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리 로랑생, 그녀의 삶을 조망하다 [전시]

글 입력 2017.12.31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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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로랑생,
그녀의 삶을 조망하다.


마리로랑생포스터-02.jpg


‘마리 로랑생’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이름을 듣게 된 화가이다.

그녀의 이름을 듣고 프리뷰를 작성하던 중 당대 유명한 화가들이었던 피카소, 마티스 등의 세계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녀가 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을까 의아했었다. 남성 중심의 집단에서 여성으로서 살아 나가야 했던 그녀의 삶과, 그녀가 만들어 나간 자신만의 정체성, 그리고 그 독특한 작품 스타일은 다른 누구와도 다른 ‘마리 로랑생’만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가 나에겐 더 뜻깊었고, 화가로서의 마리 로랑생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마리 로랑생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1 청춘시대


자화상, 1905년경, 목판에 유채, 40x30, Musee Marie Laurencin.jpg
 
파블로 피카소, 1908년경, 캔버스에 유채, 41.4x33.3, Musee Marie Laurencin.jpg
 

처음으로 마리 로랑생과 대면할 준비를 하고, 본격적으로 마주한 그녀의 청춘시대는 물음표였다. 1905년경에 그려진 그녀의 자화상과, 1908년경에 그려진 피카소 작품은 다른 사람이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자화상은 실제 사람에 가깝게 묘사되었고, 부드러운 붓터치와 색감이 주를 이루었던 반면 피카소 그림은 굉장히 추상적이었으며 색감 역시 뚝뚝 끊어지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모든 청춘시대가 그렇듯이, 그녀 역시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 중에 있었다. ‘마리 로랑생’만이 가질 수 있는 스타일은, 결코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슬펐습니다.
그래서인지 검은색과 흰색이
주조를 이룬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분홍색과 푸른색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 열애시대


우아한 무도회 또는 시골에서의 춤, 1913, 캔버스에 유채, 112x144, Musee Marie Laurencin.jpg


자신을 찾는 긴 여정을 시작한 마리 로랑생은 기욤 아폴리네르와의 연애를 통해, 점차 자신만의 방향을 잡게 된다. 1908년에 그린 피카소 작품처럼 추상화같이 보이면서도, 부드러운 곡선과 더 밝은 색감이 두드러지는 그림을 그려 나간다. 열애 시대의 마리 로랑생 작품은, 묘사하는 대상의 윤곽선과 색감이 잘 구분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윤곽선이 있는 그림과 없는 그림이 공존하기도 한다. 열애시대의 그녀의 그림은 막 맺힌 꽃봉오리처럼 생명력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이전과는 다른 ‘섬세한’ 추상화가 등장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3 망명시대


stage_03.jpg


하지만 막 봉오리를 튼 꽃은 그리 쉽게 피어나지 못했다. 세계대전이라는 큰 벽은 그녀의 인생을 흔들었고, 고독과 절망이라는 감정들이 그녀 주위를 맴돌았다. 열애 시대의 색감들은 점차 사그라졌고, 마치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어두운 색채의 작품들이 자주 등장하였다.



#4 열정의 시대


키스, 1927년경, 캔버스에 유채, 81.2x65.1, Musee Marie Laurencin.jpg


그 힘들던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지나간 후, 마리 로랑생은 다시금 파리로 돌아와서 담담히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꽃피워 나간다. 열정의 시대의 마리 로랑생은 완전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듯 여성들의 이미지를 자주 표현하였다. 이 시기의 특징은, 그녀의 그림에서 가끔씩 보이던 윤곽선이 완벽히 없어졌고, 대상들의 눈동자가 확연히 커졌다는 점이다. 완벽한 파스텔톤을 구현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마리 로랑생의 작품들은 밝고, 희망찼으며 당당한 느낌을 주었다. 어려움을 딛고 더 단단해지듯, 열정의 시대의 마리 로랑생은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5 성숙의 시대


꽃과 비둘기, 1935년경, 캔버스에 유채, 105x125, Musee Marie Laurencin.jpg


마리 로랑생은 디아길레프의 발레 <암사슴들>의 의상 디자인을 맡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해 나갔다. 피카소와 작업하기도 했고,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봄의 제전> 등 굉장히 실험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디아길레프의 작품에 마리 로랑생 역시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녀만의 정체성과 스타일이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꽃을 피우고 더욱 성숙해진 그녀는 이전보다 더 밝고 화려한 색감과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표현하였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은 후에 나타난 그녀의 작품은, 이전보다 여유가 넘치는 느낌이었다.


"마리 로랑생의 인생을 한걸음씩 따라가며
조망해 본 그녀의 작품세계는 치열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삶의 순간마다 넘어야 할 고비를 극복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감정들과 작품들,
그 모두가 차곡차곡 쌓여 성숙한 마리 로랑생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삶의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그녀의 작품들은,
나를 포함한 삶의 한 과정 중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울림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KakaoTalk_20171213_015808118.jpg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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