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시가 달라졌어요 [문화공간]

글 입력 2018.01.0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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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백수가 되고싶다展>


최근, 한 전시가 수많은 SNS에 공유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트렌드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챘을 거라 생각하는데, 바로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展>이다. 현대 많은 젊은이들의 장래희망이 ‘돈 많은 백수’인 것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이 전시가 어떤 구성을 가졌는지 생각해 본다면, 화제가 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변화는 계속되어 왔던 전시.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展>을 기점으로 더 큰 반향을 일으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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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알폰스 무하 展>에서 구입한 엽서


앞서 말했듯, 전시회의 변화는 예전부터 지속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회가 변화하고 있다. 정적인 미술 전시가 대부분이던 시대에서 더 다양한 콘텐츠의 참여로 변화한 것이라던가, 카메라가 금지되던 전시에서 모든 구역이 포토존이 된 전시로 변화했듯이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전시장에 걸리는 작품 외의 측면에서도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필자의 취미는 전시회를 다녀온 후 엽서를 모아 벽에 붙이는 것이다. 전시회를 많이 다녔다고 하기엔 부끄러운 실적이지만, 한 장 두 장 붙이다 보니 어느새 꽤 많은 엽서가 붙어있다. 이런 전시 굿즈(Goods)도 전시회를 즐기는 한 방법이 되었으며, 이제는 대형 전시회에 굿즈가 없는 경우가 드물다. 이러한 굿즈 다양화 역시 전시회 변화의 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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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로이터 사진전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


요즘엔 포토존 하나 정도는 있어야 성공하는 추세다. 지금 전시하는 대부분의 대형 전시들이 다 포토존 하나씩은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야 관람객들이 SNS에 올리게 되며, 이를 통해 바이럴 마케팅이 되기 때문이다, 티켓 한 장 찍는 것 보다 전시회 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가고 싶게 만든다. 안의 분위기를 볼 수 있고, ‘이렇게 예쁜 혹은 화려한 혹은 웅장한 전시를 직접 보고 싶다.’ 고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공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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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대 박람회> 포스터


이제는 단순한 예술 전시가 아니라, 공감을 이끌어내는 전시들이 많다. ‘공감’이라는 키워드는 비교적 오래된 성공 요소 중 하나이다. 추억을 즐겁게 되짚어 볼 수 있는 사회적인 풍족함이 생기면서, 그러나 대조적으로 지금보다는 덜 각박했던 옛 향수를 떠올리게 되면서, 더불어 지금의 힘든 현실을 자조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기면서. 이 모든 감정들을 담아내는 단어인 ‘향수’는 어느덧 문화콘텐츠의 주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전시 역시 그 흐름을 따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의 <지브리 대박람회>도 이러한 공감 키워드의 한 부류로 바라볼 수 있다. 어릴 적 즐겨봤고, 여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 공감한다.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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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이 함께 한 <뮤제 드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전시가 이루어지는 세상을 과거에는 짐작이나 했을까? 최근 시작한 전시인 <뮤제 드 카카오 프렌즈>는 이런 세대의 변화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아이들의 소유물로 여기던 캐릭터가, 이제는 어엿한 하나의 콘텐츠로 성장해서 화려한 전시의 세계까지 손을 뻗었다. 심지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언제나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들어간다. <무민 원화展>도 마찬가지다. 원화가 전시된 전시회이긴 하지만, 캐릭터의 유명세를 타고 전시가 유명해졌다. 전시회 앞에 있는 대형 무민도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전시회에 예술 작품이 아닌, 문화콘텐츠의 변형이 침투하고 있다. 한계라고 생각했던 범위에서도 언제나 더 나아가는 전시가 존재함에 놀랍다.
  
이를 종합해 보면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展>가 화제가 된 이유가 명확하다. 일단 전시의 콘셉트가 관람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요소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현대인들의 꿈, 돈 많은 백수를 위트 있게 잘 짚어냈으며, 전시장 안의 문구들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현대인이 직접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을 대신 말해주는 것이다. 더불어, 거의 모든 장소가 포토존이라고 할 수 있다. 방금 언급했던, ‘직접 하지 못하는 말들’을 본인과 함께 담아 자신의 SNS에 올린다. ‘이 전시 되게 재밌다’고 표면적으로 말 하지만, 결국 ‘직접 하지 못하는 말들’을 전시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SNS에 게시된 사진은 그 관람객이 제일 맘에 들었던 문구였을 테니 말이다. 그 후에는, 이렇게 재밌고 또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전시를 SNS을 통해 접한 또 다른 SNS이용자가 자신도 같은 체험을 하고자 방문했을 것이다. 즐거움 속에서 공감을 얻고, 위로를 얻고, 이런 감정을 SNS에 공유하고 나를 표현하고. 다시 또 다른 이용자가 관람하기 위해 방문하고. 이렇게 쌓아올린 인지도와 화제성은, 다른 이도 따라 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힘쓰지 않아도 알아서 더 큰 화제성을 만들었을 것이다.
   
전시라는 것이, 이전에는 고상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미술품, 예술 공예들,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적인 주제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였다. 이에 맞춰 전시도 변화하였다. 많은 이들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렇게 이색 전시들이 나날이 발전해가고 성장하면서, 원래의 명맥을 유지하던 예술 전시가 힘을 잃지 않을까 하는 일이다. 수요와 공급의 관계가 언제나 그러하듯, 투자자와 플랫폼 제공자는 언제나 수익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명이 있으면 언제나 암이 있는 법. 그 중간의 어느 지점을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찾게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展>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kimmi_1105
내 하드
카카오 인스타그램
지브리 대박람회 홈페이지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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