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과 기계 그리고 예술 [시각예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할까 ?
글 입력 2017.12.2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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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곧 우리가 맞이하게 될 큰 변화이다. 이 변화에 적응해나가기 위해 각 분야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은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멀고먼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바둑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사람인 이세돌과, 최고로 인정받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결과는 4 : 1로, 1번의 인간 승리라는 희망을 남기고 알파고가 압승하게 되었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는 인공 지능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조화롭게 잘 응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와 같이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3D 프린터 등과 같은 새로운 변화가 예술분야 에서도 영향을 끼칠까? 나는 예술은 일정한 틀이 없는 창작물의 성격이 강하고, 감성과 주관을 담아낼 수밖에 없는 특성 때문에 비교적 산업혁명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전시를 통해 예술과 4차 산업혁명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2017년 광주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은 < 인간×기계 시스템 >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기간은 12월 1일부터 12월 3일까지의 다소 짧은 기간이었다. 성용희 예술 감독의 전시 소개에 따르면 이렇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 기술이 우리 사회에 혁신적인 변화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그 변화는 거대하여 ‘혁명’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새로운 예언자인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4차 산업혁명은 어떨까? 그들이 느끼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는 어떨까? 미학적 대상과 다르게 이러한 인공지능, 로봇, 3D프린터, VR, 홀로그램, 드론 등의 기술적 대상들은 예술을 위해 개발된 존재들이 아니다. 이를 전시장으로 가져온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유를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본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예술의 변화를 통해 역동적 사회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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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덤 컴포지션 >, 비디오라움, 2016

 
몇몇 작품들을 간략히 설명해보고자 한다. 이 작품을 살펴보았을 때 위쪽에는 물이 담긴듯한 주머니, 아래쪽에는 드럼 세트들이 놓아져 있다. 위쪽의 물주머니는 습기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 공간의 습기들이 모여 물방울로 떨어질 때 아래의 드럼 연주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공간과 환경에 따라 음악이 달라진다.

빠르게 변해가는 기술과 사회 속에 우리는 너무 급해 진 것 같다. 무엇이든 ‘빨리 빨리’가 습관이 되어버렸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는 속도 그리고 새로운 기술로 인해 더욱 빨라질 우리 사회. 그런 사회 속에 살아갈 우리에게 이 작품은 차분함과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준다. 떨어지는 물방울로 연주될 음악을 기다리며 촉박한 마음을 내려놓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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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페이셜 미러 >, 신승백 김용훈, 2013


다음 작품은 참 귀여운(?) 작품 같았다. 이 작품은 단순히 우리가 사용하는 탁상용 거울이 아니다. 얼굴을 비춰주지 않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얼굴을 비출시 거울은 마치 삐진 것처럼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자신을 비춰보려면 얼굴을 가리거나, 얼굴이 아닌 듯 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본 거울 속의 모습은 얼굴이 아닌 것이 된다.

얼굴 인식 기능이 내장된 작품이라는 점이 의미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신기술 중 하나와 예술이 결합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예술의 영역에도 얼마든지 혁명적인 기술이 함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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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의 길 > , 팀보이드, 2017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온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 작품을 보고 내 믿음은 깨지고 말았다. 로봇이 캔버스에 정교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선 인간이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둑이라는 분야에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결구도를 이룬 것처럼, 예술이라는 분야에 예술가와 로봇이 대결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며 기분이 묘했다. 마냥 반갑지 않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로봇이 그린 작품에는 정성, 의미, 감성 등이 표현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완성도를 통해 작품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이 두 작품의 결과는 어떻게 평가 될까라는 두려움도 생겼다. 작품의 제목 < 예술가의 길 >을 다시 곱씹으며, 예술가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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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많은 사물들 > , 아키히코 타니구치, 2013


물이 흐르고 있고, 그 물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태블릿의 자판이 입력되고 있다. 작품을 보면서 이게 어떤 원리지? 라는 호기심에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작품 설명에 의하면, 기기들이 가진 기본설정, 터치패널, 화면 회전기능, 내장GPS 등을 활용하였다고 한다. 작가가 이것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배치하고 연결하여 기기들이 가진 기능 외의 표현을 도출한다.

기계가 인간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듯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태블릿 사용법은 인간이 직접 자판을 터치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기계가 스스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기계와 예술의 결합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술과 기계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기계가 전하는 언어를 보여주고 있어 오묘한 감정이 든다.





예술을 통해 변화될 사회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예술이 기계와 결합하여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와 함께, 예술이 가지고 있는 무한함이라는 특성을 통해 미래 예측을 가능케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예술은 기계와 만나 더욱 다양해졌고, 미래엔 이러할 것이다 라는 예측을 가능케 하였다.

또한 앞서 언급한 섬세한 기계의 등장에 예술가의 위치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끊임없이 탐구 중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술가에게 담긴 진정성은 기계가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다. 전하고자 하는 기쁨, 슬픔, 위로, 교훈 등은 사람으로부터 나온 작품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계가 예술 작품에 담긴 감정을 따라가기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본다.

< 인간×기계 시스템 >을 통해, 수많은 변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가치는 흔들림 없이 빛날 것이라는 암시가 담긴 전시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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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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