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벽감성 기록하기 [문화전반]

글 입력 2017.12.27 00: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새벽 1시쯤 켜져서 잠들 때가 되어서야 꺼지는 스위치가 하나 있다. 툭하면 켜지는 이 스위치를 우리는 ‘새벽감성’이라고 부른다. 이 스위치가 켜지면 작은 자극 하나에도 감정이 몰려온다.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어도 수많은 생각들이 퍼져나간다. 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가 새벽만 되면 튀어나오는 건지. 내 속에서 날뛰는 생각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안간힘이다. 하지만 이 생각을 표현하려고 하면 주저하게 된다. SNS 등에 이 생각을 올렸다간 다음날 아침 ‘이불 킥’을 하면서 글을 삭제할 것만 같은 느낌이 충동을 자제시킨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면 기적같이 머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있다.


새벽거리.jpg
- 사람이 깨어있어도 새벽의 세상은 잠들어간다.


 어디서 그런 생각들이 나오는 걸까? 왜 하필 새벽일까? 후자의 경우 필자는 감이 오질 않는다. 새벽이라는 시간대가 비일상적인 시간대여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필자에게 새벽은 너무 일상적인 시간이다(그래서 새벽감성도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대충 드는 생각을 말해보자면 세상이 멈추는 시간이라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새벽이라는 시간에는 낮에 활발하던 많은 움직임들이 멈춘다. 그 멈춤 속에서 움직이는 나라는 요소가 새벽감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좀 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벽에 나오는 생각들은 평소에 머릿속에 있지만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생각들이고 그것이 새벽이라는 이유 모를 특별함에 튀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 원인이 무엇이든 새벽감성의 내용들을 오글거림이 두려워 마냥 눌러버리기에는 아깝다. 그래도 소중하고 솔직한 감정들인데 어디 한구석에라도 담아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것을 모아두는 것도 나를 기억하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에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위해 필자 자신이 담아보려고 생각해준 방법들을 감히 나눠보려고 한다.


이불킥ㅃ.png
- 다시 읽어보면서 할 이불 킥을
필자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1. 작품들 - 노래, 문학, 영화, 사진, 그림 등등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직접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연관되어있는 작품들을 적어두는 것이다. 다른 감성들도 그렇지만 새벽감성은 원인 없이 튀어 나오기도 하지만 보통 무엇을 계기로 튀어나온다. 과제를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듣던 노래에 감성이 폭발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럴 때 그 노래의 제목을 기록해 두는 것이 이 방법이다. 가사를 더 첨언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17.12.26
쏜애플 - ‘서울’
“우린 함께 울지 못하고 서로 미워하는 법만 배우다 아무 데도 가지 못 한 채로 이 도시에 갇혀버렸네”

 이런 식으로 적을 수 있다. 역으로 아무 원인 없이 튀어나온 생각이라면 그 생각과 유사한 것으로 기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다른 방법들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단편적인 단어, 기록

 생각의 갈피는 잡히는데 막상 이것을 기록하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생각을 알 것 같아서 적어보려고 해도 이상하게만 느껴지는 경우에 추천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어떤 때에도 좋은 가장 평범한 기록 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짧은 문장을 적어도 되고, 단순하게 단어들을 나열해도 되고, 어떤 구를 만들어서 기록해 두어도 된다. 언어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떠오르는 대로 간단한 스케치를 해도 될 것이다. 1번의 방법과 섞어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각나는 매개체와 함께 짧은 기록을 첨가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몇 개의 예시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7.12.26
실패. 여유. 없음. 잔인한 현실. 연약한 나.

17.12.26
김수영 - ‘혼자라고 생각되는 날’
“아무도 몰라주던 내 마음을 아는 건 오직 나뿐이야”
내가 안다. 과연? 어쩌면 세상에 자신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하는 형식은 지극히 작은 예시일 뿐이라는 것이다. 1번도 그렇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형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노트.jpg
- 적으면서 던져버릴 수많은 노트도
필자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



3. 글(혹은 그림이나 음악. 아무거나)

 대충은 눈치를 챘으리라 생각하지만, 번호가 늘어날수록 난이도도 증가한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은 적어도 필자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특히 특별한 방향성 없이 퍼져나가는 새벽감성은 더 그럴 것이다. 열심히 돌려 말하고 있지만 요약하자면 필자가 아직 못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예시는 들 수 없다. 방법은 단순하다. 글로 적으면 된다. 참 쓸모가 없는 설명이다. 대신 이 작업을 도와줄 장치를 소개하고자 한다.

 앱스토어들에 ‘글쓰기’를 검색하면 여러 앱들이 나오는데 그중에는 단어나 사진같이 글감을 제공해주는 앱들이 있다. 이런 앱들은 산발적으로 튀어나오는 생각들의 방향성을 찾거나 하나로 묶는 것에 도움을 준다. 또한 어떻게 적어야 할지 알려주는 간단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씀 : 일상적 글쓰기’라는 앱을 사용한다. 이 앱은 하루에 2번 단어를 준다. 일정 시간에 한 글감만 주기에 새벽감성을 주로 기록하기엔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사용하는 중이다.



4. 집대성하기

 이 방법은 일단 새벽에 불가능하다. 또한 굳이 기록에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만약 기록해둔 감성들을 그냥 기록으로 남겨두기에는 아깝다면 생각해볼 만한 방법이다. 바로 이 감성들을 모아 하나의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글이든, 노래든, 그림이든, 행동이든, 뭐든 다 가능하다. 하지만 필자는 글쓰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기에(물론 그것도 잘 못하지만) 글을 예시로 들어보고자 한다. 예전에 한번 기록한 감성들을 모아서 옴니버스식 소설을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내버스 막차에 올라타는 사람 한 명 한 명에 기록함 감성에 어울리는 상황을 붙이는 것이다. 그렇게 한 명이 타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한 감성을 기록하고, 또 한 명이 타면 똑같이 하고. 그렇게 버스 하나를 완성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이런 식의 방법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직업이나 호칭이 무엇이든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마무리하면서 몇 가지를 더 언급하자면, 첫째로 이 글의 내용은 예시들일 뿐이다. 또한 새벽감성들을 어디에 어떻게 기록하는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이어리든 SNS든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기록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볼품없는 기록이란 없을 뿐 더러 설사 볼품없다고 해도 누가 어떤 해를 줄 수 있겠는가. 아무쪼록 이 글이 새벽감성이라는 스위치가 켜졌을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김찬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