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1세기의 희노애락, 경남 창녕군 길곡면 [공연]

글 입력 2018.01.1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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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써 외면해오던 것들의 종합체이다. 너무나 사실적이라 놀랐다. 직면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조금 떠올리기만 해도 끝없이 우울해져 그저 덮어놓기 바빴다. 현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숨김없이 표현한다. 피부 속에서부터 느껴지는 새로운 생명에 ‘이 아이는 내가 아니면 죽는다.’는 본능적인 느낌, 개인의 모든 걸 포기하면서까지 지키려하지만 지킬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죄책감,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돈에 대해 현실에서의 내 위치를 다트던지듯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가계부. 잠시라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 엎친 데 덮친 격. 끊임없이 숨통을 죄여오는 직위를 비롯한 소속. 그렇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은 변치 않는 것.

 연극을 기대하며 해결책이나 희망을 바랐던 건 애초에 내 잘못이었다. 존재하지 않은 듯 비웃고 발버둥 칠수록 더 나락으로 빠지게 하는 그 무언가가 매 순간 시험에 들게 한다. 아는 게 반이라지만 반조차도 외면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무장해제를 시키고 온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주인공 부부에게 위로 같은 현실을 건네주던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 살았던 부부를 보며 힘을 내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 나름의 방안을 조심스레 제안해주었다 생각한다.


경남창녕군길곡면.무대세트.jpg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 가까이서보면 비극 이라는 찰리채플린의 말이 있다. 비극 속에서만 보던 주관적인 시선을 희극 속에서도 볼 수 있게 한 발 멀리 떨어뜨려준 역할이 있지만 여전히 씁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우울하게 받아들여서 그렇지 현장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꽤 밝았다. 사람 살아가는 게 그렇듯 말이다. 한글만이 해낼 수 있는 언어적 유희와 능청스럽게 이끌어가는 두 배우분의 열연이 초창부터 관객을 움켜쥐고 들었다 놨다했다.

 같이 울고 웃고 슬펐다 기뻤다, 각 캐릭터들의 행동에 답답하고 화도 났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상황에 충분히 공감이 가기에 결국 같이 무기력해지고. 개인적으로는 아내분의 결정과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는 남편의 결말이 매우 아름다웠다. 계획 없이 벌어졌지만 배우들과 같은 부모님의 결정으로 생겨난 나의 존재처럼.

*

 이 연극을 계기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물론, 연극에 대한 매력도 알게 되었다. 왜 이때까지 보려고 자청하지 않았을까. 영화, 노래, 뮤지컬, 발레 등도 감동을 주고 영감을 선사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연극은 이 모든 걸 충족시켰다. 작아서 밀접한 공간과 손 뻗으면 닿을 듯한 실제, 나와 같은 크기의 사람, 어떤 장치를 통하지 않아 일상속에서 내가 내뱉는 것과 같은 데시벨의 목소리, 이 모든 것이 어울려 느끼는 깊은 울림.

 깊은 곳에서부터 흔드는 그 분위기가 감상을 넘어 체험시켜준다. ‘노력’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책은 팔리지도 않는 요즘 세상이지만 그저 피할 수 없다면 한층 더 체험해보는 충격요법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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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 연 명 : 경남 창녕군 길곡면
■ 기    간 : 2017년 12월 15일(금) – 2018년 1월 21일(일)
■ 시    간 : 평일저녁 8시 / 토요일 4시 / 일요일 4시 * 월요일 공연 없음
            *12월 25일 월요일 4시 / *12월 26일 화요일 공연 없음
■ 장    소 :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 (서울시 종로구 동숭길122 동숭아트센터)
■ 주최·주관: 극단 산수유
■ 후    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관람연령 : 만 18세
■ 러닝타임 : 90분
■ 관 람 료 : 30,000원
■ 예    매 : 인터파크 예매하기
■ 문    의 : 010-3309-3818 / 010-3752-1352
■ 작    가 :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
■ 번    역 : 이정준
■ 번안·연출 : 류주연
■ 무    대 : 이희순    ■ 조    명 : 박성희    ■ 음    향 : 이준혁, 이지혜
■ 의    상 : 최  원    ■ 디자인·사진 : 김 솔    ■ 기    획 : 강선영
■ 조 연 출 : 홍성호, 박성은
■ 출    연 : 이주원, 김선영, 주인영


[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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