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을 사랑하시는 한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신 이 책에는 한 미술 컬렉터가 미술관을 짓기까지의 과정이 독특하게 담겨 있었다. 자신의 일생 중 어느 한 부분을 수집한 작품과 작품의 작가의 이야기가와 결부시켜 또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 작품과의 인연을 풀어낸다.

 익히 알고 있고 한국 미술사에서 유명한 신사임당, 이중섭, 박수근 작가의 이야기도 흥미가 있었지만, 나는 특별히 나혜석, 김기창 작가의 이야기와 작품에 사로잡혀 언젠가 전시회가 열린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찾아가리라 다짐했다.

 그로부터 반년 후, 마침내 미술관의 실제 배경인 서울미술관에서 '불후의 명작'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가 열린 것을 알게 되었다. 직접 눈으로 감상하고 싶었던 김기창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작가의 작품들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7인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새해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욱 설렜다.

 

 서울미술관은 인왕산 자락 밑에 있는 석파정과 연결되어있다. 김흥근의 별장으로 쓰이던 것을 흥선대원군이 탐내어 '석파정'이라는 이름이 생긴 이곳은 푸르른 소나무들과 시원하게 뻗어있는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짧은 시간에도  흥선대원군이 탐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번 전시회 관람으로 만나게 될 겨울의 석파정은 또 어떨지 상상 하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불후의 명작 전시회는 김기창, 김환기, 도상봉, 박수근, 유영국, 이중섭, 천경자 일곱 작가의 회화 49 점이 전시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기대되는 작품은  서울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이자 운보 김기창의 대표 작품인〈예수의 생애〉다.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를 비롯해 조선시대의 복색을 한 등장인물들과 우리 전통 가옥이 유연한 세필로 묘사되어 생생한 현장감이 드는 전통 풍속화를 연상시킨다. 세계 어느 나라의 성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기법으로 그려진 예수의 일대기는 그리스도교가 토착화되었음을 드러내는 한국적 성화로서도 가치가 높지만, 빠른 운필과 뛰어난 구성력 등 운보의 드높은 회화적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미술사에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것을 기념하는 한국 개신교의 역사에서도 의미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