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동양예술극장 3관 [공연]
글 입력 2018.01.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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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작·연출 위성신동양예술극장 3관 (~2.11)뮤지컬 <사랑에 관한 소묘>는 무척 유쾌한 공연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무대에 적당한 소품을 가지고 끌어나갔다. 모텔 방이라는 설정과 그에 맞게 큰 침대, 화장대, 간소하게 표현해낸 화장실. 그 안에서 다섯 개의 에피소드가 마치 패를 바꾸듯 착착 이루어졌다. 원작은 낡고 허름한 여관방이라고 알고있는데 모텔로 바뀐 걸 보니 이야기들도 조금 더 현대적이고 일상적이게 바뀌었을 거라 예상하고 보았다.전체적으로 신나고 쾌활한 분위기였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밝기만 하진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극에서부터 그 기복이 꽤 적극적이어서 감정이 격해지거나 깊어졌을 때 충분히 차분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섯 에피소드 모두 2인극으로 이루어졌는데, 두 사람은 신나게 무대를 가로지르며 목청을 높이다가도 어느새 사그라들어 두 손을 맞잡고 있곤 했다. 2인극 형식을 취하면서 나머지 인물들이 백댄서(?)로 등장하기도 했다. 우스꽝스럽게 등장해 율동으로 흥을 돋우는 역할이었다. 너무 귀여웠다. 대부분이 1인 다역이었는데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외양(의상, 소품)이나 분위기가 바뀌어서 등장하더라.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다.웃고 즐기며 보았던 명랑한 뮤지컬이었지만 딱 거기까지여서 못내 아쉽다. 가벼운 기분으로 간단하게 볼 뮤지컬이었던 것 같다. 사랑이 가득한 귀여운 뮤지컬. 서사 자체도 그리 특별할 거 없는 서사였지만 노래 가사들과 인물들의 행동도 마찬가지여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뒷이야기를 예상할 수 있는 전개였다. 120분이라는 시간을 다섯 개의 이야기가 나눠서 써야했다면, 그 짧다면 짧은 시간에 온갖 이야기를 설명하기 보단 이야기를 응집한 상징적인 장면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어떤 에피소드들은 모든 걸 설명하느라 숨이 차곤 했다. (노총각/노처녀, 짝사랑 선배) 그럼에도 자리를 지키게 만들었던 건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나오는 유머와 애드리브와 배우들 간 호흡. 센스 있는 피드백들이 그들을 웃으며 바라보게 만들었던 것 같다.일차원적인 감정을 담은 가사는 유치하게도 느껴졌다. 개명 전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여자 주인공이 몇 번이고 부르짖는 반복적인 가사와 목소리는 귀에서 맴돌다 못해 남자 주인공에게 제발 새 이름으로 부르라고 도리어 내가 충고하고 싶었고, 랩은 적잖이 충격이었다. 뮤지컬에서 랩은 처음 들어봤는데... 랩을 하기도 하나? 신박하고 신선한 시도였다고 해도 더 짜임새 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랩이라는 것도 하나의 장르고 그 장르가 가진 특성과 영역이 있는데, 반복적인 단어와 라임 조차 맞추지 않고 스토리를 설명하는 가사들 때문에 '랩'을 활용하며 얻을 수 있는 매력을 충분히 얻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과하게 감정이입을 요한다거나 다소 신파적인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참 즐겁게 2-30분이 지나갔던 에피소드들도 물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낙천적인 마도로스 전라도 부부 이야기와 아직도 우린 청춘이라며 사랑하자고 말하는 두 노인의 이야기가 좋았다. 두 에피소드 모두 같은 연기자들이 1인 2역을 했는데, 두 사람 다 연기가 정말 감칠맛 났다. 찰진 사투리와 능청스러움이 뚝뚝 묻어나는 연기에 감탄했다. 이야기도 진부하지 않았고, 이야기를 담기보다 장면을 담아내려 했어서 사진을 남기듯 머릿속에 딱 담겼다. 무대가 먼저 슬프고, 배우가 먼저 울어버린 아내의 생일 에피소드보다 딱한 제 사정을 아직 괜찮다고 싹싹하게 웃어넘기는 마도로스 전라도 아저씨가 나에게는 더 애잔하게 다가왔다. 먹먹했다.개인적인 느낀 점이어서 다른 관객들은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각각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에피소드들 간 호불호의 편차가 컸다. 기회가 된다면 원작 연극도 보고 싶다. 따뜻하고 즐겁고 사랑 가득한 이야기들의 집합체였던 것 같다. 추운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기 좋은 뮤지컬. 봄이 찾아오면 끝나버린 이들의 이야기가 못내 아쉬울 것이다.* * *공 연 개 요* * *공연기간17.11.17-18.2.11평일 8시/토 3시, 7시/일 3시 (월 쉼)*12/24, 25, 31일 3시, 7시 2회 공연공연장소동양예술극장 3관러닝타임120분관람연령만 13세 이상예매인터파크(1544-1555)대학로티켓닷컴(1599-7838)문의02-742-7563* * *[김지선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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