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녀가 떠나야만 했던 이유 [영화]

글 입력 2018.01.1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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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영화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큰 이미지가 있다. 유치발랄한 학원물 로맨스 혹은 잔잔하고 절절한 영화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흔한 사랑 영화는 아니다. 우리의 인생에 대해 담백하게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 여운을 남기는 영화이다. 누구나 알거나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한 영화는 아니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이 영화를 삶에 대해 고민하는 그대에게 소개한다. 그녀의 인생을 살펴보며 쉼표를 찍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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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엔걸 스즈코>의 스즈코 역할을 맡은 배우 아오이 유우)


 스즈코는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면서 벌이를 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그러던 와중 아르바이트에서 같이 일하는 언니가 뜻밖의 제안을 한다. 자신과 함께 독립하여 살아보자는 것이다. 괜찮은 조건에 그녀는 선뜻 동참하게 되는데 그 집에 도착하자 더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언니와 둘만이 사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막상 이삿날 가보니 설상가상으로 그 둘이 헤어지면서 생판 남인 타케시와 단 둘이 낯선 동거를 시작한다. 스즈코는 집 주변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워오는데, 이를 타케시가 버려버리고 폭언을 하자 이에 화가난 스즈코가 그의 짐을 다 버려버린다. 그리고 이를 고발 당해 레스토랑에 경찰이 찾아오고 그녀는 전과자가 된다. 이 파란만장한 스토리는 영화의 전반부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까지 보는데 많이 너무 다이내믹하지도 않고, 잔잔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표현한 것이 이 작품의 미학이다.

 전과자가 되어버린 그녀는 가족들과 사는 것이 매우 불편해진다. 혼자 나와 살면서 나름의 규칙을 세우는데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인 '100만엔을 모으면 그곳을 떠난다'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 저곳을 떠돌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처음에 그녀는 그 누구와도 친해지기 싫어한다. 자신과 가까워지려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겉으로만 친분을 유지할 뿐, 깊이 친해지지는 않는다. 그 과정에서 다행히 여러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또 다시 상처를 받거나 곤란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 영화를 소개하는 이유는 바쁜 우리 삶에 새로운 충격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사는 경우가 많다. 바로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이렇게 통찰력있는 척하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나 역시 내 삶의 주체성을 잃고 있다. 그러나 스즈코의 삶을 잠깐 들여다보면 그 잔잔함 속에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다. 그녀의 불행에 비추어 나를 다행히 여기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다양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볼만하다는 뜻이다. 특히나 극중 그녀 주변에 펼쳐지는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면 좋다. 좋은 관계, 나쁜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와해와 회복까지의 과정 속에서 그녀가 상처받고 또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면 역으로 나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다. 영화를 통한 객관화의 비법이 아닐까 싶다.

 영상미 또한 볼거리 중 하나이다. 약간은 소심한 그녀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함이라서일까 극 중 그녀는 많은 대사를 하지 않는다. 초반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빈칸으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영상에 집중하게 한다. 청량한 배우의 이미지와 배경이 어우러지면서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정말 영화관에서 본다면 더욱 생생했을 것이라 미련이 남을 정도이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현재 왓챠 플레이, 네이버N스토어 등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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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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