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꽃으로 피어난 그녀의 삶 <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공연예술]

글 입력 2017.12.3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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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역시 같은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비극적 이야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화려한 색감과 통통 튀는 노래가 인상적인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던 지라, 처음이 이야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과연 이걸 어떻게 뮤지컬로 만들려고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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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영화와 비슷한 타임라인을 따라간다. 어느 날 존재도 몰랐던 고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마츠코의 조카 ‘쇼’는, 그렇게 모르는 이의 유골을 받아 들게 된다. 해설자 역할을 겸하는 쇼의 시선을 통해 관객들은 그때부터 마츠코의 일생을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 중학교 교사였던 마츠코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류’의 누명을 뒤집어 쓰며 학교에서 쫓겨난다. 학교에서 쫓겨난 후 집을 나온 마츠코는 여러 남자를 만나고, 그녀의 인생은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극적인 변화를 겪는다. 점차 밑바닥 인생으로 떨어지는 마츠코는 마침내 자신을 마약의 길로 빠트린 남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하며 감옥까지 가게 된다.

 이 뮤지컬의 타이틀롤(Title Role)은 마츠코이지만, 정작 그녀의 인생은 자기 자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없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마츠코의 정체성은 그녀가 누구를 만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구성된다. 집에서는 맏딸이었지만 학교에서는 누군가의 교사이자 첫사랑이었고, 연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이었다가 여러 손님을 상대하는 마사지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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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인생을 하나씩 되짚어보는 쇼는 점차 나락으로 추락하는 마츠코의 인생을 보며 “이건 마치 고모를 괴롭히기 위해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짜 놓은 삼류 시나리오 같다”는 말을 한다. 쇼와 관객은 그녀에게 항상 최악의 선택지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녀의 인생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마츠코는 쇼의 말마따나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언제나 비극적 결말이 뻔히 보이는 선택을 내린다. 그녀가 선택을 내리는 기준은 항상 ‘사랑’이다. 절망의 순간 마츠코를 구원한 것은 사랑이었고, 그녀를 더 밑바닥으로 내팽개친 것도 사랑이었다.

 마츠코가 왜 그토록 사랑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넘버인 “스트로베리 봉봉”은 극을 보고 나온 후 가장 머릿속에 맴도는 넘버이다. 이 넘버는 아픈 동생 때문에 아버지에게 어리광 한 번 부릴 수 없었던 마츠코의 속마음을 보여준다. 밝은 멜로디와 다채로운 색의 조명은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한 슬픔을 항상 웃음 뒤에 감추고 살았던 마츠코를 대변하는 듯 하다.
 



네가 꿈꾸는 하루
내 눈앞에 매일 있으니
난 뭐든 괜찮아야 해

있잖아 근데 나도 좋아해
스트로베리 봉봉 하지만
말하면 안 돼

스트로베리 봉봉 하지만
말하면 안 돼


 마츠코가 중학교 교사이던 때부터 그녀의 인생을 거슬러 온 쇼의 여정은 마츠코가 살해를 당하는 시점에서 현재와 맞물린다. 그 순간 쇼는 마침내 마츠코를 이해하고 그녀에게 진정한 연민을 느낀다. 생전 단 한 번도 누구에게 제대로 된 이해를 받아본 적 없는 마츠코는 쇼에 의해 재구성된 죽음의 순간, 번데기에서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환하게 피어난다.

 해설자 역할을 맡은 쇼의 존재가 가끔 사족처럼 느껴질 만큼 ‘쇼’라는 캐릭터가 극 안에 완벽하게 녹아 들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또한 워낙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담아내다 보니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를 감동적으로 봤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플롯을 살짝 비틀어 결말 부분의 감동을 극대화한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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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플레이DB]


[한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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