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변검'을 아시나요? [해외문화]

글 입력 2017.12.2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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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즐기지 않고
비밀을 파헤치려는 순간,
이미 변검 볼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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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중국' 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판다? 만리장성? 삼국지? 탕수육?

중국을 대표하는 많은 것이 떠오르겠지만, 그중 아마 '경극'을 떠올리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중국의 전통극이라고 하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경극'이지만, 사실 중국에는 '경극' 이외에도 다양한 전통극들이 많이 있습니다. 베이징의 '경극', 곤산의 '곤극', 샤오싱의 '월극', 그리고 사천의 '천극', 이 중에서도 '경극'이 특히 유명해진 것은 아무래도 수도인 베이징을 중심으로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오늘 베이징의 '경극'이 아닌 사천의 '천극', 특히 '변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천극'은 중국 사천 성과 운남 성, 귀주 지역의 전통 역극으로 곤곡, 고강, 호금, 탄희, 등조 등 다섯 가지의 곡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명나라 말 청나라 초, 사천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는 동시에 각지 이주민들이 이 지방으로 유입되면서 중국 전국의 곡조들이 함께 들어왔고, 이 과정에서 곡조들이 기존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변화한 형태의 곡조들은 사천 성 각지에서 독립적으로 연주되다가 건륭제 이후, 사천의 토속 곡조인 '등희'와 사천의 방언, 민간 가무, 설창 등과 융합했는데 이게 바로 '천극'의 탄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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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극은 특히 유머러스한 가사, 콩트와 더불어 여러 잡기가 함께 어우러진 '서커스'같은 공연인데요. 극을 이루는 요소인 '척혜안'동작, '토화(입으로 불을 뿜어냄)', '수수춤(소매춤)', '변검' 중 가장 인기 있고 유명한 것은 바로 이 '변검'입니다.

'변검'의 경우, '천극'의 극 요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천극'보다도 훨씬 유명한 공연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변검'은 공연 중 배우가 얼굴에 있는 '검보'를 극 분위기에 따라 바꾸는 기술로 말검, 취검, 차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말검은 배우가 분장용 물감을 얼굴의 일정 부분에 여러 겹 덧칠하고 바뀔 때마다 손으로 비벼 얼굴을 다른 색으로 변하게 하는 방법이고, 취검은 온갖 색의 화장분을 배우가 사용하는 용기나 술잔에 담아 무대에 비치해 두고 변검을 할 때마다 눈을 감고 숨을 멈춰 입으로 힘껏 불어 얼굴색을 변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차검인데, 차검은 배우가 비단 위에 그린 몇 장의 검보를 얼굴에 여러 겹 겹쳐 두고 장마다 실을 매어 두거나 특정 위치에 고정한 후, 한 장씩 찢어버리는 기술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검보를 바꾸는 동작이 관중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실제로 그 기술이 매우 정교하고 놀라워서 연기가 아닌 마술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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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검의 역사는 사실 그리 멀지 않은 19세기부터 시작됐는데, 당시 천극인 '캉쯔린'이 탈 3장을 바꾸는 '삼변화신'을 선보인 것이 그 시초였으나, 1세기 동안 '삼변화신'을 뛰어넘는 배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 공연에 24변을 행하는 배우가 나타났고, 이후 '변검'만의 단독 공연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남성이 아니면 변검을 배울 수 없었으나, 현재는 여성 배우 역시 변검을 배울 수 있기에 청두, 충칭 등 사천 성의 각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전문 극장뿐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변검 공연을 흔히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청두를 여행하며 변검 공연을 매우 보고 싶었지만, 슬프게도 시간이 맞지 않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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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변검을 꼭 사천 성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1997년 개봉한 오천명 감독의 영화 < 변검 >을 통해 변검의 매력을 엿볼 수도 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여러 행사에서도 변검 공연이 개최되고 있으니 혹시 그 매력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한 번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료 출처
권석환, 김동욱 외 3명 < 중국문화답사기 3 : 파촉지역의 천부지국을 찾아서 >, '두산백과'

이미지 출처
베이징 관광국, Photo by J.UK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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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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