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별을 겪은 친구에게 [문화 전반]

그리고 내 친구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글 입력 2017.12.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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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다르다. 내가 스스로 즐겨 이야기하는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 시점, 세상이 솔로와 커플로 나뉘는 이 시점 이별을 겪은 내 친구에게 그리고 내 친구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친구에게

너와 내가 친구가 된 것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네. 알고 있었냐. 고등학교 때 만나 장난만 치던 우리가 벌써 이렇게 자랐어. 나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고, 삼수를 한 너는 벌써 학교를 마무리할 때가 왔네. 많은 일들이 있었지. 술 먹고 사고도 치고, 사고도 치고, 사고도 치고(?)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같이 살 때다. 처음에는 서로 다투기도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 야식을 먹지 않는 내게 야식의 맛을 알려주고, 그러면서 새벽까지 떠들었지. 물론 술과 함께.

술을 먹을 때면 우리는 늘 연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한 명과 길게 만나는 나와, 비교적 다양한 사람과 짧게 만났던 너. 너는 늘 내가 부럽다고 했다. 어떻게 한 사람을 오래 만날 수 있냐고, 마음 편하게 안정되고 싶다고, 한 사람과 많은 추억을 쌓고 싶고,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던 네가 어느 날 정말로 좋은 사람이 있다며 나에게 소개해 줬어.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네가 연해를 해서 좋다’라고 했는데, 나는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어제저녁이었지 아마? 너의 메시지에, 아니 정확하게는 너의 메시지 내용에 나는 조금 놀랐어. 헤어졌다고.

하지만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어. 누군가 곁에 있는 내가 자주 혼자가 되곤 했던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어쩌면 불편한 위로가 될지도 모르니까. 한편으론 내 옆에 누군가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네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들었어. 넌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했지. 영화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소설처럼 비극적이지도 않은, 누구라도 겪어 봤을 법한 너희, 아니 너의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가 끝나고 너는 조금은 시원해진 것 같았어. 어쩌면 또 다시 슬퍼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더라고. 잠깐이라도 괜찮은게.

이 편지는 그래서 썼어. 이런 이야기 하려고. 크리스마스 전날에 헤어졌다고 우울해하는 너에게, 친구는 많은데 늘 혼자라고 쓸쓸해 하는 너에게 힘이 될 수 없는 내가 너의 행복을 바라기 위해서. 다른 건 못 해줘도 이 말은 해 주려고. 늘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행복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또 행복해 질 거야. 그러길 바라. 우리 그렇게 살자.


[공정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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