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 어떻게 읽고 계신가요? : '희망도서바로대출' [문화 공간]

글 입력 2018.01.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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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점에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출판사에서 근무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항상 책과 함께였고, 그래서 책이 좋았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책이 많은 서점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가 되었다. 사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서점에 가고, 책을 구입하는 걸 그닥 좋아하시진 않는다. 아마 우리 어머니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한 달에 적게는 두 세 권, 많게는 일고여덟 권씩 꾸준히 책을 사는 걸 보면 악의는 없더라도 자연스레 '서점에서 빌려 보면 되는데 굳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이해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책 중에서도 '새 책'을 좋아한다. 새 책에서 나는 새 종이의 냄새와 손에 감기는 빳빳한 종이의 촉감을 느낄 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다. 도서관에도 많은 책이 있지만, 같은 책이어도 도서관의 책들은 대부분 오래되거나 여러 사람의 손때를 타 새 책을 만질 때 만큼의 기분은 느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도서 정가제가 도입된 후로 도서 구매로 인한 지출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책 한 권을 사더라도 아주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기분전환 삼아 들린 서점에서 여러 책을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가볍게 사 오거나, 온라인 서점에 올라와 있는 미리 보기 부분만을 읽고 한 권씩 두 권씩 구입했지만, 최근에는 여러 사람의 후기를 들어보거나 서점 혹은 도서관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끝까지 다 읽은 후 길게 여운이 남는 책만 구입하게 되었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집 앞 서점에서 책을 사는 빈도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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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작은 서점이 있다.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아니 어쩌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 서점은 그곳에 있었고,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산 곳도, 그리고 내가 가장 자주 갔던 서점도 바로 그곳이었다. 그렇지만 도서 정가제가 시행된 이후로는 그곳을 향하는 발길이 뚝 끊겼다. 작은 규모의 서점이라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았고, 도서정가제 이후로는 같은 가격이어도 사은품이나 마일리지를 주는 온라인 대형서점에서 책을 사게 된 탓이었다.

도서를 사는 패턴이 이렇게 변한 것은 나뿐이 아니었는지 작년부터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희망도서 바로 대출제'라는 아주 특별한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시립도서관 회원카드가 있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 제도는 언뜻 보기에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지만, 한 번 이해하고 시도해보면 그리 까다롭지 않은 아주 고마운 제도다. 이전에는 도서관에 소장되어있는 도서만을 대출하거나 혹은 원하는 도서가 다른 도서관에만 소장되어있다면 상호대차를 신청해야 했지만, '희망도서 바로 대출제'를 통해 원하는 도서를 가까운 서점에서 대출할 수 있게 됐다. 이용 방법은 이러하다.

1. 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시립 도서관 회원이 아니라면 먼저 회원 등록을 해야 한다)
2. '희망도서 바로 대출' 카테고리를 선택한다.
3. 대출 서점을 지정한다.
4. 원하는 도서의 정보를 입력한다.
5. 승인 수신 문자가 오면 해당 서점에 도서를 찾으러 간다.
6. 기한 내에 반납하러 간다.

이렇게 대출되고 반납된 도서는 서점에서 재판매 되는 것이 아니라 시립 도서관에 소장된다. 시에서 지역 서점들과 협약을 맺고, 시민이 대출을 희망하는 도서를 동네 서점을 통해 구입하는 시스템으로, 나처럼 새 책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사정이 넉넉지 않아 신간을 사기 어려운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제도이다. 물론, 일부 제약은 존재한다. 무협지나 만화, 잡지 등은 대출이 불가하고, 또 이미 해당 도서관에 일정 권수 이상 소장되어 있거나 해당 서점에서 일정 권수 이상 대출된 도서의 경우에도 대출할 수 없다. 그래서 신간의 경우, 누구보다 빠르게 대출을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런 것을 고려하더라도 시민에게도, 지역 서점에도 아주 득이 되는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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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용인시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을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이기에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부천, 안산, 오산, 등 수도권 몇 개 지역과 전라남도 여수, 나주 등에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니, 머지 않아 모든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유용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혹시 이 시스템을 오늘 처음 접했다면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의 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자. 뜻밖에 좋은 소식을 얻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 프리소스 사이트, 용인시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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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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