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 테이블부터 '휘게' 할까요?, The Kinfolk Table.

감성 매거진 킨포크가 담은 그들만의 요리 에세이.
글 입력 2017.12.3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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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피로감을 자주 느꼈던 하반기였다. 신체적인 피로감보다는 정신적인 피로감이었는데, 학기말에 다다를수록 한번에 몰려버린 과제들과 시험들이 여러 원인 중 하나였다. 종강을 3주 정도 앞두고 남아있는 할 일의 양이 한 학기 동안 해오던 양보다 많으니 3주가 마치 3달 같았다. 어찌 보면 깨어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으니 3달에 가까웠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잠을 적게 잔 것이 피로감을 불러왔다기 보다는 남들보다 더 잘해야만 하는 것들뿐이라는 사실이 피로감을 불러왔다. 쿨하게 성적 따위 포기해버리고 적당히 힘들지 않는 선에서 과제와 시험을 거친 후 배움에 의의를 둬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대입을 위해 했던 과거의 노력과 열정이 아깝고 낮은 성적이 불러올 취업에의 고난이 걱정되었다. 그리곤 결국엔 현실은 휘게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하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또 다른 한 학기를 꾸역꾸역 마무리 했다.

  욜로, 휘게 라이프를 제대로 알게 된 시기와 <킨포크>의 깔끔한 표지에 끌려 종종 사 읽기 시작한 시기는 약 1년 전으로 거의 비슷한데, 한창 경쟁사회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있던 때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현재 문화 트렌드로 제대로 자리잡게 된 킨포크만의 ‘Simple, Small, Detail’ 등으로 대변되는 아날로그적인 삶에 대한 동경과 그 실천 욕구가 더 커지게 된 것이다. 바로 앞의 단락에서는 이런 삶의 형태를 전혀 따르지 못한 것처럼 이야기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변한 부분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었다. 필자는 바쁘면 밥을 먹지 않았다. 집중하던 일의 흐름도 깨지고,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웠으며, 그런 여유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사람들과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핑계거리가 식사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새삼스레 밥을 열심히 챙겨먹기 시작했다. 시험 2개를 앞둔 하루 전에도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으며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작은 여유에서의 가치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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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나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는데, 바로 킨포크가 만든 최초의 요리에세이 'The Kinfolk Table' 이다. ‘느리게 살기’를 젊은 세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세상에 선보인 킨포트는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크리에이터, 세프 등 창조적인 직업군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깊이 파고들어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복잡함 보다는 단순함. 혼자보다는 여럿. 사람과 대회에 가치를 두는 것. 그리고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자는 것이며 그 중심에는 한 끼 식사가 있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필수적인 먹는 행위와 그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삶의 방식을 바꾼다는 뜻이며 이 <킨포크 테이블>에는 킨포크 스러운 생활을 영유하기 위한 첫걸음을 담았다고 한다.

  <킨포크 테이블>은 브루클린, 코펜하겐, 잉글랜드, 포틀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느리고 단순하며 이웃에게 열린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식탁 표정과 레시피, 일상의 이야기를 절제된 글과 감각적인 사진으로 담았다. 이들의 식탁을 창립 편집자 네이선 윌리엄스가 직접 찾아가 직접 찾아가서 보고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함께 먹은 경험을 녹여냈는데, 이곳에 등장하는 레시피들은 평범하면서도 비범하다. 할머니의 요리법을 그대로 전수받은 경우도 있으며 다른 재료를 섞어 독특한 맛을 창조한 경우도 있다. <킨포크 테이블>에서 제안하는 음식 나누는 법은 참 간단하고 소박하다. 투박한 수프나 못난 빵뿐이라고 해도 보고 싶은 사람들을 격의 없이 부르고 초대받은 사람 역시 기꺼이 달려와 간소한 음식을 함께 먹고 마신다. 초대의 본질은 음식이 아니라 만남이기 때문이란다. 너무나 좋은 가치관이 아닐까?


손님 접대는 모두에게 각기 다른 형태일 수 있다. 하지만 요리를 해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이 경험을 나누고 대화를 하고 음식을 함께 먹는 것에 대한 진정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면 잘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음식을 태우거나 그릇이 세트가 맞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다. 소박한 수프와 거친 빵 한 조각만으로도 잔치를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매우 간단하다.

-서문 중에서


  종강 약 일주일 전 새벽 1시쯤, 노트북 화면만 보고 있게 된지 딱 9시간이 되었을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한 학기를 일주일 남기고 포기해버리면 내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얼마나 될까? 학점에의 타격과 시간적, 비용적인 낭비를 진지하게 계산해보았다. 아무래도 손해였다. 그렇지만 화끈하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떠나지 않아 잠시 노트북을 덮어두고 다시 한번 계산을 해보고 있는데, 그때 정말 뜬금없이 친한 친구들이 있는 단체 톡방에 한 친구가 보낸 카톡이 왔다. 방학을 하면 밖에서 만나지 말고 서로의 집에 돌아가며 매일 놀러 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하루 종일 수다나 떨자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 메시지를 읽는데 갑자기 너무 행복해졌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소박한 일상을 기대하며 일주일을 꾹 참고 버틸 힘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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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가 살고 있는 삶에서 완벽히 벗어나 새로운 휘게 라이프를 실천하기란 조금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함께하는 식사, 소소한 만남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가치들은 생각보다 힘이 꽤 큼을 느낀다. 킨포크 테이블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아마 이러한 맥락일거라 생각되었다. 아쉽게도 종강하자 마자 하기로 했던 ‘서로의 집 순회’는 일이 생겨 조금 미뤄졌다. 다가오는 2018년 1월의 만남을 고대하며, 친구들을 초대한 날 대접할 따스한 레시피를 킨포크 테이블에서 찾아볼 계획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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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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