느 작가와 작품이 안 그러겠거니와) 분명 무척 재밌고 기발한 상상이 잔뜩 깃든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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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라드가 영감을 받은 수집 장난감 (오른쪽)
 
 
   그가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과 영감을 받은 수집품들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유학과 이사, 여행이 잦기도 했지만, 그런 경험들을 수용하고 자극을 받으려는 그의 노력과 열망도 엄청나 보인다. 다른 문화와 그 문화의 규칙, 혹은 관습들과 콜라보를 시도한다는 건 받아들이는 그 자체를 넘어서서 자신만의 예술적 사유가 잡혀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무척 까다롭고 자칫 어떤 쪽의 색을 잃을 수도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가진 역량을 호쾌하게 발휘하였다. 직접 만든 그 나라의 장난감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그. 재밌지 않은가? 그는 그들이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만든, 또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장난감(소품)이야말로 그 나라의 특징과 생활을 잘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그에게 제안되는 수많은 작업과 디자인을 포용하지 못했을 리 없다. 열린 마음으로 두 팔 벌리고 서 있지만 본인이 내면에서 기초부터 탄탄히 세운 사유와 기준은 확고했을 것. 그래야만 독특한 소재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도 제 개성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왠지 그려지는 듯한, 이러한 그의 모습들에 감탄하며 전시장을 나왔다. 즐겁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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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전경


* * *

<전시 정보>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 展
- Alexander Girard, A Designer's Universe -

일자
2017.12.22(금) ~ 2018.03.04(일)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1/29, 2/26)
크리스마스, 설연휴 정상운영

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3월 :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

주최
컬쳐앤아이리더스
주한미국대사관

문의
컬쳐앤아이리더스
02-6273-4242


[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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