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폭력의 민낯을 찾아서

연극 '누구의 꽃밭' 프리뷰
글 입력 2018.01.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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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은 일상에 만연해 있다. 피가 나고 멍이 드는 물리적 폭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깊숙이 숨어 있어 폭력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폭력이 훨씬 더 많다. 좁게는 타인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부터 넓게는 사회적 위계 자체가 거대한 폭력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그 속에서 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살아간다.

 하지만 지구가 항상 돌고 있다는 걸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듯 일상 속 폭력도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일상에 만연한 폭력을 가장 잘 견디는 방법은 굳이 숨어 있는 폭력을 들추어내지 않은 채 조용히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보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데 더 길들여진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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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도덕이나 윤리가 무너진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 폭력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게 되어버린다. 전쟁 상황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거대한 외부적 폭력 앞에서 지금껏 우리들 사이에 교묘하게 숨어 있던 폭력 역시 민낯을 드러낼 것이다. 전쟁과 그 전쟁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연극이 있다. 주변의 상징과 은유를 찾아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극단 '907'과 극작가 이오진의 만남, <누구의 꽃밭>이다.



<시놉시스>


나를 찌르는 것은 칼이 아니다, 너다.
나를 뚫는 것은 총알이 아니라,
방아쇠를 당긴 너다.
너는 나를 버릴 것인가?

전쟁 중인 대한민국. 외딴 곳 어느 집에 한 남자와 그의 마누라와 그의 정부가 꽃밭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던 밤, 누군가 이 집을 찾아들고, 인물들 사이에는 나쁜 희망이 움튼다. 꽃밭에는 열매가 무르익고, 바깥의 전쟁과 함께 이들의 전쟁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극단 907의 지난 연극 <초인종>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모호한 시놉시스다. 전쟁 중인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 하나와 여자 둘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차범석의 <산불>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산불>과는 말하고자 하는 바도, 말하는 방식도 다른 연극이겠지만 전쟁이라는 소재 자체는 숨겨진 무언가를 드러내기에 적절한 소재인듯하다. 인물들 사이에 움 트는 '나쁜 희망'은 무엇이고 연극 제목은 왜 '누구의 꽃밭'일까? 연극을 통해 확인하게 될 폭력의 민낯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궁금증이 생기지만 연극을 보기도 전에  지레짐작으로 긴 이야기를 하는 건 부담스러우므로 직접 관극한 후에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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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지 주목할 점은 <누구의 꽃밭>이 2017년 뉴스테이지의 두 번째 작품이자 차세대 연출가와 극작가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설유진과 이오진의 콜라보라는 것이다.

 현재 극단 907의 대표인 설유진은 2014년 '서울연극제 희곡공모전 희곡아 솟아라' 에 당선된 후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RKO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 연극부문 AYAF 5기', 2017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연극부문'에 선정되었다. <씨름>을 극작했고 <초인종> <목격형연극 벽> <코끼리무덤> <운동장에서> <얼굴> 에서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이오진은 페미니스트극작가모임 '호랑이기운'의 일원으로  2009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고, 2013년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연극부문'을 수상했으며 2016년에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연극 <윤이상;상처입은 용>, <바람직한 청소년>, <개인의 책임>, <페미니즘청소년극>, <우리는 적당히 가까워>, <오십팔키로>, <남자 사람 친구>, <가족오락관> 등과 뮤지컬 <화랑>, <바람직한 청소년> 을 극작했다. 이 밖에도 번역, 각색, 윤색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극작과 연출 모두 설유진이 맡았던 연극 <초인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극 역시 기대가 된다. 이번에는 이오진 작가와의 협업으로 더욱 색다른 느낌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뉴스테이지 소개


2017서울연극센터뉴스테이지포스터.jpg
 

 뉴스테이지는 새로운 예술 흐름을 선도하는 연극인을 발굴하여 창작 역량강화와 작품개발 및 공연발표를 단계적이고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신진예술 지원사업으로, 특히 김정, 이연주, 김수정, 구자혜 등 뉴스테이지 출신들의 활발한 현장 활동을 통해 연극계 차세대 대표주자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는 다년간 지원을 통해 창작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공연 발표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출가 외에 극작가 부분을 신설하여 창작희곡 발굴에도 더욱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공모를 통해 총 23명의 연출가와 22명의 극작가가 지원하였으며 최종 심사를 통해 김지나(본명 김현진), 문새미, 설유진 3명의 연출가와 이보람, 황승욱 2명의 극작가가 선정되어 5개월간의 작품 개발과정을 거쳐 오는 12월 29일부터 2018년 2월 3일까지 릴레이형식으로 신작 발표의 시간을 가진다.





공연정보


기간: 2018.1.12-1.20
*평일 오후 8시, 토일 오후 4시, 월요일 휴무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러닝타임: 80분

관람연령: 17세 이상 관람 가능

입장권: 전석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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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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