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깔끔한 영화, < 위대한 쇼맨 > [영화]

글 입력 2018.01.0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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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1987>와 <신과 함께>가 영화 산업을 휩쓸고 있는 지금, 스크린 점유율은 밀려났지만 꾸준한 입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영화 <위대한 쇼맨>을 보고 왔다. 사실 개봉하기 이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던 영화였는데, 개봉하고 바로 보려고 했으나 사정이 생겨 이제야 보게 되었다. 개봉한지 조금 지나, 그리고 앞서 말한 두 영화에 밀려 스크린 개수가 많이 적은 상태였다. 한국영화보다 부진한 점이 조금 의아했는데, 역사적인+정치적인 실화를 다룬 영화와, 유명 원작을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 그리고 두 영화의 스크린 독점을 상대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모양이었던 듯싶다.

영화의 내용은 심플했다. 바넘이라는 구두장이의 아들이, 가난을 벗어나 뛰어난 창의력을 바탕으로 위대한 서커스를 만들어낸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또한 내 후기를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대만족이었다. 영화의 후기를 보면, 스토리에 대한 불평이 종종 보이곤 하는데, 그 마저 나는 장점으로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스포가 다량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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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반의 고난과 역경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

‘P.T.바넘의 서커스 성공기’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마치 신화나 영웅의 일대기처럼, 고난과 역경 – 1차 성공 – 성공 이후의 좌절 – 이겨내고 최후 성공으로 이러지는 기승전결의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일대기가 그렇듯 말이다. 그래서 영화 초반, 바넘이 구두장이 출신으로 돈이 없어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는데, 그 이후 성인이 되어 정인 채리티에게 청혼을 하는 장면까지 굉장히 조마조마하면서 보았다. ‘이쯤 되면 좌절이 한 번 나올 법 한데, 왜 안 나오지? 언제 나오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나를 비웃듯이 고난과 역경 없이 서커스의 성공까지 흥겹게, 즐겁게 관객들을 이끌고 간다. 마치 동화처럼, 인상 찌푸릴 일 없이, 순수하게 서커스까지 즐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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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러면서도 바넘을 신격화 하지는 않았다는 점

그리고 중반이 되면, 드디어 역경이 등장한다. 바넘은 주인공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족한 인간임 드러나는데, 많은 역경이 바넘의 행동에 의해 초래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바넘은 자신을 성공에 이르게 한 서커스 단원들을 소홀히 대한다. 제니 린드의 공연을 보러 온 서커스 단원들에게 튄다는 이유로 입석에 앉히고, 중상층에게만 인기가 있고 상류층에게는 멸시를 당하는 서커스 단원들보다, 자신을 상류층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제니 린드를 앞세워 투어를 한다. 황홀한 꿈을 꾸던 어린 시절의 바넘은 사라지고 돈과 물욕을 좇기 시작한 바넘은 결국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설상가상 채리티도 떠난다. 물론 그 이후에 바넘이 잘못을 깨닫고 모든 걸 바로잡음과 동시에 조금 진부한 교훈을 주지만, 안타까운 상황에 의해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바넘의 과오로 인하여 생겨난 점이라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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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흔한 치정극으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

제니 린드와 함께 투어를 돌기 시작했을 때, 흔한 치정극으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어린 시절부터 모든 꿈을 함께 한 채리티를 버리고, 제니 린드와 바람이 나고, 그러나 채리티의 소중함을 알게 된 바넘이 돌아가는 스토리일 줄 알았다. 하지만 바넘은 제니 린드를 사랑하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현실성이 없을 수도 있고, 이야말로 바넘을 너무 바른 사람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지만, 이렇게 치정극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치정극으로 흘러갔다면, 조잡한 느낌을 주어 더욱 재미없는 영화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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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대교체 역시 진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바넘은 바닷가에 천막을 치고 더욱 화려한 쇼로 재기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필립에게 지팡이를 넘겨준다. 이제 아이들 크는 것이나 봐야겠다면서. 그리고 필립(잭 에프론)이 바넘의 자리를 대신하며 모두 함께 노래한다. 그리고 영화가 마무리 된다. 정말로 스토리라인이 진부한, 별로인 영화였다면, 바넘이 서커스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병상에 누우며 끝났을 것이다. 그러곤 “행복한 삶이었지.”하고 회고했을 것이다. 보통의 일대기를 그린 뻔한 영화들이 그렇듯 말이다. 하지만 <위대한 쇼맨>은 세대교체마저 유쾌하게 보여주며, 이 쇼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모두 함께 노래한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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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과적으로 깔끔한 스토리로 머리 아픈 두뇌회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영화라는 것이 꼭 생각할 거리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라라 랜드>의 결말처럼 여운을 많이 주진 않았지만, <위대한 쇼맨>은 그보다 강한 강렬함으로 남았다. 특히나 대표적인 OST인 “This is me”가 주는 강렬함이 영화 후반부까지 이어지면서 그래도 머리에 각인된다. <라라 랜드>와 이 영화를 비교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엄연히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각각 시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위대한 쇼맨>은 겉모습으로는 쇼를 보여주고 있지만, 나는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것, 원해온 것은 무엇인지를 서커스 단원들과 바넘, 그리고 바넘의 딸로 까지 이어져 서사를 마무리 한다. <위대한 쇼맨>이 말하는 것은 단지 그것이며, 그 사이에 조잡한 러브라인이나 기득권층의 압박으로 인한 좌절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스토리 라인이 단순해 보일지는 모르나,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또렷하게 보인다. 그리고 머리 아픈, 혹은 기분 나쁜 스토리가 없으니 더욱 깔끔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앞서 말한 깔끔한 스토리가 비난 받지 않고 온전할 수 있었던 까닭은, 사실 노래 덕분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쇼맨>이 보여주는 화려한 시각, 그리고 화려한 청각의 효과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시각과 청각이 바로 앞의 영화에 사로잡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때문에 스토리가 단순해도 만족스러웠고, 오히려 단순해서 더 좋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그만큼 음악과 연출이 화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보다 완성도 있는 영화에 굉장히 만족했는데, 여러 환경에 의해 영화가 흥행하지 못해 많이 아쉽다. 깔끔한 스토리와 함께, 눈과 귀 모두 호강하고 싶다면 <위대한 쇼맨>을 꼭 보길 바란다. 부디, 상영을 끝내기 전에!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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