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상 유지'만이 최선이던가요?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현실 드라마,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글 입력 2018.01.0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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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유지만이 최선이던가요?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변화는 긍정의 의미지 어제보다 더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연히 푸르러지는 강산과 달리, 우리사회는 십 년이란 세월동안 더욱 짙은 어둠의 그늘만 드리웠다. 극단 산수유가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통해서 저출산의 문제를 날카롭게 바라본지 벌써 십 여 해가 지났다. 인간에 대한 통찰과 세상에 대한 반문을 계속해서 던져온 이들은 인구절벽이 당장의 내일이 되어버린 오늘에서 다시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무대 위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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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이제 막 부부로서 새 인생을 그려가기 시작한 종철과 선미의 여느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밤에 tv를 보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특별한 날에는 함께 식사를 하면서 휴일을 즐기는 평범하고 소박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두 사람이다. 하지만 이 둘의 행복한 일상은 선미의 임신으로 인하여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변화는 모름지기 더 나은 미래, 긍정을 암시하건만 종철과 선미에게 있어서 변화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감이 조금씩 새어나온다. 둘이 벌어 둘이 살기에도 빠듯한 이들에게 있어 새 생명을 잉태하는 것은 곧 삶의 행복을 넘어 생계와도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선미와 종철은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을 보면서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늦은 밤, 가계부와 계산기를 들고 식탁에 앉은 종철과 선미는 현재의 소득을 계산하면서 생활비 지출을 살펴본다. 그러고선 출산이후의 소득과 소비를 예측하면서 이들은 우려가 곧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종철과 선미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선택은 다음과 같다. 둘이서 지금의 소박한 행복을 유지할지, 아니면 아이와 함께 더 힘든 미래의 늪에 빠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고민과 물음인 것만 같아 보인다. 하지만 당장 둘이 벌어 둘이 쓰기에도 바쁜 종철과 선미에게는 엄청난 결단을 요구하는 고민사항이다. 고민이 판단에 이르기까지 종철과 선미는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속마음을 이야기하기도, 감정에 북받쳐 화내거나 울기도 하면서 마침내 선택의 길에 다다른다. 결국 종철과 선미가 내린 판단은 ‘현상 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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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상 유지’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철과 선미는 여전히 마음을 다잡지 못한 불안한 정서가 계속해서 비춰진다. 게다가 작품의 결말 또한 열린 결말로서 이 둘의 고민에 대해서 명쾌한 해답을 알려주지 않고 있는 것 또한 현상 유지에 대한 의구심을 쉽게 떨칠 수 없는 데 일조한다. 이에 필자 또한 스스로가 연극을 보면서 둘의 판단을 보며 ‘현상 유지’라 했지만, 위의 단어 선택에 있어서는 다소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일러 말하고 싶다.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열 달을 기다려 아이를 낳아 기르는 현상인지, 아이를 포기하고 둘의 분수에 맞춰 사는 게 현상인지. 현상에 대한 정의는 연극을 보며 느낀 관객의 관점에 백 퍼센트 기인하는 것으로, 희미하게 암시되는 작품 속 창녕군의 기사를 통해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현상으로 아이를 포기하는 대신에 둘의 행복을 위해서 남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쪽으로 종철과 선미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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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아이를 낳고 낳지 않음의 문제를 가지고 고민 하는 것 자체가 우문이다. 사회적 존재이기 이전에 생물로서 자연의 섭리의 한 과정인데,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는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신중과 결단력을 기해야 하는 일로 다가온다. 맞벌이를 해도 겨우 두 식구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구조 속에서 그 누구도 스스로의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생명과 함께하는 기쁨을 맛보려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회는 여전히 저출산과 인구절벽을 그저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기피로만 생각한다. 게다가 굳이 해결하겠다고 해결책을 내놓아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정녕 우리 사회 속 종철과 선미를 위한 해결방안은 없는 걸까.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막이 내리기 전 서툰 색소폰 연주 사이로 나오던 루이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종철과 선미가 마주한 현실과 정 반대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곡이기에 더욱 아이러니함을 유발한다. 어떤 방법이던가에 현상 유지라는 최선의 결론을 내린 종철과 선미는 과연 행복했을까. 오히려 현재를 지키기 위해서 두 사람의 전부를 희생하며 살아가는 삶으로 나아가지는 않았을까. 두 사람의 현재와 미래가 그 둘에게만 처하는 현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 알기에 더욱 궁금하다. 그것은 앞으로 내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 언젠가의 오늘이기 때문이다. 모든 종철과 선미는 우리 삶 곳곳에서 저마다 최대치로 노력하며 소소한 일상의 유지와 행복을 위해 험난한 여정을 나서고 있다. 연극을 보는 당신도,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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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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