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71220 마지막 배웅을 하다.

글 입력 2017.12.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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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이니 종현에 대한 글입니다.
* 많이 좋아했던 팬으로서 쓴 일기같은 글이니 유념해주세요.
* 부탁드립니다.
  자극적인 프레임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종현'을 기억해주세요.
  그는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맑고, 여리고, 착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부디 한낱 가십거리로 그를 소비하지 말아주세요.


*


퇴근을 하고 너에게 가는 길, 이틀만에 처음으로 너의 노래를 들었다.
1000. 참 행복했던 날이었다.

하나 둘 셋 하루가 또 지나가
하나 둘 셋 내일이 코앞에 와서
내 어깰 짓눌러 그림자를 붙들어
편히 쉴 곳이 필요한 듯해


처음 두 소절에서는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두려웠고
그 다음 두 소절엔 네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많이 들어달라고 할 땐 안듣더니 지금은 여기저기서 1위를 한다. 세상 참 야속하다.
너의 목소리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숨죽여 울었다.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 홀로 떨어진 섬 같았다.
소리내지도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누가 알아채면 안되니까.
네가 스스로를 드러낸 채 지낸 그 시간들이 이렇게 외로웠을까.
누군가 내 슬픔을 알아채주길 바라지만, 들켜서는 안된다는 불안감 속에서 그 시간들을 버텨낸걸까.


그렇게 역에서 내려 너에게 가려는데 길을 모르겠는거다. 난 왜 지금 이순간까지도 멍청한걸까.
너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채 1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난 왜 길을 헤메고 있는건가.
내가 너무 싫었다. 난 마지막까지 참 못났다.

 
겨우 길을 물어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길에 들어섰다.
너에게 빨리 가고싶어 눈이 얼어 미끄러운 길을 뛰고 또 뛰었다.
아, 오늘 눈이 왔더라. 내가 있던 곳엔 안왔는데, 너를 보러 간 곳에는 눈이 쌓여있었다.
멀리 보이는 차갑게 언 강물 위에 눈이 쌓여있었고, 그 주변은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네가 있는 그곳에도 흰 눈이 소복하게 쌓여 덜 추웠으면 싶었다.


너를 보러 들어간 곳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여전히 오고있는 중이었다.
누군가는 주저앉아 울고, 많은 이들이 너를 보기 위해 줄지어 서있었다.
나는 울고싶지 않았다.
네가 마음아파할까 봐, 우는 소리에 뒤돌아 보며 편히 가지 못할까 싶어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계단을 내려가고 몇 번을 돌고 돌아 너의 공간으로 들어가기 직전,
너의 이름과 사진을 봤다. 그 옆에 익숙한 이름들도 있었다.
너의 미소에, 네 이름 앞의 익숙치 않은 글자에, 결국 참지 못하고 울어버렸다.
미안해, 미안해 종현아. 결국 너보다는 내 감정이 앞서 참지 못했어.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라 우는 소리가 네 발목을 잡을 텐데.
너의 마지막조차 편하게 해주지 못하는 나다.
난 끝까지 이기적이다.


너와 마주한 순간. 우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며 너의 평안을 바랬고, 춥지 않길 기도했다.
그곳에서 행복하라는 말은 차마 못했다. 어디 행복이 자기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네가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을 것이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는 빛이자 어둠이다.
너의 힘듬을 가늠할 수 조차 없는데. 내가 어떻게 행복하라는 말을 할까.
그냥 아프지 않았으면.  편히 쉴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난 너와의 첫 마주침이 이런 방식일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공연장이기를, 혹은 지나가다 편한 옷차림을 한 모습이기를 하고 생각했다.
내가 너와의 시간을 마음대로 생각했다.
어떻게든 너를 만나러 갔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했는데.
상황과 여건 탓을 하며 수많은 기회를 놓쳐버린 나를 용서할 수 없다.
난 꽤 오랫동안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이따금씩 화가나고 눈물이 나겠지.
너를 탓하는 것이 아닌 나를 탓하는 것이다. 넌 잘못이 없다.
넌 항상 노력했는데 내 노력이 부족했다.


