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한 입] 필름 한 입, 시작.

반갑습니다.
글 입력 2018.01.0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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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한 입] 필름 한 입, 시작.


  내가 어제는 뭘 먹었더라. 휴대폰 사진첩을 뒤적거려도 어제 내가 먹은 음식의 자취를 찾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한 요리는 무엇이었지. 블로그에서 간신히 가을쯤 찍은 파스타 사진을 찾아본다. 내일은 또 무얼 먹지. 오랜만에 요리를 해볼까. 냉장고를 열어본다. 아무 것도 없다. 때마침 유통기한이 끝나가는 요거트를 발견했다.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른 먹어치워야지, 작은 스푼을 선반에서 찾아 요거트와 함께 책상 앞에 앉는다.

  주린 배와 텅 빈 것만 같은 영혼을 이끌고 노트북을 키게 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요리 영화를 틀게 된다. 정성스러운 요리와 소담스러운 식탁이 그토록 보고 싶다. 그저 썰어둔 빵 조각도 가장 맛있어 보인다. 그토록 싫어하는 크림 스프도, 한 숟갈 크게 뜨는 주인공의 모습에 내가 먼저 웃게 된다. 카페에서 귀를 막고 듣는 믹서 소리도 그렇게 두근거릴 수 없다. 무엇보다, ‘맛있어라 맛있어라’ 그렇게 기도하며 요리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영혼의 배부름을 얻어간다. 내 초라한 요거트가 훌륭한 만찬이 된 느낌. 날 행복하게 해준다. 이 영화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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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 개봉 <리틀 포레스트> 예고편 스틸컷


  그래서 이 영화들로 글을 쓰기로 한다. 내 삶의 필수불가결,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리와 영화를 엮어보려 한다. 난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요리도 못하고(또는 안하고), 영화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아니지만- 내게 행복을 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냥 마음에만 담아둘 수가 없다.
  
  요리를 소재로 한 영화를 소개하고, 그 영화에 대한 내 감상, 요리의 가치에 대해 풀어나가려 한다. 전문적인 얘기도, 철학적인 얘기도 아닐 것이다. 부끄럽지만, 아주 사소하고 담담한 이야기들을 적어내려 가겠다. 가끔은 영화 속 내가 사랑한 장면들을 늘어놓을 테다. 아주 작은 글들이겠지만, 누군가가 이런 행복을 함께 나눠주기를 기대하면서.


알고 계세요?
사람은 건배한 수만큼 행복해진다고.
유럽의 어느 나라에선가
그렇게들 말한다고 해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때 건배하고,
뭔가 아쉬운 일이 있어도 건배하고,
하루를 끝내면서 누군가와 오늘도
건배로 마무리하면 그것이 행복, 이라고.

-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 리에


  건배해줄 누군가 대신, 따뜻한 요리 영화를 건네겠다. 어느 밤, 하루를 필름 한 입으로 마무리하며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진득하게 함께 나누는 이야기들만큼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필름 한 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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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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