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울한 연말을 채웠던 노래들과 나의 이야기 [음악]

글 입력 2018.01.0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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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아주 길고도 짧은 것 같은 2017년이 끝이 나고 2018년이 되었다. 작년 한 해는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일들과 변화가  일어났던 시간이었다. 연말과 연초는 설렘과 기쁨이 가득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우울해지고침체되는 감정이 찾아오기도 한다. 감정선에 꽤 기복이 있긴 했지만 그만큼 다양한 생각이 싹터온 작년을 함께한 음악들과 간단한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간절함과 아픔 사이
김윤아 – 꿈

 일기장에서 막 가져온듯한 1인칭 독백 투의, 조용히 읊조리며 다독여주는 것 같은 가사를 정말 좋아한다. ‘꿈’을 부르는 김윤아의 목소리를 듣고 목소리가 정말 총천연색이라고 생각했다. ‘일탈’, ‘매직 카펫 라이드’같은 노래방 18번 곡을 불렀던 신나고 앙칼진 느낌과는 180도 달랐다. 누구나 꿈을 꾸고 꿈을 품은 채 살아가지만 그것이 언제나 달콤한 자극이 되어 주진 않는다. 가사는 꿈이 날 가장 힘들게 하는 굴레이자 짐이 되기도 하나 결국엔 최후에 기대어 우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나 또한 올해도 많은 꿈을 꾸었고 개중에는 이루어진 것도 이뤄지지 않은 것도 있다. 2018년은 따뜻한 커피와 디저트를 내어주는 책방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보다 토익, 취업 준비 걱정이 더 앞서는 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원망하는 사람들, 꿈으로 울고 웃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 곡, 김윤아의 꿈을 들려주고 싶다.





2. 나의 슬픔도 자랑이 될 수 있을까
곽진언 – 자랑
 
 마음에 드는 곡을 발견했을 때는 이 노래가 뭘 말하고 있는 걸까, 이 가사는 어떤 것의 떠올림에서 시작된 걸까 상상해본다. ‘자랑’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으로 바닥을 친 자존감에 괴로워하는 나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며 아는 동생이 직접 불러주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묵직하게 아프다. 나한테는 노래 가사가 자격지심, 혹은 질투를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답게 풀어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자랑할 거리가 없는 나보다 더 따뜻하고, 행복해하는 사람 앞에서 나쁜 마음을 갖기보다는 덕분에 기대는 법도 나의 슬픔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식의 전개에 어떻게 이런 예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감동했다. 올해 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놓고 보면 하고 싶은 말도, 자랑할 점도 조금은 늘어난 것 같다. 어느 날 누군가의 행복 앞에서 울던 나는 이제 웃으면서 재잘거릴 수 있는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3. 각자가 느끼는 겨울의 온도
임주연 – 겨울

 지금처럼 추웠던 재작년 겨울, 친했던 친구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받았던 적이 있다. 거의 한 달 간 연락이 뚝 끊어졌었는데 그때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후에도 마음이 추운 겨울처럼 차갑게 시린 날이면 꼭 듣게 되는 노래 중 하나다. 임주연은 내가 정말 애정을 갖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건반 연주자이다. 소규모 공연에서 임주연 님을 실제로 뵌 적이 있는데 가까이서 보니 사진보다 훨씬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인상을 가진 분이었다. 그녀의 가사에는 특유의 다부지고 씩씩한, 외유내강의 느낌이 있다. 그래서 정, 우울함, 두려움에 취약한 내게 알 수 없는 편안함과 큰 용기를 준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추운 날씨가 잦았다. 그렇다고 눈이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칼바람만 쌩쌩 부는, 추위에 약한 나 같은 사람들이 정말 못 견디는 날씨였다. 살짝 우울한 노래지만 우울함에는 우울함을 처방해야 더 효과적인 것 같다. 누구에게나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이기에, 그럼에도 견뎌본다.





4. 민들레의 꽃말, ‘감사’
우효– 민들레
 
 좋아하는 사람이 추천해줬는데 알고 보니 ‘효리네 민박’에 삽입되었던 곡이었다. 내가 좋은 곡을 판단하는 기준은 가사가 60, 멜로디가 40 정도인데 이 곡은 멜로디가 뭔가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노란 민들레 꽃처럼 순수하고 수줍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가사지만 왠지 모르게 엄청 슬퍼서 버스에서 노래를 듣다가 울기도 했다. ‘나 웃을게요 많이, 그대를 위해 많이’라는 가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긴 한데 듣는 순간 마음이 찡하다고 해야 할까. 마치 강아지똥 동화를 읽었을 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노래를 접한 뒤 민들레의 꽃말도 찾아보고 이 노래 속 사랑은 어떤 시각에서의 사랑인지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 ‘행복’이라고 한다. 연말이 되면 감사할 사람들이 참 많다. 지금 떠오르는 가장 고마운 사람들은 가족이다. 서로 배려하고 걱정해주는 가장 멀고도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스무 살 때 이후로 자취를 하면서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시간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지인들 앞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꾹 참아도 가족들 앞에만 가면 터져버리는 게 눈물이다. 날 낳아주고 지켜보고 보듬는 세월을 지나오며 나와 많이 닮아 있기도, 다르기도 한 사람들이다. 





5. 불안해지지만 끊기 어려운,
Dean – Instagram
 
 딘의 신곡이 나왔고, 이 곡은 현재 음원차트 1위에 올라가 있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장시간 구경하는 편이다. 내가 팔로우한 지인의 게시물 외에도 돋보기 모양을 누르면 끝없이 뜨는 타인의 사진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다. 그래서 시간 때울 요량으로 인스타를 보다 괜히 우울해지는 기분을 정말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SNS는 그냥 당연하게 자기의 일상을 공유하는 건데 왜 그렇게 남의 사진 한 번,내 모습 한 번 번갈아 가며 보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SNS에, 타인의 일상에 내가 통째로 흔들려버릴 이유는 없다. 남이 바쁘고 열정적으로 살았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살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열정 없고 게으르고 안 바쁘지만 가끔 큰 파도가 일렁이는 나의 일상도 사랑한다. 사실 지금은 인스타를 정말 맘 편히 즐기며 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새해에는 오히려 관상용이었던 SNS를 나의 시선과 생각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말과 크리스마스로 세상이 가장 밝을 시기에 조금 어두운 곡을 내게 됐어요 모두 알다시피 가장 밝을 때가 가장어둡기도 하잖아요. 사실 이 곡은 어떠한 위로나 해결방법을 주는 그런 곡은 아니지만, 지금나도 너처럼 힘들고 파도같은 삶을 살고있다고 옆에서 울어주는 친구 같은 곡이 됐으면 좋겠네요. 주위를 둘러보기 전에 자신을 먼저 안아주세요

- 가수 딘 인스타그램 中



[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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