그래도 너의 마지막을 보니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이제 정말 잘 보내주리라 다짐했다.
노래도 매일 듣고, 사진도 보며 너라는 사람을 슬픔보다는 사랑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흘 새 세상이 너에 대한 하는 이야기를 보았다.
라디오 마지막 방송날 푸른빛의 수트를 입은 너를 봤다.
푸른 색과 참 잘어울리는 너인데. 너의 마음 한켠엔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던 걸까.
그 멍울로 피어낸 꽃이 너의 노래들일까 싶었다.
그 꽃을 보며 아름답다고 칭찬만 하기 급급했던 나는 죄인이다.


지하철에서 내릴 즈음 이어폰에서 따뜻한 겨울이 나왔다.
노랫말이 들린 순간,
집에 가는 길 위에서 끅끅대며 울며 걷다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에 주저 앉아 엉엉 소리내 울었다.
마음대로 슬퍼하지더 못했던 월요일.
내 시간은 시도때도 없이  월요일로 되돌아간다.

있잖아 나 항상 하는 말이지만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이지만
참 고마워 부족한 날 그대로 아껴줘서
덕분에 내 평생이 따뜻해

고맙다는 말 꼭 전하고 싶었어
내게 해줬던 그 말 돌려주고 싶었어
오늘도 전혀 안 추워 너와 함께한 겨울
내 곁엔 항상 너 내 옆에 있으니
내 곁엔 항상 너 네가 있으니


노랫말이 지금의 상황에서 네가 건네는 말 같았다.
덕분에 오늘 참 따뜻하다고.
유난히 너의 말투가 더 느껴져서 그런가,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하려는 거 같았다.
나는 너로 인해 또 위로 받는다.
네가 있을 때도, 없을 때도 너는 나를 달랜다.

참 따듯했던 사람이다.
고맙다는 말을 입버릇 처럼 달고 살고, 참 복받은 사람이라고 말하던 너.
맑고 여린 너를 힘들게 한 세상에 네가 남긴 것들은
온통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 뿐이다.
그래서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지난 이틀동안은 그 어떤 말도 너에게 부담이 될까 봐 어떤 말도 적어내리지 못했다.
우울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나와 닮은 것 같은 너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을 생각하면 죄스러웠다.
너의 우울을 그저 예술적 감수성이라고 생각하며 그 노랠듣고 공감하며 위로받던 내가 혐오스러웠다.
너를 아프게 한 모든 것들을, 누군가의 죽음을 한낱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세상을 저주했다.

사실 그래서 지난 이틀간은 무서웠다. 두려웠다. 온 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근데 누가 그랬다. 남겨진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고. 너도 그걸 바랄거라고 했다.
맞는거 같다. 그렇지 못하면 넌 많이 울 것 같다. 또 아파할 것 같다.
그러니 우선 버텨보려 한다. 버티다 보면 나름 살만해질 거고 그러면 또 살아질거다.
그게 시간의 힘이라는 걸 안다. 그 모든 시간에 너의 노래가 내 옆에 있으니 괜찮다.
네 곁엔 많은 이들의 사랑이 있을거고, 내 옆엔 네가 남긴 노래가 있을테니 버텨보겠다.
나는 생에 대한 책임을 할 테니 너는 그곳에서 평안하길. 아프지 않길.


*


종현아. 이제 네가 원하는 그 길을 가.
정말 고생했어. 누군가에게 짧을지 모를 너의 생이 너에겐 얼마나 길고 아팠을까.
그 힘듬을 이해한다는 건방진 소리는 하지 않을게.
이만하면 잘했어. 최고였어. 그동안 고생했어. 나중에 꼭 만나자.
슬픔은 짧게, 기억은 영원히.

171220, 너의 평화와 안녕을 소망하는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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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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